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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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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호우와 태풍 올가도 끝나고 해서 8월 6일 원남지로 출조를 떠났다. 한칸 반대 27,000원짜리 낚시대와 8,000원짜리 가는 찌를 하나 더 장만했다. 이놈에게 어디 고기맛을 보여주지? 그래, 원남지 4짜맛을 보여주자! 도착하니 오후 4시 20분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상류 골을 따라 텐트와 오색 찬란한 차양 빽빽이 드리워진 모습이 4짜를 토해내는 저수지다운 위용을 자랑하는 것 같았다. 일데 장관이었다. 1개 대대 이상의 병력이 집결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들어설 자리도 없었다. 싱싱한 지렁이를 사고 나서 꾼들을 만나 조황을 물었다. 수초가 너무 우거져 찌가 서지를 안는다고 투덜댄다. 이쪽 저쪽에서 큰고기들이 물살을 가르며 물보라를 일으킨다. 신나게 놀고 있다. 산란기 배스가 뛰는 것처럼 힘이 좋은 월척들이다. 그러나 살림망을 늘어놓은 사람은 거의 없다. 낮잠을 즐기는 사람들의 살림망을 살짝 들어 보니 준척 한두마리가 고작.
나도 한칸 반자리 낚시대를 펼치니 밑걸림이 심해 찌가 서지를 않는다. 수초 투성이다. 삽으로 흙을 퍼다가 바닥에 깔아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태에서는 도저히 찌맛을 볼 수 없겠다. 서울에서 원남까지 왔는데! 철수다. 나의 고향은 초평. 내가 잘 아는 나만의 일급 수로가 있지.
얼른 차를 몰아 나만의 수로를 찾아가니 아카시아 나무 다섯 그루가 나만의 일급 포인트를 숨겨주고 있다.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다. 삼으로 자리를 정돈하고 새로 산 싸구려 낚시대에 비싼 고급 찌를 달아 낚시대를 드리웠다. 원줄은 1.5호, 목줄 2호, 7호 붕어낚시바늘. 지렁이에 떡밥을 달아 살짝 던져 넣음. 찌가 보기 좋게 천천히 가라 않는다. 너무 예민하게 찌맞춤을 했나보다. 담근지 5분도 안되어 찌가 솟구처 벌렁 눕는다. 자리 정리도 다 안된 상태. 자세를 고쳐 얼근 챔질하니 6치급 탱탱한 돌붕어가 앙탈을 친다. 손끝이 짜릿하다.
그렇게 찌맛, 손맛이 대박을 터추었다. 담그는 즉시 1분도 안되어 5치, 6치급 씨알이 걸려 나왔다. 한칸 자리와 함께 두 대를 펴려다 그냥 한칸 반 대 하나만을 폈다. 결국 그 한 대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고기떼가 덤벼 들었다. 저녁 11시까지는 씨알이 손바닥을 넘지 못했다. 자정을 넘기고 부터 손바닥 크기를 넘었다. 밤 2시, 드디어 27센티급이 걸렸다. 놈을 끌어내는데 5분이 넘게 걸렸다. 내가 수로로 끌려 들어가는 줄 알았다. 25센티급을 두놈 더 하고는 다시 씨알이 잘아졌다. 새벽 4시. 살림망을 들어보니 한 손으로는 들 수 없다. 60여수 이상 토종 돌붕어를 했다. 졸음이 쏟아졌다. 엄청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어깨가 절이고 손목이 뻐근하다. 차 안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눈을 뜨니 아침 6시 50분쯤. 햇살이 따사롭다.
났시대를 다시 드리우니 이번엔 계속 피라미와 모래모지떼다. 10번을 던졌는데 붕어는 아예 걸리지 않는다. 아침 7시 10분 철수.
25센티 넘는 돌붕어 3수만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방생.
한칸 반짜리 싸구려 낚시대야! 돌붕어 맛이 어떠냐? 낚시대를 초릿대 끝까지, 낚시줄까지 정성스레 깨끗이 닦아 주었다. 키스도 해 주었다.
나는 앞으로도 한칸 반대와 한칸 대 두 대만의 낚시를 고집할 것이다. 두칸 대 이상의 낚시대로 를 해야 할 곳은 찾아가지도 않을 생각이다. 또한 한달에 무박 2일로 한 번 정도 가는 낚시에 그 이상의 욕심은 다 헛된 짓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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