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장미의 계절이다.
산에는 아카시아 꽃잎이 떨어지고 녹음이 우거졌다.
녹음 속에서 하루종일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길가에도 정원에도, 담장에도 온통 장미꽃이다.
꽃중의 여왕이라 할 만큼 색갈도 다양하고 모양도 화려하고
향기 또한 어느꽃보다 진하고 향기롭다.
그러나, 장미에는 가시가 있어
아무나 쉽사리 꺽을 수 없다.
용기 있는 자만이 장미를 꺽을 수 있고 미인을 얻을 수 있다.
유월은 호국의 달이다.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넋들을 위로하는 달이다.
내일이 현충일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가난하고 무지한 백성은 나라를 위하여 총칼을 들고 나서는데
부유하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다.
농촌에서는 모내기를 하느라 저수지마다 배수를 하고
낚시를 하는 꾼들은 터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 계절이다.
산란이 끝난 붕어들의 활동도 뜸해진 때라
대물을 만날 확률도 떨어지니 마땅히 나갈 만한 곳이 없다.
아직 휴가가 1주일이나 남았으니
어딜 갈까 망설이다가 왕사짜님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서울에서 허초님이 내려오니 임하댐에서 5박 6일 장박을 한단다.
오후 3시에 도착을 하니 그 때 만나서 같이 가자고 한다.
댐낚시는 대개 자동차에서 멀리 걸어가야 하는데
자동차를 물가에 세우고 낚시를 할 수 있는 멋진 곳이 있다고 한다.
언제나 같이 갈 수 있는 낚시친구가 있어 좋다.
마트에 가서 오골계 3마리와 백숙에 필요한 황기, 마늘, 대추를 샀다.
소금만 있으면 먹을 수 있으니 가장 편하고,
술안주로 좋고, 식사 대용도 되고,
오골계는 정력에도 좋다고 하니 여름 음식으로는 백숙만한 것도 없다.
백숙에는 머루주가 어울리니 한 병 챙겼다.
낚시점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불이 나게 댐을 향해 달린다.
낚시를 갈 때는 언제나 마음이 급하다.
꼬불꼬불 고개를 넘고 비포장길을 달려 물가에 도착을 하니
서울서 왔다는 두 명의 조사가 이미 터를 잡고 대를 펴고 있었다.
산그림자가 지는 시원한 곳에 터를 잡고 하룻밤 노숙할 준비를 한다.
힘들게 낚시를 펴고 나서, 밤낚시를 하고 자리를 비운 사람의 망태를 살며시 들어 보았다.
그런데, 붕어의 몸에 온통 붉은 반점이다.
모두 얼굴이 벌레 씹은 모습이다.
한 마리를 잡아도 예쁜 붕어가 좋다며 어렵게 편 대를 접고 자리를 뜬다.
임하댐에도 붕어가 오염이 되었으니 어디가서 예쁜 붕어를 만날까?
비포장길을 급히 나오다 왕사짜님의 자동차가 펑크가 났다.
허초님이 즉석에서 교체를 한다.
오늘 CPX를 하는 것 같다.
대를 폈다가 접어서 급히 이동을 하고
길가에서 펑크 난 타이어 교체까지....
좀 더 상류로 올라가 입장료 3천원씩 지불하고 들어가 보니 또 환상적인 낚시터가 있다.
나에게 먼저 자리를 잡으라고 한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름답다.
자리가 편한 곳이 명당이라, 받침대 잘 들어가는 곳에 터를 잡고 4대를 폈다.
이미 해가 지고 있으니 서둘러 대를 펴고 백숙을 해서 소주 한 잔씩 쭉~~~
케미를 꺽고 지렁이 짝밥채비를 하고 대를 날렸다.
입질이 좋고, 찌올림이 좋고, 씨알이 좋다나!
내가 먼저 9치급 한마리를 마수 걸이 한다.
오늘 대박이 터지려나?
9치급 한 마리를 더 올리고 손가락 같은 뱀장어와 발가락 같은 메기도 잡았다.
어둠속에서 물소리가 졸졸 들린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물소리다.
먼 산에서 소쩍새 울음소리와 궁노루 울음소리도 들린다.
총총이 빛나던 별들이 사라지고
기울어 가는 달이 구름 속에서 몇 번 숨바꼭질을 하더니
조용하던 물 위에 파장이 일고 동풍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마파람에는 게눈도 감춘다고 한다.
입질이 없어 다시 모여 앉아 소주를 마신다.
서울서 늦게 배대령이 도착을 했다.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일찍이 차에서 잠을 잤다.
새벽 4시에 눈을 뜨니 사방이 훤하다.
동풍이 여전히 살살 불어 온다.
찌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7치 한 마리가 밤새 고생을 하다 걸려 나왔다.
왕사짜님의 찌 4개가 한 곳에 몰려있다.
혼자서 처리하기는 힘이 들 것같아 허초님이 와서 도와주었다.
용케도 줄을 자르지 않고 4대를 다 풀어낸다.
나의 29대가 걸려서 채비가 떨어졌다.
수제찌가 귀하고 비싸니 건져야 한다.
왕사짜님이 나의 수초낫을 들고 도와 주었다.
서로 도와주니 편하고 좋다.
장박을 하려는데 첫날 꽝을 쳤으니 내강난감이란다.
쪼아야 하나? 옮겨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망설이는 그들을 두고 난 먼저 대를 접었다.
아직은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담배만 피웠다.
돌아오는 길에 호숫가에 예쁜 휴게소가 있어 사진을 찍었다.
오다가다 구경만 했는데 장미가 곱게 피어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왕사짜와 허초 일행은 어젯밤에는 안동 낙동강 지류인 암산에서 1박을 하고
오늘은 의성군 비안면 이두 소류지에서 대박의 꿈을 안고 참붕어 채집을 하고 있단다.
내 배가 아프더라도 대박을 맞았으면 좋겠다.
만약 대박이 터졌다면 만사는 제쳐두고 어뱅이도 달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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