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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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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지 : 경기
송어 낚시에 연어 알, 송어 알이 최고라고 누가 그래요?
물달구요,
머리털 나고 처음,
생전 처음.
민장대 떡밥으로 송어 잡았슴돠!!!
이만하면 고수 중에 고수 아닌가요? poo-ha-ha 영감!
울 영감
금요일 밤늦게 집엘 오더군요
토요일 날 근무인데 말이예요
마눌 보고파서 온 줄 알았더니
토요일 밤낚시 하려면 차를 가지고 가야한데나 어쩐다나.
낚시 생각하면 영감 차 가지고 다니게 하고 싶지만,
지요,
차 안 맡깁니다 왠 줄 아세요?
영감탱이,
운전하면서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여자들 신체검사 다 해요
"캬! 직인다"
"뭐가?"
"저 처자"
"성형미인이야, 운전이나 똑바로 해!"
"저 아줌씬 짝 궁둥일세!"
조수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도 그런 소리 들으면 눈이 번쩍 뜨이고
"어디?" 하고 두리 번 거리면 이미 내 시야에서 멀어진 여자들이지요
우띠 난 운전 할 때 신호등 보며 직진하기도 바빠
배용준이 코앞에서 윙크해줘도 못 알아 볼 판국에
넘의 여자 감상할 여유라니요?
그럴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드러버서 나도 연수받아
차 끌고 다녀야지 하지만 맘처럼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마눌도 당신보다 잘하는 게 있다오
지난 일요일 낚시 가서 영감보다 고기 많이 잡은 것 인정하지요?
금 쪽 같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남편 회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뒷방울 저수지로 갔습니다
사전 답사한 영감 이야기로는 수질이 깨끗해 송어도 나오고
떡에 바닥붕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나 어쨌다나?
3만평의 아담한 저수인데
1호지는 송어 터로 캐치&릴리즈
2호지는 장검 휘두르는 곳이고
3호지는 단검 애호가들 터인데
실망인 것은 저수지를 한바퀴 둘러 본 영감이 아무 데나 앉아 잡자는 거예요
나는 1호지 바로 옆인 하류 쪽 연안좌대에 앉고 싶었는데
영감은 중류 잔교좌대에 앉자는 겁니다
지는요, 사람들이 왔다갔다할 때마다 출렁거리는 잔교좌대는 싫거든요
두어 번 내 의견을 말해봤지만 영감탱이 말 안 듣데요
꼭 마눌 옆에 앉혀 놓고 잔소리 이 잡아먹듯 해야 낚시 할 맛이 나나봐요
특이한 성격이야 울 영감!
11시경 화장실 갔다 온 사이 남편은 강준치 한 마리 잡았다며 살림 망을 담가 놓고
자야겠다며 차로 들어가더군요
그때까지 제대로 된 입질 한번 못 받은 나는
영감이 자러 들어가자마자 영감 낚싯대 전부 지렁이로 싹 갈아버렸지요
3.3칸대까지는 앞치기가 가능한데 에궁 3.6칸대는 무리더군요
할 수 없이 수윙으로 던지니 기특하게도 정확히 착수하더군요
간만에 스윙으로 낚싯대 휘두르다보니 옛날 초보 시절이 생각나더군요
울 영감 무대뽀 스윙 낚시하는 마눌 때문에 낚시하다 말고 나무 많이 탔습니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한시간에 한 마리씩 남편 낚싯대로 붕어 가 올라 오는데
올해 처음 맛보는 손맛에 잠이 옵니까?
떡밥도 얼고 손 씻는 물도 얼고 몸도 얼었지만,
그래도 견딜만하여 아침까지 버텼습니다
해뜨기 전 추위가 제일 심하더군요
7시에 일어나 나온 남편이 이 추위에 미쳤다며 눈을 부라리데요
남편 쫑코에 주눅이 들어 차에 들어 가 자려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씨 밤샘 낚시하는데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왜 큰소리친 대요?
오기로 도로 나와 앉았습니다
아침 9시쯤 되자 재미없다며 슬슬 낚싯대 접자고 하더군요
그때였어요
3마디 정도 올라 와 있던 내 찌가 물 속으로 쭉 발려 들어가더군요
챔질 했지요
묵직한 게 어찌나 앙탈을 부리는지 3.3칸대를 세울 수가 없습디다
영감은 대를 세우라는데 누가 세우기 싫어 안 세웁니까?
남편 낚싯대 두 대나 엉켜 놓고 좌대 앞으로 끌려 나온 것은
달구 미인계에 넘어 간 눈먼 송어!
바늘 털이를 어찌나 심하게 했는지 입에 걸린 8호 바늘은 빠져 버렸고
나머지 바늘 하나가 등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더군요
밤샘 추위에도 그렇게 안 떨었는데 송어 한 마리 잡고 나니
온 몸이 달 달 달 떨리는데 밤새 쌓인 피로가 싹 가시더군요
내가 송어를 걸어 내자 영감 가자는 소리가 쏙 들어갑디다
그날 난 발갱이 한 마리 떡붕어 5마리 송어 한 마리로 손맛 톡톡히 봤고요
울 영감 붕어 한 마리 강준치 한 마리로 쫑 했습니다
가는 길은요
전철 타고 가서 자세히는 설명 못하지만
4호선 오이도 전철역에서 나와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지하차도 나오는데 그곳서 조금 가다 좌회전 표시 있거든요
거기서 좌회전하면 시흥전철 기지창 나오는데 기지창 바로 뒤에 있어요
여자들은 남편 보다 낚시 잘 해도 입어료 공짜입니다 ㅎㅎ
참고로 수중 좌대가 없어 졸리면 차에 들어 가 자야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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