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맛집/파주맛집-통일동산 맛고을 언덕애예전에 기자생활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의 소망은 자나깨나 특종 한번 써 보는 거였지요.
지금 맛집 카페를 하나 꾸려 나가면서의 소원 역시 특종의식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대박집이 아닌 숨어 있는 맛집을 발굴 소개하는 것...
하지만, 이쪽 분야 경력이 일천하다 보니 아직은 남들 흉내내는 것조차 여의치 않습니다.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지금 쓰려는 음식점이 혹시 그런 집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죠.
어제 친구 부부와 통일동산 맛고을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습니다.
파주맛집이 몰려 있는 맛고을 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곳이 프로방스입니다.
규모 면에서 엄청나지요.
하지만 저나 친구는 프로방스가 유명세에 비해 실속이 없다는 걸 압니다.
7시 조금 넘어 사위는 이미 캄캄하고,,,,프로방스를 지나 끝까지 가봤습니다.
맛고을이 끝나는 부분에 메주꽃(여기도 손님이 적지 않은 곳이지요)이 있고 맞은편 언덕에
전에는 안 보이던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라......!!!!!


물어보니 오픈한 지 한 달 쯤 됐답니다.
잠시 잔소리 한마디 하자면 저 간판 보고 초딩들이 저 한자를 언덕애자로 잘못 알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우려...
언덕애(厓)는 이 글자입니다...ㅋ

조금 늦은 시간(이곳 맛고을 기준)이라,
다른 손님은 없고 음식점 입구에 피워 놓은 모닥불만 깜박거리고 있습니다.
모닥불만 보면 뭐 구워먹을 거 없을까 생고민...
모닥불 피워 놓고 모두 어디로 가셨나요@

음식점 입구에 들어서면,
어느 가정집에서나 있음직 한 오래된 가죽소파 탁자 고가구 등이 놓여 있고,,,
(이건 장식품만 떼면 관같지요^^?)


실내 역시 고가구를 비롯, 원목으로 된 좌식탁자와 좌석이 가지런합니다.
큰 룸이 하나 있긴 하지만, 거실이 넓게 트인 구조입니다.
저하고야 거리가 먼 얘기지만,
이런 데 와서 밥 한번 사고 슬쩍 손목이라도 한번 잡아보려는 응큼족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듯싶습니다.
그런 분은 입구에 있는 메주꽃이 더 나을듯하고,,,
숨어서 먹는데 익숙지 않은 아베크족이나,
어린아이가 딸려 있는 가족 모임, 단체회식 등이 추천할 만합니다.


처음엔 갈비찜과 고등어조림 두 가지만 했는데, 너비아니와 갈치조림을 추가했답니다.
고문서 사진처럼 찍힌 메뉴판 사진은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이 두 가지 때문에 할 수 없이...ㅜㅜ
갈비찜 소자 하나면 4명이 먹을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처음이라 혹시 몰라
갈치 소자 하나 더 주문했습니다.

좌탁 위에 버너가 올려집니다. 첨엔 이게 뭔가 했는데 고체연료 버너더군요.
가스버너를 쓰면 냄새가 나기 때문이라는데 굿아이디입니다.
정말 냄새 하나 없이 식탁의 품격도 살아나고...

가장 먼저 들어온 전입니다.
녹색은 쑥으로, 주황색은 비트로, 노란색은 국화로 만들었답니다.
도라지꽃 비슷한 꽃(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요)으로 장식된 비트전을 보니까,
예전 80년대 지금의 김연아만큼이나 인기있던 피겨여왕 카타리나 비트,,, 그녀의 열정이 생각나는군요.
그땐 피겨가 그저 먼나라 얘기인 줄만 알았는데....
엉뚱한 얘기로 글이 자꾸 늘어지네요.
보통 밑반찬 종류를 올릴 때 작은 사진으로 뭉뚱그려 올리는데 이번엔 좀 길어지더라도
하나하나 따로 올리고 싶습니다.
이후로 나오는 반찬 어느 것 하나 감탄하지 않은 게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저야 그냥 저냥 설렁설렁이지만, 친구 부부는 제법 미식가로 소문난 친구거든요.
한 마디로 구색을 맞추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음식은 한 가지도 없었습니다.

