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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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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말했다. 결과 보다 노력하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때때로 나는 이거이 야속한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다. 흑흑~"
Henry의 옆에 옥수수 깡통이 보였다.
"이거 쓰셔요?"
"그려~ 이거 쓴다네."
흐~ 우리도 옥수수 깡통 사 왔으니, 인제 잉어는? 꺼이꺼이~
그 손맛이 벌써 느껴지는 듯 하다. 짜르르~~
Henry와 인사를 마치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Ivan과 나는 바늘에 옥수수 달고,
서로 견주기라도 하듯 힘차게 던졌다.
"휘리리~릭!"
히히 내가 더 멀지롱~~
항상 나의 캐스팅이 Ivan의 그것 보다는 멀리 나가곤 했다. 흐뭇~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의 낚시대는 말뚝이다.
같은 날 Henry는 큼직한 잉어를 다섯 마리나 올렸는디...
저 쪽만 포인트인감? 별루 떨어진 거리도 아닌디...
그랴~ 뭔가 특별한거... 신비한 동양의 무공이 필요해...
내 다음에는 조선의 뛰어난 비책으로 놈들을 싹쓰리 하리라!
집에 와서 한국의 낚시 사이트들을 두루 섭렵했다.
게시판을 찾아 검색에 "잉어" 를 쳐 넣고는 꾹 눌렀다.
역시 여러가지 신비한 무공들이 있었다.
흠~ 잉어가 감자도 묵고... 잉? 보리가루? 깻묵이라...역시 옥수수는 단골이네...
떡밥을 한번 써 보기로 했다.
그렇지! 그 고소한 냄새에, 일단 집어 효과가 그만이니 놈들 환장할겨~~
하지만 떡밥이고 깻묵이고 구할데가 없다. 흑~
그런데 문득 미수가루 생각이 났다.
주방을 구석구석 뒤져보니, 한국서 올때 가져 온 미수가루가 두 종류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깨맛 미수가루"였다.
그렇지! 바로 이거여~
깻묵은 구할데가 없고... 허나 깨맛 미수가루이니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좀 미심쩍어 찬장에서 통깨를 끄집어 냈다.
붕어 떡밥에 어분도 쓰든디...
잉순이도 그걸 물고 올라 오는 걸 보면 뭔가 효과가 있겠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어분이라... 바싹 마른 멸치를 박박 갈아서 집어 넣었다.
(무식한 넘이라 욕하지 말아여... 냄새는 쥑입디다... ^^)
그래도 허전한 것 같아 옥수수도 넣고, 땅콩도 갈아 넣고...
하여간 내가 찾을 수 있는 비슷한 재료들을 이것저것 넣었다.
만들어 놓고 보니 그럴 듯 한게 마음이 뿌듯했다. 냄새가 고소하니 쥑~인다.
조금 먹어 보니, 그 맛은... 까무라칠 정도다. ^^
흠~ 인자 느그들은 거진 쥑었다고 봐야제... 기둘리라 자슥들아!
다음날 부푼 마음으로 크레딧 항을 찾아 자리를 잡고는 떡밥을 달았다.
이제 물속의 잉어가 다 내 것만 같다.
힘차게 투척! 떡밥이 포물선을 그리며 근사하게 날아간다. 흐뭇~ ^^
느그들!!! 한국의 떡밥 맛을 뵈 주마...
여유있게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담배 맛도 떡밥 마냥 고소 했다. 흠~~ 쥑~~
Henry는 오늘도 여지없이 그의 자리에 홀로 앉아 있었다.
한시간이 지나고, 다음엔 두시간, 세시간...
처음의 여유있던 마음과는 달리 조금씩 초조해 진다. 포인트를 옮겨 봐도 꿈쩍을 않한다. 아무
래도 이 촌놈들이 떡밥 맛을 모르는 것 같다. 자고로 손님을 치룰때도 정성들여 요리 해 대접
했는데, 시큰둥 하면 속상한 법이다.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잉어들이 원망 스러웠다.
"자슥들~~ 일단 한번 맛들이면 환장 할텐데... 흑흑~~"
이럴 땐 낚시대 하나 밖에 못 쓰는 이곳의 규정이 안타깝다. 서너개 늘어 놓고 기둘리면 그 중
하나는 실수라도 물어 줄 것도 같은데...
저 쪽에 있는 Henry는 벌써 몇 마리 건진거 같은디... 헐~
아마도 나라 마다 음식이 다르듯, 이곳의 잉어도 식성이 우리네의 그것과는 다른 모양이다.
그날의 패배를 인정하며 조용히 대를 접었다.
석양을 뒤로하고 바위위에 우뚝서서
접은 대 움켜쥐고 하늘 높이 치켜들며
철렁이는 파도 향해 힘차게 외쳤다.
"그려~ 내일은 내일의 대물이 올라오능겨~~~"
-12편에 계속-
뱀다리 :
그후로 몇 일간 배합을 조금씩 바꿔가며 시도 했지만, 그 기막힌(?) 나의 떡밥에 놈들은
언제나 시큰둥 했다. 결국 나는 놈들 입맛을 이곳의 미끼로 맞춰 주기로 했다.
"로마에 가서는 로마의 미끼를 쓰그라... 쓰헐~"
이 글을 쓰면서 받은 메일 중에, 토론토에 영어연수 받으러 와서는 잉어를 기차게 잡았다던
분이 계셨는데, 그 분 말씀이 한국서 같은 방법을 써보니 그 결과는...꽝! 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분...
"잉어 잡느라 영어는 좀 배워 갔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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