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인가?
그리움인가?
아니면 오기, 갈증...?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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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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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이다.
죽어서야 낫는 병이다.
이제는 건강이 좋아졌는데
밤낚시에 피우는 담배, 소주, 라면, 삼겹살...
밤이슬, 찬바람, 모기...
이 모든 것들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가족의 결론에 따라
밤낚시는 금지가 되었다.
갈증!!!
번출과 낮낚시만으로는 갈증을 해소할 수가 없다.
모기가 피를 빨더라도
개구리 울음소리와 부엉이 울음소리가 듣고 싶고
검은 수면위에 파랗게 빛나는 캐미불빛이 그립다.
왕사짜님과 물찬제비님이 같이 가기로 하여
의성IC낚시 한사장에게 전화를 하니 마땅한 곳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의성 상신지로 가자!
그곳에는 식사를 준비해 주는 할머니가 계시니
거치장 스러운 식사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물찬제비는 갑짜기 4촌이 상을 당해 참석하지 못하고
왕사짜님이 먼저 출발을 했다.
태백에서 동쪽나라님이 안동 일직에 대를 폈다는데
멀리서 오셨으니 얼굴이라도 보았으면 좋은련만
6시 퇴근을 하고 안동에서 의성까지 가야 하는 마음이 급하니
다음기회에 만나자고 핑개를 댔다.
6시 서둘러 퇴근을 하고 급하게 달려갔더니
왕사짜님은 아직 대를 펴고 있다.
내 자리도 점지해 놓았기에 서둘러 대를 편다.
 
대를 펴고 저녁을 먹은 후 케미를 꺽었다.
오늘은 참붕어로 한판 승부를 겨루기로 했다.
장마비가 잠시 추춤했지만 후덥지근한 날씨와
피를 보겠다는 모기들의 극성에 좀 짜증이 난다.
그래도, 파란 케미불빛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어둠이 내리고 멀리 공장과 가로등이 희미하게 빛난다.
왕사짜님은 전날 마신 술로 피곤한지
좀 자고 나오겠다면 차로 들어 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내 자리와 옆 자리의 두 살림을 다 보느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가슴을 조이지만
찌는 여전히 굳게 말뚝을 박은 듯 움직일줄 물랐다.
12시쯤 왕사짜님이 일어나서 자리를 지키는 걸 보고
내가 차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모처럼의 밤낚시에 기대를 걸었지만
오늘은 일진이 맞지 않는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니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았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잔뜩 흐린 하늘에서 부슬비가 내리고
부들줄기는 태풍으로 인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왕사짜님은 다시 차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찬물을 한잔 마시니 가슴이 시원하다.
긴 호흡으로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키고
다시 미끼를 갈아 끼우려고 채비를 거두니
미끼가 모두 그래도 있다.
간밤에 님들이 나들이를 하지 않았나보다!
요즘은 아침낚시가 잘 된다고 하니
행여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희미해지는 케미불빛을 열심히 지켜보았다.
한 시간 가량 자리를 지겼지만
입질을 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 어슬렁 저수지 물가를 맴돌았다.
이른 아침이라 잠자리가 날개를 치며 미역을 감고 있다.
물파장이 일어날 만큼 힘찬 날개짓이다.
 
메꽃과 나팔꽃이 예쁘게 피어 있다.
 
메꽃은 밤에 피고, 나팔꽃은 낮에 피는데
아침이라 함께 정답게 피어 있다.
울밑에 선 봉선화
 
여름을 지키는 백일홍
 
 
7시, 왕사짜님을 깨워 부슬비를 맞으며 대를 접었다.
언제나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다.
밤에 돌아오라는 아내의 전화를 받았지만
물가에서 잠을 자는 것이 나에겐 너무나 좋다.
전화를 받는 것이 성가시지만
나를 걱정해 주고 챙겨주는 아내가 있으니 다행이다.
할머니에게 부탁을 해서 아침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상신지에는 두 곳에서 식사를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내가 즐겨 가는 곳은
평상이 있는 뒷편에 교장으로 정년퇴직하시고
할머니와 조용히 노년을 보내시는 李相九 할아버지 댁이다.
할아버지가 손수 지은 채소쌈과 할머니가 손수 만든 된장맛이 일품이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에서 어머니 냄새가 난다.
아예 크다란 양푼에 밥을 갖다 놓고 배를 두들기면서 자꾸만 먹는다.
비록 챔질 한번 못하고 물가에서 보낸 밤이
마음이 홀가분하게 만들었다.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물가에 나오면 마음이 편한 건
어쩔수 없는 어뱅이의 습관이다.
그래서, 또 가족들의 눈총을 맞으면 물가로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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