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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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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딸아이를 데려다 주고 오느라고 낚시를 못가고
집에 죽치고 있게 되었다.
오후 5시 허전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창고를 정리하다가
문득 한쪽 구석에 보관해 놓았던 1.0칸, 1.5칸이 눈에 띄었다.
그래 가까운 곳으로 이것을 들고 가보자. 한칸 반대를 펴 볼까??
가까운 장태산(용태울)저수지의 상류에 자리를 잡고
1.5칸과 2.0칸, 3.0칸을 폈다.
밤은 깊어가고, 이슬은 차고, 캐미라이트는 짬짬이 솟아 오른다.
특히 한칸반대의 찌솟음은 가까우니 무척 선명히 보이고,
손맛도 아주 좋았다.
문득 한칸반대 위로 아버님의 모습이 떠 올랐다.
30여년전 나의 손에 작은 대나무 낚시대를 쥐어주시며
김포의 수로로, 작은 저수지로
나의 손을 이끌어 주시며, 낚시를 가르쳐 주신 분이다.
가물거리는 생각속에 .. 매년 아버님과 5-6차례
출조를 하였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
나는 낚시대가 3칸대와 2칸반대가 2개씩 있다.
그것은 아버님과 같이 출조를 하면
나와 아버님이 한 세트씩 피기 위함으로 그렇게 가지고 있다.
작년 언제 부터인가 아버님이 한칸반대와 두칸대만
사용하시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버님은 항상 외바늘에 떡밥 낚시만 즐기신다.
그때에 나는 아버님이 드디어 조선(釣仙)의 경지에 도달하셨구나
하고 감탄을 했었다.
아버님에게 그러한 이야기를 하니,
아버님께서는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까운 바로 내 발밑에도 고기가 있더구나".
그때는 그 웃음이 쓸쓸하였었다는 것을 못 느꼈었는데,,
내가 펴놓은 낚시대의 3칸대의 케미보다는 한칸반대의 케미가
무척 선명하고 잘 보인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아버님의 모습이 이렇게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순간 나의 뒤통수를 때리는 충격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아버님은 눈이 어두워 지신 것이다.
그래서 먼 곳의 찌는 잘 안보이시기 때문에
한칸반, 두칸대의 낚시대를 펴실 수 밖에 없는것이다".
"체력도 많이 떨어지신것 같다.. 나 보다 5-6Cm는 더 커 보이시던
아버님께서 (178Cm) , 이제는 이 아들놈과 비슷해 지신것 같고.."
그러고 보니 재작년부터 그렇게 좋아하시던 밤낚시도 잘 안하시고...
낚랑 시조회 날이던가? 아버님을 모시고 논산지에 갔었는데,
낚시대를 던지시는 폼이 조금 어색해지신것 같기도 했다.
스쳐지나가시는 말로 "오십견"이라고 하셨던가?
"오십견"은 나이 50을 넘겨서 오는 어깨의 신경통 같은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래 아버님의 칠순때 여러분들을 초대하였었는데,
벌써 5년이 지나갔나??
아! 갑자기 모든것이 흐려 보이기 시작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나는 그런줄도 모르고 아버님 낚시대를 펴면서
"아버님! 찌는 예민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아주 좋습니다."
하면서 찌톱이 가느다란 찌를 드리곤 하였는데,
아무말도 없이 받아서 사용하시던 아버님께서는..
그때 잘 보이지도 않는 찌를 막연히 바라보고 계셨을 생각을하니,
이런 불효가 어디있었나?
모든 것을 나를 기준으로 생각한 이런 어리석음을
이제 한칸반대의 낚시대를 바라보며, 떠올리고 있는 내가
이렇게 초라할수가 없었다. 불현듯 낚시대를 접었다.
낚시대를 접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
"집에가서 아버님용 찌를 새로 깍아야하겠다."
" 찌톱에는 찌 돋보기도 달아야지 큰 놈으로"
"4칸대에서도 볼수있도록 부력이 좀 큰 놈으로 깍으면 되겠지.."
"낚시대도 아주 가벼운것으로 준비해야지"
(그동안 나는 반카본대를 즐겨 사용했다. 약간 무겁죠..)
"캐미도 지금까지 쓰던 3호는 아버님용으로 4호로 바꾸어야 겠다."
더 큰것 없나?"
"이번 어버이 날에는 꼭 찾아 뵙겠습니다.. 아버님.."
" 새로 만든 찌를 가지고.."
직장 때문에 결혼 직후 모시던 부모님과 따로 분가한것이 벌써 12년
떠나올때 갓난아이가 이제는 중학생되도록 따로 살았다.
"아버님..대전근교에 좋은 낚시터 많이 있습니다.. "
제가 모시겠습니다. 내려오십시요.."
저도 앞으로는 한칸반, 두칸대를 더욱 많이 사용하겠습니다..
아버님을 생각하면서.. 이나이가 되도록 불효가 뭔지도 살았다니..
- 아버님을 생각하면서 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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