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성철용 민물낚시 노지조행기 > 붕어 110여 마리를 잡는 행복 : 낚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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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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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성철용
작성일 : 2001-09-02 05:23:48 / 조회 : 3,047      

제목 l 일만성철용 민물낚시 노지조행기 > 붕어 110여 마리를 잡는 행복 : 낚시사랑

오늘은(2001.8.30) 낚시꾼으로서 성공한 날이다. 붕어를 110마리나 잡은 날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잉어 새끼도 있었고 피라미 마자가 몇 마리 섞여있었지만 나머지 모두는 참붕어였다.




새벽 어둠이 막 거친 5시 30분에 아침도 거르고 신도시 일산 이산포 수로 중고자동차센터 근처 다리에 도착하였더니 서둘러 온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난다. 가득히 들어온 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꼭두새벽이라 낚시터에는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금년 들어 최근에 늘 손맛을 보던 자리에 앉았다.


누가 밤낚시를 하다 갔는지 쓰다만 구르덴 떡밥이 있다. 그 놈으로 안개 속으로 낚시를 던졌더니 어럽쇼 벌써 입질이 오기 시작하지 않는가. 보통은 떡밥을 크게 하여 여러 번 낚시로 던지고도 한 10여분 지나야 오는 어신인데.


낚시를 던지면 찌가 제 자리에 서기도 전에 연방 입질이 왔다. 커피 한 잔 마실 사이가 없었다.


나오는 놈은 모두 1000원 짜리 지폐보다 약간 작은 참붕어뿐인데 가끔 가끔 두 마리씩 쌍방울로도 올라온다.


새벽 요기를 나와 그냥 어정대는 건너편 쇠백로에게 미안하기 그지없다.




고기를 많이 잡을 때 구경꾼이 와서 말을 걸어주고 잡은 고기를 보고 싶다고 할 때에 얼마나 신나던지.


근처에 일보러 와서 고기 잡는 이 한가한 어옹을 기웃거리는 것이 안쓰러워 29세라는 젊은이에게 낚싯대를 빌려주었더니 한 칸대로 받침대도 없이 단숨에 3마리를 건지고 행복해 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가려 한다. 내친김에 커피도 한 잔 주었다. 마음이 편해야 남을 돕게 되는 것이다.


수로에 물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하기에 혹시나 해서 대어를 벼르고 있는데 커다란 카펫 같은 수초가 수없이 떼로 몰려와 도저히 낚시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한 칸 대에서는 세 마리나 낚이었다. 낚싯대를 접을까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물이 빠지기 시작한다. 몰려왔던 수초들이 놀란 듯이 급히 몰려나가고 있었다.


여기 이산포 수로는 배수로여서 농사일과 연관하여 인위적으로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다시 또 물이 들어온다. 들어오다 나가더니 또 다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도시 종잡을 수가 없다.




이젠 가야지 하고, 옆 사람 보고 들으라는 듯이 하나 둘 세어 가며 신나게 방생하다 보니 42마리나 되었다. 근래에 드문 다어상 감이다.


물길이 잔잔해지기에 혹시나 해서 다시 낚시를 드리우니 입질이 계속된다.


12시가 가까워 오니 시장 끼가 돈다. 허나 계속되는 입질 때문에 웽- 하고 차를 몰고 5분이면 가서 컵나면을 사올 수 있으련만 준비해온 참외 2개, 커피 2잔으로 시장기를 메우고도 행복


하였다. 아까 어망을 챙겨 넣었기 때문에 비닐 낚시박스에 잡아넣은 붕어도 제법 많아졌다.




그것이 60여 마리가 넘어서자 마음속에 갑자기 장난기가 돈다.


지금 내 나이가 벌써 65세이니 100을 채워 보자. 100세를 살 수 있나 낚시로 가름해 보자.


요 떡밥만 마저 쓰고 가지 하는 식으로 더 하고 가겠다는 핑계였다.


5마리를 더 잡고 70세 때의 추한 내 몰꼴을 생각해 보았다. 80 마리를 잡고 80세 때 내 이빨이 몇 개나 남아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90 마리 잡고서는 90세 무렵의 내 아내의 생사여부와 아비의 죽음을 호상이라고 기다리는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을 생각해 보았다. 어렵게 기다리며 100 마리를 잡고 보니 얼마 전 아내의 말을 정리하여 인터넷 유머 얘기 난에 올린 글이 생각났다.




* 여인들의 소중한 것들이 필요 없어졌을 때





50대 여인: 지적인 미 있으나 마나


60대 여인: 얼굴 이쁘나 마나


70대 여인: 남편 있으나 마나


80대 여인: 돈이 있으나 마나


90대 여인: 살아 있으나 마나




100세를 말하지 않은 것은 그 무렵은 90세와 같기 때문이리라.


그러고 보니 오래 살아있어서 죽고 싶어도 죽어지지 않을 때, 자식들을 지팡이나 휠체어처럼 쓰면서 자식들의 걱정거리가 되어 살아 있다면 얼마나 불행할까. 늙으면 손자 손녀 돌아가는 뒷모습이 더 예쁘다고 하던데 하는 생각이 났다.


그래서 적당히 살다 죽는 것이 미덕이라는 것을 깨닫기 전에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하는 생각도 났다.




나는 오늘 아침 점심을 꼬빡 굶어가며 그 까다롭다는 붕어 110마리를 잡았다. 망둥이를 100수 넘게 잡은 것은 여러 번이었지만 붕어로는 처음이다. 이제부터 나도 낚시꾼이라 힘주어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그러나 이런 일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살생의 낚시의 취미를 젊어서 그렇게 열심이었던 등산으로 서서히 바꾸어 가고 싶다.


오늘도 나는 멀쩡한 세 마리 어린 붕어를 내 낚시 바늘로 눈을 찔러 애꾸를 만들어 방생하면서 마음 아파했기 때문이다.




그놈들을 방생하여 주면서 이런 부탁을 했다.


붕어야 붕어야 참붕어야. 날 영웅으로 만들어 다구. 무슨 영웅? 서민의 영웅이란다. 그 영웅은 흥부 제비처럼 너희들이 복권을 물어다 주어야만 된단다. 적당히 살면서 일만이 필요한 사람에게 일만원씩을 나누어 주면서 다니게.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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