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물결의속삭임
|
- 본 게시물을 무단 다운로드, 도용, 인용, 링크 금지.
|
HOME >커뮤니티 >물결의속삭임 |
 |
|
 |
|
이 이야기는 옛날에 먹을것이 모자라 굶기를 밥 먹듯이 할 때
있었던 이야기야. 요새도 양식이 모자라 굶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옛날에는 몇몇 부자들만 빼고는 내남없이 안 굶어 본
사람이 없었지. 흉년이라도 드는 해에는 쌀이 떨어지는 이른
봄부터 보리가 나는 늦은봄까지 양식이 없어서 풀뿌리 나무
껍질로 겨우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일도 많았단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고개가 보릿고개란 말이 나왔을까?
옛날 어느해에 흉년이 들어 사람들이 참 고생을 많이 했어.
그 중 어느마을 가난한 집에서는 초겨울부터 양식이 떨어져서
온 식구가 죽 한사발로 하루해를 넘기며 고생스럽게 살고 있었지
그 집에는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있었는데 딸은 시집가서 제 너머
마을에 살고 아들은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이 쪽 마을에 살고
있었어. 시집간 딸네집은 본디 살림이 좀 있어서 흉년이 들어도
그리 궁상스럽지는 않았던 모양이야.그럭저럭 밥은 먹고 살았단
말이지. 그런데 친정집은 어찌나 가난한지 보통때도 하루 세끼를
온전하게 먹고 살기 힘들었어. 그런 형편에 흉년까지 들어놨으니
사는꼴이 어떻겠어? 쌀 몇알로 멀건 죽을 끓여먹고 세식구가
하루종일 견디는 형편이야. 그러니 밥 한 번 실컷 먹어보는게
소원이었지.
시집간 딸은 친정집 형편을 뻔히 아는지라 하루 세끼 밥을 먹으
면서도 밥이 목에 걸려 넘어가지를 않아. 친정집에서 굶고 있을
어머니 아버지와 남동생 생각이 나서 그런거지. 그래서 하루는
친정동네에 가는 봇짐장수에게 부탁을 해서 식구들이 한번 다녀
가도록 기별을 넣었어.어머니 아버지와 남동생이 오면 밥이나
실컷 먹고 가게 해주려고 그랬지.
기별을 받은 친정집 어머니 아버지는 딸의 속뜻을 얼른 알아차리
고 아들더러 누나네 집에 한번 다녀 오라고 일렀어. 아무리 굶는
형편이라 해도 어른이 밥얻어 먹으러 사돈집에 가는건 낯뜨거운
일이니 아들이나 보내서 배불리 먹이자는 속셈이었지. 아들은
영문도 모르고 어머니 아버지가 시키는데로 재 너머 누나네
집으로 갔어. 누나는 오랫만에 친정 동생이 오니까 반갑기도
하지만 굶어서 야윌대로 야윈 동생 모습을 보니 애처로워서 눈물
부터 나와.얼른 부엌에 나가 밥을 많이 해가지고 반찬도 이것저것
있는대로 차려다 동생에게 갖다 줬어. 동생은 몇날 며칠 멀건
죽만 얻어 먹다가 오랫만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보니 눈이
뒤집힐 지경이야. 누나가 권할 사이도없이 밥을 마구 퍼 먹었지.
누나는 동생이 정신없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니 더 애처로워서
자꾸 밥을 퍼다가 먹으라고 권했어.
동생은 어지간히 먹어서 배가 부른데 누나가 자꾸 권하니 마달
수도 없어서 자꾸 먹었지. 누나는 누나대로 얼마나 배가 고팠
으면 저렇게나 많이 먹을까 싶어 자꾸 밥을 퍼다가 먹으라고
권했어.
"집에 돌아가면 또 굶어야 할 터이니 온김에 실컷 먹고 가거라"
"자, 밥 한그릇 더 먹으렴. 양껏 먹어야지."
이렇게 자꾸 권하니 동생은 배가 불러 곧 터질것 같은데도 자꾸
먹었어. 누나 말대로 집에 돌아가면 또 굶어야 할 판이니 먹을
것을 본김에 실컷 먹고 가자는 생각도 들었지. 이렇게 먹다보니
정말로 배가 너무 불러서 더 들어갈 틈도 없어. 그렇게 먹고나서
누나 집을 나섰지.
누나한테 하직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 가면 갈수록 배가
점점 더 불러오는거야. 워낙 급하게 많이 먹어서 그래.
동생이 누나 집에 올때 너삼*으로 허리띠를 만들어 매고 왔는데
이놈의 너삼이 질기기는 좀 질긴가. 배가 점점 불러오니까 너삼
이 뱃살을 파고 드는데 질겨서 끊을수가 있어야지. 창칼이라도
있으면 허리띠를 끊어버리겠는데, 늘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던 창칼을 하필이면 오늘따라 빠트리고 왔네.
질긴 너삼 허리띠는 뱃살을 파고 들고 배는 점점 불러오니 이것
참 큰일났지.이러다가는 곧 죽을것만 같단 말이야. 동생은 배가
아파 견딜수가 없어서 길가에 쓰러져 마구 뒹굴었어.그러면서
생각하니 자꾸 많이 먹으라고 권한 누나가 야속하고, 권한다고
아구아구 퍼 먹은 제 자신이 한심하고, 질기딘 질긴 너삼이 원망
스럽고,너삼을 끊을 창칼을 안가진게 애달프거든.
동생은 길가에 쓰러져 뒹굴다가 끝내 죽고 말았는데, 죽으면서
이런 말을 남겼단다.
"권할사 누나야,한심타 먹은 배야,질기다 너삼아,애달프다
창칼아."
쯧쯧,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리도 먹었을꼬.
참으로 애달픈 일이로구나.
|
|
* 가끔 광고를 클릭해 봐 주시면 낚랑 사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