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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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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소주와 포도주를 진탕 먹고 회사 후배와 집에서 잤다.
원래는 새벽 3시에 일어나려 했으나 깨어보니 새벽5시.
세상 모르고 자는 후배 깨워 주섬주섬 옷 입고
차 시동 거니 새벽5시20분.
자, 가자 오랜만에 충남 아산 신수지로.
서울 안산 지나 서해안 평택에서 빠져 떡밥 사고
아산만 방조제 지나 꼬불꼬불 신수지 도착하니 아침 7시.
10년만에 처음해보는 낚시라는 후배.
한 달동안 붕어다운 붕어 구경 못한 나.
초조한 마음, 설레는 마음으로 제방 왼쪽 하류로 직행했다.
물 빠진(저수율 60~70%) 저수지에 낚시꾼은 우리 포함 5명.
우선 떡밥부터. 변산에 에코에 물벼룩 말린 것. 지렁이 짝밥.
후배는 2.5칸. 나는 3칸.
1시간 동안 아무 소식 없다.
2칸대를 하나 더 폈다. 그래도 소식 없다.
벌써 오전10시. 그 사이 후배에게는 한두차례 살짝 들어가는
입질이 있었던 모양이다. 관리소 식당에서 밥 먹고 다시
자리 잡으니 오전11시. 오늘도 이렇게 가는구나.
2칸대 돌바닥에 걸린 듯 채비 완전히 뜯기고
이어 후배 2.5칸도 채비 완전히 뜯기고. 절망.
후배에게 3칸대 주고 나는 2.3칸 새로 꺼내 채비 가니 낮12시. 이제 끝이구나. 4시까지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데.
"자, 1시간동안 집중적으로 하자."
"집중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재미있어요."
떡밥 교체. 탄떡밥에 아쿠아. 지렁이 짝밥.
2.3칸대 11시 방향으로. 찌고무만 살짝 나오게.
물결은 살랑살랑. 갑자기 왠지 될 것 같은 기분.
역시. 드디어. 근 한 달만에.
찌가 1미리 정도 순간적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올라온다.
한 마디, 두 마디, 세 마디, 네 마디.
더 이상 기다리다가는 심장이 멈출 것 같다.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닐테지, 떡밥 풀어져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 어떤 손맛일까, 묵직할까, 뒤에 나무가 있었나, 뜰채는
어디있지, 후배는 어떤 반응일까, 맞은 편 조사는 이 모습을
볼까. 1초도 안 되는 그 사이에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챘다. 꾸구국-. 바늘에서 낚시줄과 낚시대를 거쳐 손으로.
이 정도로 파워풀했던가. 이 정도로 스릴이 있었나. 힘 쓰는 붕어. 준척급. 후배는 너무 좋아 박수까지 친다.
빵 좋은 붕어. 고맙다, 붕어야. 정말 고맙다. 이 얼마만의
손맛이고 눈맛이더냐.
잠시 후 다시 한 마디, 두 마디.
후배에게 이 모습을 보라고 말 하는 사이, 세 마디.
칠까 말까. 찌는 더 올라오지 않고 부들부들 떤다.
에라, 채자. 이번에는 5치짜리. 너도 고맙다. 잘 생겼구나.
"형, 진짜 재미있네요."
철수. 너무 아쉽지만 약속은 약속이므로 철수.
저녁때까지 하면 확실할텐데. 후배도 몇 마리 잡을텐데.
아쉬움 뒤로 하고 저수지 언덕길 올라오니 오후2시30분.
그래, 다음 주나 다다음 주 또 보자꾸나. 붕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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