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지 : 충남 바쁜 주중 생활 뒤 찾아 오는 주말. 아내와 중학생인 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자연을 만끽하고픈 욕구가 너무 강한지라 9월 마지막째 주인 9월 29일(토) 당진 안국지로 향했습니다.
밤낚시에 몸 상한다고 과일 등 음식을 바리바리 싼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가지면서도 낚시짐 외 음식도 한 보따리여서 짐이 너무 많다고 아내에게 싫지 않은 푸념을 남기면서.... 안국지 음식이 맛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입니다. ㅋㅋ(사실 이런 고마운 아내가 어디있습니까?)
추석 연휴를 틈타 안국지에서 월을 잡은 후 이번이 2번째 출조라 욕심없이 좋은 공기 마신다는 생각으로 낚시대 6대를 한 대 한대 펴기 시작했습니다. 첫 출조 때 무지막지한 잉어 때문에 원줄이 터지고 바늘이 펴지는 상황을 피하고자 5호 원줄에 케브라 합사 5호 목줄, 감성동 5호 바늘로 다소 무식하게 중무장하고서 말입니다.
이 시각이 오후 2시경. 떡밥으로 오후에 손맛을 보고 저녁 새우낚시를 통해 대물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마침 옆자리에 자리 잡으신 포항 출신의 대물 전문 낚시인과 담소를 나누며 오후를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그 분은 조력이 30년 이상으로 채비도 남달라 보였는데 그 땐 제 채비가 왠지 초라해 보이더군요. 그 날 따라 생새우를 구입하지 않아 새우망으로 자생새우를 채집했습니다. 원! 새우가 이렇게 작아하며 손에도 잡히기 힘든 새우 여러 마리를 끼워서 본격적인 밤낚시에 들어 갔죠.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조사님들이 출조하셨어 화려한 불꽃놀이 장관마저 펼쳐졌습니다.
그런데 첫 출조때도 그렇구 기상청 예보에는 비가 온다는 소식이 없었건만 하늘도 무심하지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안국지니까 자위하며 캐미를 꺾고 찌와 함께 저수지를 한껏 감상하고 있던 초저녁. 이 때 일이 터졌던 것입니다.
3.1대 찌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순간 호흡을 멈추고 긴장했습니다. 찌올림으로 봐선 분명 자연산 잉어는 아니고 그렇다고 7치~ 8치 붕어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2단 수직상승을 기대했습니다. 예상대로 잠깐 멈춘 찌가 다시금 상승하기 시작해 찌톱까지 거의 다 올렸다고 판단한 순간 낚시대를 강하게 챔질을 했습니다.
돌덩이처럼 엄청 묵직한 느낌이 들었고 적어도 월척급 이상은 되겠구나 하면서 몇 차례 붕어와 실랑이를 벌이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얼굴을 확인했습니다. 완전히 끌어 올리는 순간 월척임을 확신했는데 4짜급이라곤 생각을 못했습니다. 초보조사의 아마츄어적인 생각이죠. 그저 월척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앞선 것이었죠.
조심스럽게 살람망에 넣는 순간 옆 조사님께서 “4짜급은 될 것 같네요” 하시는데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 뿌듯한 기분에 월척이든 4짜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거든요. 이후 7치 ~ 8치로 손맛을 보면서 또 29센티 붕어 한 마리를 올리고 새벽녘을 맞았습니다.
철수 준비를 다 끝내고 안국지 사장님께 안국지에서 좋은 시간 보냈다는 감사한 마음에서 인사나 드리려고 식당에 들렀습니다. 여사장님께 지나가는 말로 4짜급 붕어를 잡은 것 같은데 전해 드렸는데 언제 잡았냐고 하시면서 빨리 붕어 계측을 하자고 하십니다.
때마침 마실 나가셨던 사장님도 오셨어 하루 밤을 꼬박 살림망에서 지새운 붕어를 계측한 결과 41센티로 최종 확인하셨고 왜 잡은 즉시 연락하지 않으셨냐고 질책 아닌 질책을 받았습니다. ㅋㅋ 밤 사이 1센티를 줄었다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체고가 아주 대단한 4짜급 혹부리 암붕어라고...
어쨌든 4짜급이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입니다. 안국지 사장님은 물론 주변 조사님들께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시는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히 손맛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진솔한 사람의 냄새는 물론 자연을 벗하고자 찾아온 안국지에서 또 다른 따뜻함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4짜급 붕어의 행운이 제게 찾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방생했습니다. 다소 아쉬웠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 그 붕어를 자연의 품으로 되돌려 준 것 자체를 아주 기분좋게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아내도 아주 잘 한 일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덤으로 사장님으로부터 명품 찌세트까지 받고 여사장님으로부턴 수제찌까지 선물로 받았으니 일석삼조죠.
제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안국지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임하시고 진솔한 느낌을 전해주고 계신 안국지 사장님 내외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물론 안국지를 자연산 토종붕어터로 잘 가꾸어 달라는 당부를 꼭 하며 또 그렇게 하실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도 함께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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