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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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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심히 지렁이 끼는 Ivan... 이번엔 주렁주렁 매단게 한 바늘에 세 마리는 꿴거 같다.
큼지막한 왕지렁이를 통채로... 지렁이들이 서로 얽혀서 꿈틀대는 모양이, 마치 부둥켜 안고
흐느적 거리며 끈적하게 돌아가는 부르스 같았다."
아까 대물을 떼로 보았던 그 다리 아래로 내려가 하류쪽에 자릴 잡았다. 물살이 제법 있었다.
도래 달린 추(swivel sinker)를 하나 꺼내 원줄과 목줄을 연결한 도래 위로 미끌어 지게 채비
하였다. 이제 바늘을 달아야 하는데...
지렁이 달 만한 바늘이 있기는 했지만 그 놈을 믿을 수가 없다. 캐나다 와서 처음 낚시 시작
할 적에 한 뭉텅이 사 놓았던 싸구리 그 바늘은, 무딘 끝은 갈아서 쓰면 되겠지만 가끔 부러
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 후론 지렁이 낚시를 한 적이 없어 마땅히 사 놓은 바늘이 없었다.
하는 수 없지...
연어를 잡을 때 egg sack 달아 쓰는 바늘을 꺼내 들었다. 가마카츄(Gamakatsu, Normark사
의 제품)상표의 그 바늘은 피라미나 잡으면 딱 적당 할 만치 가늘고 자그마치만, 무지막지한
어느 연어와의 씨름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강도와 질김을 가지고 있으며 절대로 부러지는 경우
가 없었다.
또한 그 끝은 무척이나 예리해서 그저 살짝 닿기만 해도 후킹이 될 정도이고, 깔끔하게 생긴
미늘은, 바늘을 뺀 후 그 자리에 벌집을 만드는 여느 싸구려 바늘과는 달리 빼기도 쉽거니와
물렸던 놈의 상처를 최소화 한다. 언제봐도 든든히 믿음이 가고, 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바늘이다.
어종의 특성과 미끼의 종류에 따라 바늘의 쓰임이 달라 지겠지만, 그 커다란 덩치와 엄청난
괴력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연어용 바늘은 자그마 하다. 내가 연어 낚시를 처음 시작 할 때,
큼지막한 연어와 그 작은 바늘이 도저히 어울려 보이지가 않았었다.
에게게~ 아니 요런놈으로 우찌 연어를 잡노...
왕지렁이를 그 바늘에 꿰니 길다란 지렁이의 한 귀퉁이만 살짝 걸친 꼴이 되었다. 바늘에 매
달린 지렁이가 온몸을 비틀며 고통을 하소연 한다.
"미안혀~ 허나 우짜겠노... 니 팔자가 그리 헌것을...
"살신성~"의 마음 가즘으로 큰 놈 하나 물어 오는겨..."
아까 대물들울 떼로 봤던 바로 그 포인트로 투척하고는 물려 나올 놈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이며 손이 근질 거린다. 그 짜릿한 손맛을 머리 속에 그려 보았다.
히~~~
아이스 박스에 맥주를 가져온 Ivan이 내게 캔을 건넨다. 주위를 한번 쉭~ 둘러 보고는 한 모금.
"햐~ 쥑인다"
언뜻 고등학교 시절, 숨어피던 담배 맛이 더 좋았던 게 기억 나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영국의 전통이 남아서인지 보수적 성향의 온타리오 주에선 모든 공공 장소에서의 음주가 금
지되어 있을 뿐더러, 술도 아무데서나 팔지 않고 정부에서 허가 받은 전문상점(LCBO)에나
가야 구입 할 수 있다.
"지 생각에 맥주는 술이 아니랑께요.. 잉잉~~"
이곳 문화의 특성 상 거리에 술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은 매우 드문 일이다. 물론 땅덩이 넓은
캐나다의 전체가 다 그런 건 아니고 주 마다 그 특성이 제 각각인데, 가령 내가 퀘벡(Quebec)
주의 몬트리올(Montreal)이나 주의 수도인 퀘벡시티(Quebec City)를 방문 했을 때 한국과 그
분위기가 보다 가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일반적으로 영국에 뿌리를 둔 캐나다의 다른 주와는 달리, 프랑스의 후예들이 자리잡은 퀘벡
주는 마치 유럽의 거리를 연상시키는 낭만적이고도 아름다운 모습들을 간직하고 있으나, 건
국의 태동기에 겪은 영국인들과의 갈등(정복 된 자의 아픔)이 이어져 이 나라 안에서 정치적
으로 복잡한 문제들을 지니고 있는 주이다.
언어도 영어를 주로 쓰는 다른 곳과는 달리 불어를 고집하고 있으며, 꾸준하게 독립을 요구하
고 있기도 하다. 캐나다 안의 또 한나라와 같은 퀘벡주에서는 우리네와 같이 음주문화에 대해
관대하며, 그곳의 사는 이들이 그 낭만을 이해하는 듯 하다. 온타리오와는 달리 구멍가게(?)에
서도 맥주를 판다고 한다. ^^
(캐나다의 공식적인 언어는 영어와 불어로 모든 공공문서, 매장에서 접하는 제품과 그 설명서
등등에 두 언어가 같이 명시 되어 있다.)
처음 이곳(Toronto, Ontario)에 왔을 때 술에 대해 관용적인 문화에 젖어 있던 내게는 매우 갑
갑하고 어색했었다. 늦은 밤, 포장마차에 둘러 앉아 꼼장어에 소주잔 돌리며 나누었던 친구들
과의 풋풋한 정담, 공짜로(!) 곁들여 나오던 뜨끈한 오뎅국물... 그러한 분위기가 무척이나 그
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특히나 게시판의 조행기에서,
"물가에 앉아 삼겹살 구어(때로는 메뉴가 매운탕임. 쩝...)
정겨운 벚과 함께 소주잔 돌리니,
잔잔한 호수와 우리가 하나가 되고...
물위에 동실 떠 찌 끝에 빛나던 희미한 불빛은
그 또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과 한무리 되어
어느덧 그속에 묻혀 버렸다..."
이러한 대목이 나올라 치면 잊고 지내던 고국에 대한 향수가 느닷없이 그득히 밀려 온다.
"차라리 나 쥐기뿌소..."
대끝이 까딱 거리는데 채보니 지렁이는 간데 없고 빈 바늘만 덜렁거린다. 쩝.
피래미 소행이라고 Ivan이 말한다. 잉어가 물면 대 끝이 스물 잠긴다나...
내 언제 잉어 낚실 해 봤어야지... 이거 원...
다시 지렁일 끼워 던지니 또 파르르 떨리는 낚수대, 그러나 이번에도 꽝. 바늘엔 지렁이가 다
떨어져 나가고 그 잔재만 처참하게 조금 남아 있었다. 다시 지렁일 끼웠다. 낚시바늘에 일침
을 맞은 지렁이가 화들짝 놀라 또아리를 틀며 몸부림 친다.
둘이서 번갈아 가며 열심히 지렁이 달고, 던지고 반복하다보니 성미급한 Ivan이 궁시렁 거리
기 시작한다. "나 잉어 낚시 시러..."
순간 아이반의 대가 슬며시 잠긴다. 급히 대를 채는 Ivan...
"찌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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