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거지 민물낚시 노지조행기 > 비무장 지대의 토종월척 : 낚시사랑

.....여기는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오니 절대 출입을 삼가시고
.....만약 이를 어길시엔 일신상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함을 알려 드립니다
.....또한 일체의 낚시행위를 금지하며 낚시행위로 인한 적발시엔 500만원
.....벌금과 판츄까지 다 벗기고 디지게 터진다는 것을 알려 드립니다

태풍 매미로 인하여 온 나라가 암울하고 침통하기만 하지만
작으나마 우리들의 정성과 마음을 모두어 간다면
이보다 더 큰 어려움이라도 쉽게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

밝아 오는 아침 햇살처럼
우리들의 작은 정성으로 모든 수해민 들에게
오늘의 아침은,또 숱한 내일의 아침은
새로운 시작의 날이 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고향 방문길에 찾았던 비무장 지대의 월척사냥을
조행기로 올려 본다

사전 현지 답사를 위하여 현장에 도착해 보니
큼지막한 대자보가 시선에 잡힌다.쪼깨 씨껍할 문구이다
그냥 포기할수도 없고 한참을 내려와 동네 어르신께 사정을 물었더니
이곳은 민통구역 이라서(특히 낚시꾼)낚시질하다 밤에 걸리면 사살이란다
캐미 불빛이 드러나면 무조건 갈긴다나 뭐래나...제기랄

니기미 갈기거나 말거나, 낚시꾼이 언제 그런걸 따졌던가?
현지 어느 분에게서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기대반,흥분반으로 낮에 익혀둔 지형을 이용하여
보무도 당당( ?..낮은포복 )하게 포인트를 향하여 이동을 하였다

물이 차오른 소류지
차 속에서 잠시 어두워 지기를 기다려 소로길을 따라 내려 갔는데
이게 머시기 조화라냐? 먼져 온 아조씨 한분이 계셨다
진짜 간댕이가 부운 사람이 나 말고도 또 한분이 거기 계시었다

원래는 포인트 주변으로 3-4명이 앉을수 있는 자리 였지만
물이 차 올라서 한분이 선점하고 나니 도무지 자리를 펼수가 없었다
어쩐다.....잠시 망서림

반대편으로 가려면 검문소가 있는 다리를 건너야 하고
지룅이가 있는 두엄을 지나야 하는데
밤길에 지룅이라도 밟아서 터지면 깨꼴락은 시간 문제 인 것 같고...
으휴,고민이다. 그냥 돌아가 버릴까?
그래도 일단은 물어나 봐야지...

"저 아조씨.. 오늘 밤낚시 하실려구요?"
힐끗 돌아보던 아조씨가
" 아녀요 밤 11시 까지만 할겁니다.내일이 명절인데 일찍 가야지요."
" 그래요..그럼 좀 기다려야 겠네요."

낚시대 3대를 펴시고 속초에서 오셨다는 아조씨는 현역 군인 이시라고...
그래서 이곳은 무사 통과라나 뭐래나? 쓰팔! 쌍시옷 나오게 하네 그랴
언 놈은 무사 통과고.언놈은 밤 늦게 살금살금 기어서 들어오고...

이런 저런 야그가 오고 간다
그런데 가만히 봉깨, 요 군인 아조씨 찌맛춤이 영 별루이다
완존 폭탄이다
지롱이를 달아서 던지는데 물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처밖힌다
ㅎㅎㅎ 저래서 뭔 고기를 잡겠다고.
찌나 올릴 수 있을려나 몰겠네~

시간이 지난다
아홉시가 바로 지났으니 열한시면 아직 두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기로는 도착한지 30분이 지난 지금 쯤이면
적어도 한 두마리는 올려야 하는데...

