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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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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조행기에 글을 올립니다.
어렸을 적 부터 가문의 내력을 따라 몸에 밴 낚시습성으로 인해서 어디를 가나 주위에는 낚시 좋아하는 사람들이 꼬이기 마련이다. 새로 옮긴 직장의 사장님도 나와 같은 집안 내력이라 죽이 잘맞는다. 사장님은 아무데서나 낚시대를 펼 수 없다며 반드시 낚시터 풍경이 수려하고 오염이 없고 동양화에 나오는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그런 곳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 다니는 좀 까다로운 스타일이다. 나야 밤낚시 때 새벽 물안개 바라보는 그 재미에 고기 몇 마리 잡던 말던 자체의 풍류를 즐기는 스타일이라 사장님 덕에 경치 좋은 낚시터를 덩달아 따라 다니게 되었다.
"서울 경기 북부, 강원도 지역 호우경보 발령 중이라는데요?"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 보고 빗줄기 약해지면 그냥 출발이다. 준비해라."
"왠만하면 이번은 쉬시죠 사장님?"
"앞으로 몇 주 동안 시간 없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서 그런다. 낚시 않하면 업무에 지장 많이 받는 거 너도 잘 알쟎니?"
"(속으로 좋아하면서) 사장님도.... 아침에 전화드리겠습니다."
일요일(27일) 새벽부터 전화통에 불이 나면서 사장님은 출발을 서두르자고 난리 부르스다. 빗줄기가 많이 약해진 것 같다. 경춘가도를 내달려 마침내 11시 반 경 목적지인 춘천호에 도착했다. 그런데 낚시터 총무 왈, "어제밤 폭우 때문에 오늘은 물이 급격히 불어날 가능성이 있고 일요일 밤에도 한 차례 더 폭우가 내릴 것 같아 미안하지만 낚시터를 잠정 폐쇄해야 겠습니다." 오매, 기껏 달려 왔더니 왠 김새는 소리, 하지만 별별 핑계를 다 둘러대서 결국은 최종 목적지인 좌대로 안착할 수 있었다. 앞 좌대에서는 간 밤에 월척만 7마리를 올렸다는 얘기에 벌써 눈이 반쯤 뒤집혀 버린다. 다행히 비가 거의 멈춰 구름만 잔뜩끼고 물은 뒤집어졌지만 뭔가 확실한 필링이 와 닿는다. 뭔가 될 것 같은 예감!
낚시터 바닥은 수초가 많아서 구멍을 잘 찾아야 했다. 나는 세칸 이상 긴대를 거의 쓰지 않는다. 짧은 대의 맛은 겪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하지만 이 날은 물이 불어서 세칸대도 찌가 초릿대 바로 앞에 맞출 정도라 제일 짧은 대를 세칸, 그리고 옛날 소양댐에서 명성을 떨쳤던 세칸반을 폈다. 30분 넘게 구멍 찾기를 하고 점심 먹고 짐정리 대충하고 담배 한 대 불붙이니 벌써 네시가 넘어간다. 서서히 낚시에 집중해보지만 별 무소식이다. 미끼에 변화를 줄 요량으로 짝밥 미끼를 써보았다. 역시 동물성은 약발이 있는 모양이다. 세칸대에서 어신이 느껴진다. 사장님은 아직도 수초구멍을 못찾아서 찌가 잠겼다 밑둥까지 섰다 난리다. 오늘은 뭔가 보여주겠는걸...
입질은 댐고기답게 경박하지 않고 족보있는 찌올림을 보여준다.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챔질, 그러나 허탕. 아하, 전에 양어장 몇 번 다니면서 바꾼 찌라 그런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지. 좀 더 기다리면서 채 봐야지 맘 먹으면서 다시 도전해본다. 다시 입질이 온다. 쑤우~욱 거의 밑둥까지 다보일 정도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는 그 초조함이란... 이번에는 확실이 걸었다. 앙탈이 심하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댐 붕어 뼘치. 지렁이를 물고 나왔다. 크다 작다 감상할 겨를이 없다. 계속 몰려올 것 같은 마음에 미끼달아 던져보는데 아까 던진 자리 옆으로만 떨어지니까 서는 찌 모양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다시 시도. 일단 제자리를 찾아 안착하면 입질이 시작된다. 서서히 묵직하게 올려주는 특유의 붕어입질을 만끽하며 두 번 째의 챔질, 그리고 성공. 이번에는 떡밥을 물었네. 이것 봐라, 씨알이 점점 굵어진다. 한 뼘이 더 되 보인다. 손 맛도 서서히 강도를 높여간다. 올해는 출조해서 제대로 잡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젠 소원풀었네. 앞으로 꽝 쳐도 난 경치 구경이나 하면 본전은 뽑겠지. 이렇게 편하게 맘먹고 있는데 세칸대에서 다시 찌가 용솟음친다. 오 예! 이제는 여유가 있다. 동네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맘껏 올려보라고 기다려 준다. 50센티 정도되는 찌가 다 오르고 넘어질 때 챈다. 슉! 물 속에 쳐박히는 힘이 대단하다. 수심 5M 깊이에서 끌어 올리는 재미란, ㅋㅋㅋㅋ 하지만 손 맛에 굶은 내 욕망의 제물이 되어 다시 자태를 드러낸다. 준척급이지만 월척에는 몇 센티 부족해 보인다. 이번에는 지렁이 입질. 교대로 물고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꾸만 커지는 놈들의 모양세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대박의 예감이 확신으로 바뀌면서 어느 덧 케미를 달 시간이 되었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정교하게 미끼를 떨구는 실력까지는 않되는지 자꾸 자리를 못찾아 헤멘다. 그 때 옆 자리의 사장님이 침묵을 깨고 힘차게 챔질, 그리고 "핑"하는 피아노 소리가 밤 적막을 깬다.
"서부장, 뜰채, 뜰채, 드디어 하나 걸린 것 같다" 같이 흥분해서 열심히 뜰채를 조립하는데 더 이상 흥분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보니 약 35센티 정도되는 눈치를 건져 내신다. 아쉬움이 남지만 본격적인 밤낚시는 시작되었다.
다음 걸릴 차례는 분명 월척인데 하면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와중에 저쪽 하늘에서는 계속 천둥 번개 소리가 들리는 게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전해진다. 밤 9시 부터 굵은 빗줄기가 시작되는데 도저히 않되겠다. 아, 이런 씨헐, 난 낚시만 가면 비가 올까. 좌대에 설치된 쪽방에 들어가 비 그치기를 기다리며 준비한 저녁 식사를 그때서야 시작한다. 소주 한 잔, 두 잔 걸치면서 옛날 낚시가서 겪었던 해프닝 등 낚시꾼들의 입담에 밤은 깊어가고 밖에서는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술도 다 떨어지고 배도 부르고 다 좋은데 앞이 보이지 않게 들이치는 빗줄기는 약해질 낌새가 없다. 어차피 월요일에 출근하려면 좀 자둬야 하니까 새벽 세시까지 눈을 붙이기로 했다. 빗소리는 장난이 아니다. 내 머리 위로만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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