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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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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문을 열고 잠자리에 들면 한 번씩 몸이 움추려든다.
벌써 여름이 끝나간단 말인가?
시원하게 밤낚시 한번 제대로 못해보았는데....
앞으로 열흘간의 휴가.
너무도 애타게 기다리던 시간이다.
직업 특성상 여름 방학 기간 동안 고3 아이들 보충수업을 하다보니 이제야 시간이 났다. 남들 휴가 갈 때 그 시커먼 사내 녀석들속에서 한 숨만 쉬었었는데.....
며칠 전부터 아내 구워삼기에 돌입했다.
평택에 유명 댄스가수(백 모양)가 온다나 어쨌다나 집사람이 꼭 한번 가보겠다는 눈치다.
여보 그런덴 꼭 다녀와요. 모름지기 문화 생활은 하고 살자구.
그날(일요일) 난, 새벽 1시까지 아이들 잠을 재웠다.
집사람이 이웃 아줌마들과 나이트에서 백모양 댄스 보는 동안.....
여보 나아~ 한 4박 5일 정도 가볍게 낚시 안될까? 응?
의외로 집사람이 선듯 승낙을 한다.
24일부터 2박 3일 파로호 낚시 결재. 꽝 꽝 꽝
이미 며칠 전부터 설거지에 심부름에 완존히 군대 이등병 생활을 자원했었기 때문이죠.
사는게 뭔지? 낚시가 뭔지?
21일(월) 아침 어데로 갈까?
머리 속에서 수많은 장소들이 아른 아른...
모든 꾼들이 늘 하는 고민을 지금 하고있다. 나도 꾼?
그래 급할수록 돌아가자.
"낚시 사랑"에 들어왔다. 조황전보 맨 위에 안성 무슨 보...
안성? 보? 뻐끔대 선배?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서둘러 회원 정보열람.
삐리리. 예 백강흠입니다.
아 예 전 낚시사랑 고인돌인디요. 거시기 장소좀...
정확하게 안성 다리 위에서 미터 단위까지 자세히 알려주신다.
그정도면 한번에 찾아갈 수 있다.
그래 오늘은 여기야.
정신이 아득해진다. 신호등의 색깔이 희미하다.
오늘따라 왜 이리 화물차가 많은지.신호는 왜 이리 걸려. 씨헐...
안성에서 지렁이 두통을 사고 현수동 보에 도착시간 11시경.
급하다. 빨리 대부터 펴자.
어어? 뒤통수에서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시커먼 구름과 함께 장대비가 몰려온다.
우두두두둑. 두두두두 쫘악 좌악 쏟아진다.
우쒸.
20분간 쏟아부어놓고 하늘은 너무 태연하다.
햇볕으로 머리가 다 빠질것 같은 불볕더위.
어제 잠깐 낚시하는 사이 하늘은 5번이나 그렇게 쏟아붇고 말려대길 반복했다.
2.2, 2.5, 2.6 세대 포진.
미끼는 보리 떡밥에 지렁이.
던지자 마자 찌가 난리 부르스다.
쨉 쨉. 원 투 스트레이트.
전광석화같은 찌놀림이다.
쑈오옹~~~ 쑈옹 ~ 미사일 부대까지 동원되어 고기들이날 공격한다.
내가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보낚시 특유의 입질이다. 주로 지렁이에 입질이 온다.
피라미 포함 강고기 10여마릴 끌어 올렸다가 보내준다.
애들아 여긴 너희가 범접할 곳이 아니여.
어여 가서 성하고 누이들 불러와. 짜식들...
한숨 돌리고보니 물이 무척 깨끗하다. 가운덴 많은 비로 약간 뒤집혔지만 주변엔 쓰레기 하나 없다.
꾼들의 손을 많이 타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신기하다. 도시에서 이렇게 가까운데 낚시꾼이 없다니.
이 길은 내가 수십번 지나간 길인데...
새삼 뻐끔대 선배의 낚시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열정에 숙연해진다.
세 시간 동안 붕어 입질을 보지 못했다.
계속 올라오는 강고기. 강고기. 강고기들
앗 적진에 심상치않은 조짐이?
잡어의 입질이 현저히 줄었다.
주욱 주욱 주우우욱. 그래 이건 분명히 붕어야.
획 피잉.저항이 심하다. 좌우로 요동치는 녀석을 제압하니 7치 가량의 황금색 토종붕어. 자태는? 그냥 멋있다.
힘은? 저수지나 양어장의 보약 먹은 붕어가 셀까?
아니면 못얻어먹고 천덕꾸러기로 자란 토종 강바닥 붕어가 셀까?
붕어가 약간 회유를 하나보다.
연거푸 3수 올린 후 소강상태.
미끼를 교체하려는데 바늘에 나무 조각같은 것이 달려있다.
무심코 떼려는데
어~ 이게뭐야. 다슬기아냐?
한참 쳐다보았다. 다슬기가 사는 물이라...
웬만한 붕어 한마리 건져 올린 것 보다 다슬기 하나가 더 느낌이 좋았다면 내가 이상한 걸까?
뻐끔대 선배가 퇴근하고 짬을 내어 오셨다. 역시 의리의 낚랑인...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 대를 못펴신단다.
날씨가 너무 않좋아 조황이 신통치 않은것 같다고 아쉬워하시는데 내가 되려 미안해진다. 이만하면 충분한데...
오후 약간 서늘해지니 입질이 좋아진다.
전혀 계획에 없었는데 케미를 꺽고 싶어진다.
케미꺽고 1시간 반 정도
지렁이도 떨어지고 입질도 뜸해졌다.
더 기다려 보고 싶지만 여기서 무엇을 더 욕심내랴.
살림망엔 5치에서 7치 강붕어가 11마리 들어있다.
가방을 짊어지고 나서는데 머리 위를 맴돌던 반딧불이가 발 앞에 내려앉았다. 내게 할 말이 있는듯
다음에 또 보자는 건가? 이젠 오지 말아달라는 건가?
조행 후기
현수리 보는 안성 외곽의 작은 보입니다.
강고기의 잦은 입질에도 허허, 여유로울 수 있는분.
관고기 욕심 없이 손맛 한번 보고 싶으신분은 한번 다녀가실만합니다.
가시는 길은 뻐끔대 선배님께 문의해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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