아직 한마리의 조과도 기록하지 못한 걸 보면 무거운 뽕돌이 영향을 준 것 같다
근데,낚시하러 온 아조씨가 웬누무 말씀은 저리 많으신지.
귀찮다.그래도 어쩌는가? 저자리를 꿰어 찰려면 참아야지

한시간 쯤 지났을려나?
한참을 뒤에 쪼그리고 앉아 이야기를 듣던 내게 아조씨가 얼굴을 돌리더니만
"어이 자네가 하게.당췌 입질도 없고 그냥 가야 겠구먼."
그러시면서 낚시대를 접는다. 흐흐흐... 진작 그럴 것이지

근데, 가만... 지금 나보고 자네라고 하였던가?
쓰팍~ 종아리를 한대 걷어차 버릴까?
언제봤다고 어이야 어이가...존나 기분 더렵네
그치만 봐줬다
일찍 양보해줘서...ㅎ

아조씨가 낚시대를 걷기 무섭게 서둘러 대편성을 끝냈다
3,5칸대 3대,이곳의 참붕어 빵을 이미 들은지라
브론대에 3호 원줄을 사용하였다

낮에 화진포에서 철퍽거리며 잡아 올린 생새우
톱밥에 담기어 통통 튀는 새우들을 손을 넣어 꺼낸후
외바늘을 이용하여 등짝을 후려 꿴 다음 드뎌 앞치기로 휘~~익

우측에 2대는 살아 있는 새우를 달고
좌측 1대는 지롱이 세마리를 달았다

생미끼 낚시
몇번의 경험은 있었지만 다소 어설픈 낚시였다
일전에 이미 들은 바가 있어 봉돌을 다소 무겁게 하여
캐미 불빛이 물속에 살짝 잠기도록 하였다
그래야 순찰을 돌던 빼트콩이 M-16으로 쌔래 갈기지 않는다 하였지

낚시대를 던지고서 20 여분을 기다렸나
좌측에 지렁이 미끼에 입질이 온다

쭈-우우욱~~~

밀어 오르는 찌올림이 참말로 부드럽다
여지없이 패~앵..흐흐 여덟치의 붕어 토종이다.. 기분이 짱이다, 출발이 좋다

그런데 좀 한심하기는 하다
아무리 제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낼이 추석인데
모여 있는 가족들을 두고 여기서 혼자 밤을 세워도 되는걸까?
떨쳐버릴 수 없는 한가닥 거시기가 자꾸만 양심 한쪽을 쿡쿡 찔러 오는것 같다
에이 그래도 물을 보고 참는 것은 낚시꾼의 도리가 아니겄제.

스스로를 잠시 기다리노라니
다시 왼쪽의 지롱이 찌가 쑤욱 올라온다
진짜 왕 분위기다.
80여 센치의 장찌가 몸통까지 들어올리며 치 솓는다

여지없이 또 패-앵~~
힘깨나 쓴다. 꺼내어 보니 대략 아홉치는 넘는가 보다
손바닥을 꽉 체우고도 지느러미가 남을 정도이니...
쉽게 보지 못했던 넘들이다

잠시 가족들을 생각하던 마음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코빼기도 안보인다
서서히 몸이 달아 오른다
고즈넉한 산중에 민간인 이라고는 혼자 뿐인 소류지에서 일 한번 내려나 보다

계속 되는 입질로 손은 바쁘기만 하고
대략15 마리쯤 올렸을까?
넘 바쁘고 귀찮기도 하여 지롱이를 빼고 새우를 달았다
새우로 바꾼 걸 아는걸까?
이제 좀 잠잠 해진다

시간이 흘러 삼경이 지난다
사위는 고요하고 어디선가 새 울음 소리만이
간간이 밤의 고요를 휘져으며 침묵을 깬다

잠시 어둠을 둘러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몸이 움추려 든다
신나게 잡아 낼때는 몰랐는데 사위가 조용하니
갑자기 무서움이 슬슬 몰려온다

어릴 때 들었던 방아다리의 전설과
저녁이면 나타 난다던 방아다리의 도깨비
그리고 소학시절,바로 요옆 불종사 뒷산에서 사살되던
공비 라 불렀던 자의 끔찍한 살인사건이
그날의 생생한 기억을 떠 올리며 싸늘한 공포로 등골을 훓어온다

아고, 씨부럴 이거 계속 해야 하는가.

꼬질대에 부착된 소형 후레쉬가 있었지만 함부로 불을 밝힐 곳도 아니고
점점 음침한 생각들이 허연 공포의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다가 드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철푸덕~ 거리며
무엇 인가가 둔탁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지 않아도 소름이 끼칠 판인데,
갑자기 고요를 째는 스산한 소리는 더 큰 공포를 몰아온다
심장이 떨렸다
심장 마비라는 것도 이렇게 오는가 보다

가슴을 쓸어 앉고 졸라 씨껍해서 뒤돌아 보는데
거무틱틱한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임이 있었다
집승인가?
등골이 오싹했다
머리 끝이 쭈욱 솟는 것이 느껴졌다

이곳은 빼트콩의 출몰 지역이 아니었던가?
몸을 움추려 나무 뒤 편에서 눈깔을 빛냈다
혹시라도 진짜 빼트콩은 아닐까?

