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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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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왕지!
그간 얼음낚시에서 짭짤한 재미를
안겨주었던 곳이라 눈길을 조심해서 애마를
몰고 달려갔습니다.
새벽엔 엄두가 안나서 아침9시에 출발하여
11시가 다되어서야 도착하였습니다.
도로는 그런데로 괜찮았으나 분오리저수지 올라가는길이
장난이 아니게 빙판이 되어있습니다.
눈덮힌 분오리저수지엔 인적이 없습니다.
빙어낚는 재미에 겨울엔 발디딜틈조차 없을만큼
많은사람들이 들렸던곳인데 눈땜엔지 아무도 없어 햇빛에
반사되는 흰눈 그대로의
모습이 무척아름다와 보입니다.
빙어의 오도독한 입맛이 생각이나 침이 고입니다.
침을 닦으며 분오리지를 뒤로 한채 길을 재촉합니다.
코너를 돌때마다 아찔합니다. 할수 없이
차를 세워놓고 길가에 있는 재설함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염화칼슘은 커녕 소금부대 한자루도 없이 얼어붙은
흙많이 초라하게 굳어있습니다.
끌을 꺼내 대충부시고 얼음 뜰채로 흙을 퍼서 길가에 뿌려 봅니다.
나같은 낚시꾼들이 있을까봐(손맛에 굶주린 어설픈 낚시꾼말입니다)
대충 코너에 흙을 뿌려놓고 동막해수욕장을 지나 흥왕지 입구에
도착하자 혼자서 흙을 뿌리고 있는 낚시터 관리인이 보입니다.
관리인: "이 바람에 낚시하시려구요?"
나: "여기까지온게 억울해서라도 구멍이라도 뚫어보려고요"
관리인: " 하긴 서너명 들어와서 낚시하고 있어요...아뭇튼 강태공들
은 못말린다니까! 추운데 고생하세요"
나: " 고생은 아저씨가 하시네요 수고하세요"
흥왕지 얼음판위에는 골수 낚시인들로 보이는 4명이 모진바람과
추위에 달달거리고 있었습니다.
나: " 좀 나옵니까?"
골수낚시꾼: " 읍습니다 " (조황을 묻는 질문엔 언제나 낚시인들의 대답은 한결같음 "읍습니다, 안나와요" 물어본내가 얼뜨기지... )
멀리가긴 그렇고해서 그냥 관리소앞의 좌대를 바람막이 삼아
자릴 정했습니다.
얼음은 대략 7센치정도 되어보입니다. 쩡쩡하는 얼음비명이
맑게 울려퍼집니다.
맨마닥 수심은 약 1.5미터 푸르스름한 말풀들이 제법많이 자랐습니다.
지렁이를 달아 구멍속으로 집어넣습니다.
그리곤 담배한개피를 꺼내 입어뭅니다. 그러나 이놈의 터보라이터는
도무지 켜질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할수없이 꺼낸 담배를 도로 넣고
라이터를 겨드랑이 사이에 끼어녹입니다.
난로도 바람과 낮은기온으로 불이 안붙어 애를 먹입니다.
환장하겠습니다. 가까스로 담뱃불을 붙인후 담배연기 한모금 허공에
뿜어 냅니다.
담배맛이 죽입니다.
빙판길을 운전하느라 3시간정도 참았던
담배라 하늘이 핑핑 돕니다.
바람은 자지도 않고 계속해서 불어대 낚시대를 휩쓸어버립니다.
얼음조각을 붙여 낚시대를 고정시킵니다. 머리 좋습니다.
첫 입질입니다.
구멍속에서 움찔거리던 찌가 한마디씩 오르내리며 긴장을 하게 합니다.
드디어 서너마디가 다올라옵니다.
앗싸하는 챔질에 4치짜리 황금색 붕어가 대롱대롱 매달려
바람에 나부낍니다.태극기 아닌 붕애가 나부낍니다.
때깔? 죽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이쁜 붕어자태입니다.
한쪽에 얼음살림망을 급히 만들어 넣습니다.
추워서 파다닥거리다 이내 조용합니다.
또다시 입질입니다. 이번엔 찌를 아예 끌고 들어가버렸습니다.
들어올리니 3치정도되어보이는 녀석이 눈알만 굴리며 지보다 더큰
지렁이를 물고 있습니다. 엽기붕앱니다.
계속되는 입질에 시간가는줄 모릅니다.
시간은 어느덧 1시를 지나갑니다.
3치 4치 5치 올라오는 녀석들의 크기가 다 똑같습니다.
옆의 아자씨가 힘찬챔질을 합니다.
그러나 올라온녀석은 3치짜립니다.
아자씬 쓰벌쓰벌하면서 황청지로나 갈껄 괜히 왔네 하며 고녀석을
얼음판위에 냅다 패댕이 칩니다.
내가 주워서 내 얼음살림망에 넣습니다.
한동안 배를 뒤집더니
이내 몸을 바로하여 먼저 들어온 녀석들에게 장난을 칩니다.
2시가 넘어가자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하늘도 먹구름에 잔득
인상을 쓰고 있습니다.
붕찾수님께서 전화주십니다.
전화목소리는 오고싶어 하시는 마음이 물씬 묻어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렸습니다.
전화통화가 끝난후 또다시 입질입니다.
이번엔 제법 큰놈입니다. 6치 짜립니다. 오늘의 장원입니다.
바람이 거세지자 옆의 아자씨가 대를 걷기 시작합니다.
나도 철수 할까? 하는 유혹이 슬슬 시비를 걸어 옵니다.
낚자님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강포지에 낚수 와서 한수 하셨답니다. 요며칠 얼음구멍만 뚫다가
몸살이 나셨다는데 또다시 낚수 하신답니다.
대단하십니다. 많이 잡으시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나서는
담배를 겨우하나 붙여 물어봅니다.
흐르는 콧물에 떨리는 손에 부딪치는 이빨에
스타일 완죤히 구깁니다.
모 방송에서 취재나왔다며 잡은분없냐 합니다.
간신히(?) 피해봅니다(스타일이 말이 아닌 관계로)
앞쪽의 아자씨에게로 가서 전차표 붕어 10여마리를 찍고는
주위 배경만 찍어갑니다.
나도 이제는 더이상 못참겠습니다.
덜덜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대를 접습니다.
얼음살림망안의 붕어들은 동태가 되었습니다.
살얼음을깨고 녀석들을 하나둘 구멍속으로 돌려보냅니다.
총조과 여덟마리입니다 최고 6치짜리포함....
갈대에서 한분들이나 맨바닥에서한 저나 씨알은 똑같습니다.
담엔 관리소 반대편 끝쪽에서 해볼랍니다.
돌아오는길은 그래도 아침보다 낫습니다.
3시30분 기온이 영하 10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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