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호 태풍 고니가 지나간 다음날, 습관처럼 장비를 챙겼다.
매번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조황이 좋다는 설을 믿어온지라... 샵에 있는 모든 바다 장비를 챙겨 출조에 나섰다.
타에라바, 농어 장비, 에깅, 지깅, 팝핑, 등 수많은 장비를 챙기다 보니 혼자 들을 수 없을 정도의 무게가 되어버렸다.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한 배는 비금과 도초를 지난 뒤, 흑산도, 매물도를 지나 상태도 앞에서 종선을 하였다.
상태도는 섬이 작아 여객선이 접안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불편하긴 하지만 나름 종선의 묘미가 있는 곳이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상태도에서 짐을 풀고 점심 식사를 한 후 가까운 너른 여로 낚시를 나갔다.
날물인 상황에서 포인트에 도착하자마자 포퍼에 입질을 받아 훅셋에 성공하였으나,
쇼크리더가 터지고 스플릿트 링이 펴지고 스테인리스 재질의 훅 아이가 떨어져 나가는 둥 자꾸만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후미에 있던 유성무 씨는 이미 파핑대를 부러트린 후였고, 필자는 천신만고 끝에 엿등 위에서 빅원의 입질을 받아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부시리는 여를 향해 달렸고, 1년 만에 14000번 스피닝 릴의 힘찬 드랙음을 들을 수 있었다.
한 번씩 힘을 쓸 때마다 20여 미터의 합사줄이 풀려나가, 녀석이 배 밑으로 파고드는 매 순간마다 긴장감으로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10여분 가량 힘겨루기가 이어지며 부시리 낚시 중 생애 처음으로 허리에 통증을 느꼈고, 정말 촬영만 아니면 기브업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함께 낚시를 하던 임성근 씨는 낚시를 포기한 채 갸프를 들고 필자 옆에서 응원을 해주었고,
김대영 선장은 심한 너울로 인하여 필자가 중심을 잃지 않도록 뒤에서 파이팅 벨트를 잡아주었다.
뱃머리에서 좌우를 오가며 녀석과의 사투를 벌이며 10여 분이 지난 후에야 승리의 여신이 필자의 손을 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필자를 괴롭히던 녀석의 실루엣이 드러나면서 필자는 소리쳤다. " 먹었어~! "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 임성근 씨의 갸프에 약 30kg 급 부시리가 뱃전에 드러누웠다.
녀석의 힘겨루기도 힘이 들었지만 태풍이 지나간 뒤의 너울성 파도에 중심을 잡으며 캐스팅하기가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필자는 이미 온몸에 땀이 흥건한 상태였고,
더 이상 부시리를 번쩍 들어 포즈를 취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힘을 다 소진해버렸기에 회원들이 촬영을 이어갈 수 있게 부시리를 무릎 위에 올려주었다.
잠깐 동안 녀석을 안으며 승리의 기쁨에 취하여 마지막 기념촬영을 하고
황유식 피디는 뱃멀미를 심하게 한 탓에 필자와 임성근 씨와 함께 오전에 섭취한 모든 에너지를 바다에 배출하였다.
멀리 베이트 피쉬 무리의 보일이 시작되었고 사이즈를 가늠할 수 없는 녀석들의 공격이 포착되었다.
선장의 예리한 직감 덕에 후미에 있던 유성무 씨도 포퍼에 입질을 받아 랜딩에 성공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선수에 있던 임성근 씨도 빅 사이즈의 부시리와 대면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DSLR로 임성근 씨의 파이팅 장면을 담으려 하였으나 얼마 가지 못하고 쇼크리더가 여에 쓸리면서 그만 터져버리고 말았다.
모두들 낚싯대가 부러지고 쇼크리더가 터져나가면서 일찍 귀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선장댁 앞마당에 도착하자 잡은 부시리를 할머니들이 손질해주었다.
필자와 일행들은 오랜만에 부시리 회를 곁들인 저녁 만찬을 즐기게 되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예보에 없던 빗방울이 소나기로 바뀌면서 잠깐 동안 발목이 잡혔지만 이내 후발여에 출항을 하여 계속 낚시를 진행하였다.
아침 물 때가 들물인 관계로 회원들에게 부시리 낚시를 하게 하고, 필자는 80g의 타이라바로 바닥권을 공략하였다.
타이라바에 낚인 첫 고기는 30cm 급 참우럭이었는데 계속해서 우럭과 열기, 광어 등이 낚이면서 뱃전의 분위기도 한층 더 밝아졌다.
필자가 잡고기 낚시를 하는 동안 후미에 있던 고기성 씨도 첫 부시리를 낚는데 성공하였다.
이후 유성무 씨도 사이즈 좋은 미터급 부시리를 한 마리 걸어내었다.
오전, 오후 낚시를 마치고 생각보다는 적은 마릿수의 부시리를 낚아 이만 낚시를 접고 귀항을 하였다.
대신, 둘째 날은 필자가 오전에 낚은 참돔, 방어, 우럭 등 여러 가지 모둠 회를 맛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임성근 씨도 부시리를 낚는데 성공하였고, 모두들 안전사고 없이 2박 3일 동안의 낚시를 마칠 수 있었다.
긴 것 같으면서도 짧은 2박 3일 낚시 여정을 마무리하고 가거도에서 출발한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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