숨 죽여 후방을 보노라니 무언가 커다랗게 다가오는데 어마어마한 물체다
사람이다.남산 만 한 덩치의 사내.
휴~ 안도의 한숨

얼굴은 자세히 모르갔고 나이는 더욱 알 수 없는 사람이 다가 서면서
"좀 잡았슈?" 하고 물어 온다
" 예, 몇 수 했습니다."

안심이 된다.늙으스레한 목소리.저분도 낚시를 하러오신 모양이다.
물이 차오른 뚝방길을 허리까지 오른 장화를 신고서
철퍽거리며 샛길로 들어가시며
원래 대물 포인트는 내가 앉은 곳이 아니고 바로 그곳 이라나...

무섭던 생각들이 한 사람의 등장으로 일시에 물러가고
다시 개운한 맘으로 낚시에 몰입했다.
손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다.새벽 1시 23분

잠시..오분여가 지났을까?
맨 우측의 대가 오르기 시작한다.
세마디 쯤.여지없이 챔질이다..만~

오마나...팅~하더니만 감촉만 남기고 헛빵이다
분명히 찌가 오르는 순간에 챔질을 했었는데
다시 새우를 달려고 새우통을 휘젖는데 이번엔 가운데 찌가 오른다

두마디..그래 바로 이거야
휘~~익 얼러리.또 헛빵이다
워메.참말로 먼 일이다냐?
분명히 두마디 오름을 보고 챔질을 했었는데...

한두번 챔들에 헛빵을 하다보니 웬지 자신이 없어 진다
다시 시간이 지난다
암만 생각해도 아깝기만 하다.잡을 수도 있었는데...
새우 입질에는 대물이 물린다고 했는데...

조용하게 기다린지 대략 20 여분이 지났을까
맨 우측대가 또 위로 솓는다
이번엔 좀 기다리기로 했다
두마디를 오르고..잠시 추춤 거리더니 다시 오른다
두 세마디를 오르는가 했을 때를 노리고 챔질..성공이다

흐흐 좌측찌를 향하여 물보라를 일으키며 순식간에 달아 난다
두손을 움켜 쥐고 끌어 당긴다.
브론대,쉽게 부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무지막지 하게 끌어 들이는데 좌측찌를 걸고서 달려 오는 놈이
크기가 보통이 아니다

물가에 몸뚱이를 잠겨 두고 찝게를 이용하여 조둥이를 찝었다
한눈에 척 보아도 30센치는 훨씬 넘었다
옆에서 낚시하시던 분이 물어 왔다

" 월척이요?"
" 예,크네요."
" 이곳엔 잡았다 하면 거의가 월척이지요."

처음이었다
양어장 월척이야 말하나 마나고,소류지에서 참붕어로 월을 역어내는 것이..
전에는 월이요~ 하더라도 그깟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잡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흐..요 짜릿함..심마니가 심 봤을 때의 그 기분 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묘하게도 이번에 낚은 놈은 조둥이가 걸린 것이 아니었다
목줄이 아가미를 반바퀴 두른 다음 바늘이 옆에서 안쪽으로 꼽히어
순전히 아가미에 줄로 인하여 요행이 끄잡아 낸 것이었다

잠시 통밥을 굴려본다. 왜..?????
갑자기 삼단 입질이란 말이 생각 난다
지난번 야전팀과 낚시에 어울렸을 때 자작찌 님이 하던 말이었다
참붕어 대물은 삼단입질 이라고...

아~왜 그걸 몰랐을까?
그래,바로 그거였어

다시 낚시대를 담그고 기다림이 시작된다
한 20 여분을 지나는데 이번에는 왼쪽 찌가 오른다
두마디..세마디..네마디를 지나고 다섯 마디를 넘게 오른다
그런데,어메~단차 입질이 아니고 외통수 입질이다
혹시하여 더 기다리기로 하였다
슬며시 오르더니 한참을 오르다가 다시 내려 간다

제기랄..챔질이라도 해볼걸...

