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반제낚시터(1월 23일~24일) : 300수의 비밀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요즘 늦한파가 매섭습니다.
그래서 이 번 주말은 그냥 방콕에나 쳐박혀 있으려 했지요.
55년 만에 찾아온 늦한파로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주말 오후,
지인과의 미리 정한 약속도 있고, 무엇보다 손이 근질거리고 찌불이 눈에 아른거려
중증환자 증세를 보여 무거운 엉덩이 매달고 찾아간 곳은 꽁꽁 얼어 붙은 반제지 응급실입니다.

좌대 앞에 물대포 가동으로 얼음을 녹여 놓았지만
낚시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수퍼급 한파로 예약한 분들마저 취소해서 좌대마다 텅텅 비었다고 하네요.

동절기에는 추울수록 붕어들이 잘 나온다는 오랜 경험으로
왠지 오늘은 대박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방갈로도 공사를 중단했네요.

오늘 밤은 요 세 좌대들 중 가운데에서 하고 싶은데
가능할지 반제지기님에게 허락 맡으러 사무실로 가 봅니다.

쥔장 없는 관리소, 멍멍이 둘만 멍~하니 지키고 있네요.
그래서 반제지기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외출중이라며
오늘 밤 너무 춥다는 기상청의 예보 때문에 예약한 사람들마저 취소해서
반제지 전 방갈로 모두 비어있다며 랜덤(random)으로 하랍니다.
"ㅋㅋ 아싸! 독탕이닷!"

서울에서 엉덩이 무겁게 매달고 출발 할 때는
'붕어 얼굴이라도 보면 다행이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이제 이 넓은 저수지를 독탕으로 사용할 생각에 목표가 달라졌습니다.

요 세 방갈로들 중 그 동안 조황이 제일 좋았던 가운데로 결정합니다.

잠깐 들른 송어장은 이 추위에도 두 분이 출조하셨네요.

동장군의 기세가 대단하네요.

저수지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하지만 매서운 한파가 만들어낸 자연은 아름답습니다.

파란 하늘도,

두둥실 떠가는 뭉게구름도, 모두 아름다운 자연입니다.

밤에 찾아올 무서운 놈과 맞서 싸우기 위해
텐트도 치고 난로도 피우고,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아름답던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을 시커멓게 가리더니
칼바람을 동반한 눈보라를 치기 시작 할 때쯤
외부로 저녁식사를 하러 반제지를 나섭니다.

저녁식사 후 다시 앉은 좌대 안 물가,
바람도 강하고 한파가 몰아치지만 이상하리만치 낮에 물대포로 녹여 놓은 곳이
물대포를 틀지 않아도 살얼음도 잡히지 않고 얼음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바람도 막아주어 낚시하기 딱 좋은 상황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나루예 전자탑 7목 미들에 불도 밝혀 긴장감을 더해줍니다.

전자탑 7목 미들 한두 마디 깜박하는 신호 후
두세 마디 중후한 찌올림에 월척급 붕어가 한파를 뚫고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나왔다 하면 빵 좋고 길이 좋고...

이 한파에 간간이 심심찮게 이쁜이 붕어가 반겨줍니다.

밤 10시가 넘어서며 눈보라는 온데간데 없고
별이 빛나는 밤 하늘이 필자의 찍사본능을 일깨워줍니다.

드라마모텔의 찬란한 조명빛이 빙상에 반사되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달빛이 밝은 걸 보니 오늘이 보름인가 싶어 폰을 검색해보니 보름 전야네요.

옆에 친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겨울 붕어 한 마리는 시즌 붕어 열 마리는 되는거지?"
그러자 이 친구 하는 말, "이 한파에 1마리는 20마리여~" 합니다.
그래서 오늘 잡은 붕어 1마리는 20마리로 둔갑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40마리 잡고 친구는 50마리 잡고 새벽 4시에 뜨거운 방에 등짝을 지집니다.

필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먼길 떠날 생각에 낚싯대 접으려고 하는데
친구는 조금 남은 떡밥 박박 긁어모아 대하미끼와 함께 던져 넣더니
첫 투척에 바로 찌를 쭉쭉 올려줘 랜딩하면서 사진찍으라고 소리칩니다.

하던 일은 해야 되겠기에 일단 두손 들고 벌을 세웁니다.

이 멋진 일출을 그냥 놓칠 수는 없잖아요.ㅋ

나오는 붕어마다 대물, 너무 이쁘~!

히트!

또, 히트!

일출도 멋지고 이 한파를 뚫고 나오는 붕어는 더 멋집니다.

가운데 좌대 지붕위로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지네요.

이제 필자도 50수는 채우고 철수해야지 않겠습니까?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내려 놓고
꽁꽁 얼어 엉겨붙은 얼음으로 무쇠덩어리가 된 낚싯대를 던져 보렵니다.

낚싯대 던져 넣기가 무섭게
나루예 '청공2' 120cm 장찌에 15cm 7목 전자탑 미들을 장착 135cm 장찌가
반영된 붉은 햇빛을 타고 스물스물 올라와 챔질,
4M 수심에서 제법 쳐박으며 힘을 쓰고 올라온 허리급 월척붕어입니다.

붕어도 얼고 손가락도 얼어 그 어떤 통증이 와도 참을 수 있는 건,

너무 멋진 붕어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 엄동설한에 붕어 100(5)마리는 초대박이란 생각이고요,

200(10)마리 잡은 친구는 초초대박입니다.

300수의 비밀은 친구의 200(10)수와
저의 100(5)수를 합쳐 300(15x20))수가 된 것이고요,

이 엄동설한에,

55년 만에 찾아온 수퍼급 한파로
한 주를 쉬어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중증환자 증세를 보여 하는 수 없이
출조를 감행한 응급실 반제지는 아무도 없는 독탕이었다.
이 수퍼급 한파 속에 만난 붕어 열다섯 마리는
한창 시즌 중에 300마리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한다는 생각이며
이 300수를 만나 중증이 완치 되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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