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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20분 거리에 소류지가 있다.
산속에 있는 소류지라서
저수지 위에는 밭만 있다.
준계곡지라서 물이 맑고 수심도 깊다.
양파 수확이 끝나야 모내기를 하므로
아직 배수를 하지 않고 있다.
10년전쯤이 될까?
후배를 따라 가서 지렁이를 담그니
8치가 힘이 당차고 찌올림 또한 시원하여
언제나 자주 찾아가는 놀이터가 되었다.
밤낚시보다는 이른 새벽에 집중적인 입질을 하기에
새벽에 와서 출근하기 전까지
8~9치를 20여마리는 거뜬했던 곳이다.
비록 월척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8치만 되어도
당길힘이 월척을 능가해
짜릿한 손맛이 좋아서
몇해동안
후배와 나만의 조용한 놀이터였다.
그런데, 어느 해 준설을 하기 위해서
저수지가 바닥을 보였고
마사토로 이루어진 저수지라
붕어가 숨을 곳이 없어
한 마리의 붕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시 무너미로 물이 넘칠 만큼 큰 비가 와야 하고
다시 붕어들이 크려면
긴 세월이 필요하기에 나에게 버림을 받았다.
지난주,
새로운 놀이터인 방곡지로 가 보니
모내기를 하느라 배수를 하고 있어
어디로 갈까 한참을 생각끝에
불현듯 옛애인이 생각나서 찾아가 보았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예전보다 물이 많이 나빠졌고
빽빽하게 자라던 수초는 엉성하게 자라고
이끼가 무리지어 떠돌아 다니고 있어
늙어버린 옛애인을 보듯 가슴이 아팠다.
오로지 지렁이만 입질을 하므로
4대를 펴고 먼 산을 바라볼 때 쯤
떡밥용 장찌가 스물스물 올라왔다.
급한 마음에 챔질을 했는데
한 손으로 감당키 힘들어
두 손으로 요리조리 이끌어내니 9치는 될 것같다.
그 손맛을 잊지 못해서
토요일 아침 일찍 찾아갔다.
낙동강에서 5짜가 나왔다는 소문도 있지만
강낚시는 낮에 잡고기 성화가 심해서
느긋한 찌맛을 보기 위해서 옛애인을 찾아갔다.
물론 아무도 없다.
수초가 멀리 있어 40,36,36대를 가운데 장착하고
옆으로 32대를 폈다.
자주 입질이 오지도 않고
일단 입질이 오면 8치정도는 되니
하나,둘 펴다보니 11대를 펴고 말았다.
낮에 지렁이 낚시를 11대를 폈다면
누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담배를 두 대쯤 피우고 나서
8시쯤 되었을 때
36대의 찌가 스물스물 올라오기에
급하게 챔질을 했는데
두 손으로도 제압이 되질 않는다.
옆으로 3미터나 차고 나가는 넘을
이리저리 몰고 오는데
팅~~!! 하더니 찌만 허공을 갈랐다.
내가 어뱅이 맞나?
좀처럼 걸린 고기를 놓치는 법이 없는데.......
떡밥낚시를 하던 6호 쌍바늘이라
걸림이 좋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14호 바늘로 교체를 했다.
30분이 지났을까...
이번에는 수초 옆에 세워둔
40대의 찌가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찌가 기우뚱 할 때
강하게 챔질을 했더니
또 옆으로 짼다.
한 번 실수는 병아리 장사(兵家之常事)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할 수는 없다.
끌어내보니 빵이 엄청 좋다.
준계곡지에 이렇게 빵이 좋은 넘이 나오다니....
색갈이 또한 완전히 누런 황금빛이다.
빰치로 재어보니 고개가 갸우뚱이다.
될까? 말까?
턱걸이는 되겠지!
집에 와서 줄자를 들이대니 겨우 턱걸이다.
담배꽃이 예쁘게 피었고
오디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었다.
나의 잊어버린 옛애인을 다시 만났으니
틈만 나면 가서 사랑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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