지렁이도 아니고 새우 미끼인데도 뭔 찌가 저리 오른당가?
작은 놈이었나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엣골에서 금성님을 뵈었을 때
물낚에 대하여 공부라도 좀 해 두는건데...아쉬움
담에는 때를 써서라도 기술 전수를 받던가 해야지

다시 기다리노라니 중간 대가 오르기 시작한다
세마디.멈췄다..진짜다
다시 두마디를 오르더니 또 멈췄다. 흐흐 대물이다 한번만 더...

기다린다.한번만 더 오르면 삼단이다
그런데,아고~ 요놈이 한번을 더 오르지 않는다
잠시 이,삼십초를 기다려도 마찬가지다
다시 조금 더 기다려 보려니 에고..그냥 내려간다

또 해깔린다
분명 한번 더 올려야 삼단 입질인데.왜 안 올렸을까?
분명코 삼단 입질 후에 멈춰섰을 때 여유있게 땡기라고 했었는데...

그렇게,묘한 입질과 챔질로 여덟번 정도를 헛챔질을 하였나보다
한참 감을 못잡고 있는데 다시 오른쪽 찌가 오른다
한마디..두마디..그리고는 멈췄다
이번엔 그냥 채리라.
그냥 채려고 하는데 오마나~또 오른다 .
세마디다 세마디

요거다 .....패앵...팅팅팅~~~

한밤의 정적을 깨는 피아노 줄소리
버팅긴다.보통이 아니다
월이라는 필이 강하게 전하여 온다
잽싸게 왼손을 이용하여 가운데 낚시대를 걷어 올리고,
다시 왼쪽 낚시대까지 걷었다

달려오지 않으려고 용을 쓰는 놈이 보통이 아닌 갑다
겨우 눈앞으로 끄잡아 놈을보니 아까것보다 훨씬 더 큰놈이다
정확한 잣대가 없어서 계측은 불가 했지만 잉어 크기의 놈이다
바늘도 조둥이에 정확하게 걸리었고...

찝게를 이용하여 꺼내 놓고 보니 밤이라서 그런가 정말 큼 놈이었다
월 인 것만은 확실한데 4짜인지는 모르겠다
놈을 망태기에 던져 놓고보니 맥이 탁 풀린다

다시 낚시대를 던지고 걷어 두었던 낚시대에 새우를 매달려는데
어쭈..어둠 속에서 엉켜 버렸다
후레쉬를 켜면 쉽게 풀 수 있을텐데...
여의치 않아 줄을 끊어 버리고 낚시대 두대를 접어 버렸다

한대다. 그치만 평안하다
왠지 모든 것을 다 체운 넉넉함이랄까?
이젠 더 이상 잡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었다
조금은 졸립기도 하고,으슥하니 추위도 몰려 오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시 골몰한데 다시 찌가 오르기 시작한다
2단 입질.그리고 멈췄다.잠시 기다리다가 그냥 땡겼다
여지 없이 패앵 이란다
2단에서도 걸려 나온다.
끌어내 보니 역시 놈도 월 이상은 되는것 같다

스물 다섯 마리쯤 될런가
집에다는 친구 놈들을 만나고 들어 오겠노라고 야그하고 나왔는데
아흐~요놈들을 워찌해야 하는감.
잴 큰놈으로 한놈만 가져갈까?
여기 저기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새벽 세시가 넘었는데
이시간에 이걸 어디에 둔단 말인가?
집에도 둘 수 없고...

고민~행복한 고민이다.
옆 사람이나 줄까?
힐끗 옆사람을 건네 보니 저쪽 수풀가에 진을 치고 계시는데
건너가기가 쉽지 않다
무릎 장화로는 어림도 없다

에이..그랴
낚시꾼에게 물려 준 것 만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무럭무럭 더 크게 자라나기를 빌면서 다시 돌려보내 주었다
바늘에 찔린 고통도 있을텐테 어디 쳐박혀 죽지는 않을려나...
생애 처음으로 월이라는 놈을 내손으로 직접 잡던 날
몹시도 가슴 벅찼던 추석날 아침 이었다

집에 와서요..?
디지게 욕 먹었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