파프리카 등을 쪽파로 감아놓은 것이지요.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맛은 한수 위입니다.

무쌈을 비트로 물들였다는 이거...
설명을 듣긴 했는데, 치매 증세가 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어요...ㅜㅜ

이건 무척 신선하다는 말 외엔 달리 설명이 필요치 않고...

된장에 박아 놨던 풋고추인데, 풋풋합니다. 꼭지까지 다 먹었습니다.

뜰에서 뜯은 질경이랍니다.
질경이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건 연근이었던가,,,?

매콤새콤달콤오리콤한 오징어 도라지무침...

시래기나물 너무 부드럽고 구수합니다.
나물 종류는 모두 강원도 오색에서 가져온답니다.


깻잎과 김치...이외에도 통마늘절임, 양파절임 등이 있었구요.
이 집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은 그냥 반찬만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짜지 않고 맛있습니다.
이 두 가지만 빼고...깻잎과 김치가 맛없다는 뜻이 아니고 전형적인 반찬이기에...

이런 식으로 진열됩니다.
맛은 물론이고, 비주얼 부문에서도 여간 신경을 쓴 밥상(?)이 아닙니다.

자....갈비 대령입니다.
메뉴판에 적혀 있는 대로 호주산 갈비입니다.
여러가지 한약재를 넣고 쪄 낸다는데 무슨 맛있는 보약을 먹는 기분입니다.

살이 통통하게 붙어 있는 갈비찜,,,이렇게 들고 뜯어 먹기에 좋습니다.

갈치찜,,,제주 은갈치를 이용한답니다.
밑에 깔린 나물은 역시 강원도 오색에서 실려온 곤드레나물입니다.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곤드레나물이나 곤달비로,
야생화 좋아하는 사람은 고려엉겅퀴로 알고 있는 그 나물꽃입니다.
쌉싸름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지요.

이곳 파주쌀로 지은 밥인데 조와 수수를 약간 섞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정성이 깃들지 않은 게 없군요.

거의 모든 접시를 비웠습니다.
그 멋진 단풍은 어디 가고,,,
잔치가 끝난 뒤의 모습은 늘 이렇게 낙엽진 가을의 모습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습관적으로 호구조사에 들어갑니다.
아주머니+사장님이 연극배우 출신이라며 부끄러워하시네요.
지금은 한물갔다고 겸손해 하시는데 미모는 여전하십니다.
주방에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그걸 남들이 맛나게 먹어 주는 걸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무슨 일이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어야 능률도 오르고 창의성도 개발되고,
정성도 깃들여진다는 작은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서빙하는 분이 따님인데 엄마의 뒤를 이어 연극을 전공하고 있으며,
아들(전재홍)은 뮤지컬 배우라는데 네이버 인물검색에도 나옵니다.

이 공간은 역시 집에서 가져온, 아주머니+사장님이 기도하기 위한 세트장이랍니다.

밖으로 나와 이곳저곳 둘러봅니다.
분수대가 설치된 작은 연못입니다.
한번 틀어볼까요...하시는데 캄캄한 오밤중에 분수 구경해서 뭐하겠어요.
마른 하늘에 가을비 내리는 줄 알겠지...

분수연못 옆에 바비큐 시설이 있습니다.
예약해야만 가능하답니다.
여기서도 느낀 건데,
예약 없이 한꺼번에 많은 손님이 오면 감당하기가 버거울 거 같더군요.
큰 식당처럼 음식이 기계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고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야 하니까요.

캄캄한 저 멀리에 골프연습장까지 보입니다.
맛고을에서 가장 신참내기인 이곳 언덕애이지만,
면적으로는 프로방스 다음이라니 짐작하시겠지요.


입과 눈과 귀가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갑니다.
마당 한켠의 모닥불은 이미 9부 능선을 넘어 마지막 숨을 할딱이고 있습니다.
위치로는 프로방스 한참 지나 메주꽃 건너편 언덕받이에 있습니다.
*주소 ; 파주시 탄현면 대동리 299-1
*전화 ; 031-945-8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