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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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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잉어 <단편. 1/3>
강형사! 백색가루에 취한 김태수 이번에도 볼만했겠구먼.
저번에 검거 됐을땐 러시아 무용수 두명하고 붙어있었다더니 그래 이번에는 몇명이야.
일주일간의 잠복끝에 마약 밀수범 김태수를 검거하고 강력계로 돌아왔을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김형사가 농을 건넸다.
이번에는 어린 소녀였어.
짜식 얼마나 혈관을 찔러놨는지 백짓장처럼 하얀얼굴에 입술만 파르스름하더구만.
그놈 물건하나는 괴물이야.
밥도 안쳐먹구 이틀간 그짓에 몰입했는지 약에 취한 소녀는 거의 죽음 직전이였어.
나쁜 짜아식-.
김태수는 필사적이였다.
어렵게 깡치놈을 붙잡아 김태수가 있다는 영등포시장 구석진 금성장으로 달려갔을때 안으로 겹겹이 문을 잠궈놓고 히로뽕에 취해 열다섯,여섯 밖에 안보이는 소녀와 섹스에 몰입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떼어놨을때 김태수는 거의 사람의 얼굴이 아니였다.
흡사 굶주림에 지쳐 먹을것을 발견한 맹수처럼 독기를 품으며 희죽거렸다.
앰불런스를 불러 어린소녀를 병원에 실려보내고 약기운이 덜떨어진 김태수를 붙잡아 어렵게 수갑을 체워 남아있던 히로뽕 100g과 함께 검찰에 넘기고 막 들어오는 길이였다.
강형사! 잠깐 내방으로 건너와.
언제 냄새를 맡았는지 최반장이 무거운 어조로 강형사를 불렀다.
내참, 일하고 들어오는지 뻔히 알면서 최반장 해도 너무 하는 구먼.
김형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내가 안쓰러운지 한마디 던졌다.
강형사 수고 했네.
진드기 같은 김태수, 아마 강형사 아니였으면 놓쳐을꺼야.
힘들었지? 그래서 말인데..........,,
사실은 며칠전 사람을 죽였다고 자수한 사람이 있었어.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흔적도 없고 정신이상잔가 싶어 조회를 해봤는데 파리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화가야.
자네 혹시 들어봤나?
장동욱’이라고 꽤 이름있는 젊은 화가던데.
원래 예술한다는 사람들 이해하기 힘든 부분있다고 말은 들었는데 그사람 전혀아니였어.
외모도 모델처럼 말쑥하고 말도 조리있게 잘하더군. 살인했다는 부분만 빼면 말이야.
사흘간 조사를 했는데도 살인에 관계된 아무단서도 찾지못했어.
반장님! 그런데 좀 이상하네요?
살인했다고 자수한 사람이 왜 아무흔적도 남기지 않았을까요?
미궁에 빠져든 느낌이였다.
본인 스스로 살인했노라고 자수한 사람에게서 아무 흔적을 찾아내지 못하다니 더욱이 정신이상자도 아닌데 말이다.
실은 ‘장동욱’이 나를 찾아온 이유도 그거야.
분명 죽였는데 아무흔적이 없다는거야.
미칠 노릇이지.
최반장이 말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장동욱이 그림전시회를 가진 마지막날 청초한 모습의 난초처럼 고고한 자태를 풍기며 미모의 여성이 ‘호수’를 표현한 그림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길래 장동욱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가보다 라는 생각에 그림을 선뜻 그아가씨에게 주겠다고 했단다.
하지만 그 아가씨는 뜬금없이 ‘저 호수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자 장동욱은 속으로 놀랐수밖에 없었다.
전시회 내내 그림이 ‘호수’를 표현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워낙 화풍이 추상적이라 일반 애호가들도 가끔 장동욱의 그림에 머리를 꺄우뚱거리기가 일쑤였는데 처음본 그 여인은 장동욱의 마음을 꿰뚤듯 정확히 호수라는걸 말했다.
장동욱은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그녀를 데리고 그날로 작업실겸 별장으로 쓰는 청평호수 사룡리로 돌아갔다.
그녀는 호수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보이더니 자연스럽게 장동욱의 목을 끌어안으며 ‘당신을 사랑할 것 같아요.’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날은 마침 주말이라 근처에 낚시를 오는 사람이 꽤 많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장동욱 역시 낚시광이라 근처로 자주오는 꾼들과 안면이 있어 얼굴이 불거지며 별장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그녀와 별장으로 서둘러 들어섰을때 자꾸 꿈틀되는 구슬뿌리의 반란이 장동욱의 몸을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서두르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휜칠한 외모만큼 장동욱은 여자경험이 화려했고 그만큼 자신있었다.
피곤해 보이는 그녀를 위해 목욕물을 받으며 벌써 장동욱은 그녀를 머리속으로 탐하고 있었다.
참을수 없을 만큼 욕망이 소용돌이 치는 순간 욕실안으로 언제 들어왔는지 전라의 그녀가 소리없이 넘치는 욕조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장동욱을 바라보며 욕조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천천히 옷을 벗으며 장동욱은 집을 개조하면서 욕조를 큰것으로 장만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우람한 나체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그녀는 말없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체 물속에 잠긴 쭉뻗은 다리를 욕조가장자리에 짜악 벌리더니 장동욱이 다가서기만을 기다렸다.
장동욱은 더이상 참지못하고 욕조안으로 뛰어들어 그녀를 품었다.
등줄기위로 쏟아지는 샤워기의 물을 맞으며 욕조안에서 여자를 품는건 색다른 맛이였다.
아니 솔직히 그녀만의 독특한 알수없는, 의지와 상관없이 꽉 조이는듯한 강약의 힘이 완전히 장동욱을 제압하고 있었다.
몽롱하게 의식이 희미해질무렵 정신을 차렸을때는 놀랍게도 침대위에 가지런히 장동욱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몸은 가뿐했다.
식사가 다됐다며 빙긋이 웃는 그녀를 따라 정신없이 식탁으로 갔을때 그녀는 섹스후 깜박 탕안에서 잠들어 버린 장동욱을 간신히 침대에 눕혔다고 수줍게 말했다.
너무 황홀했기에 그럴수도 있겠다싶어 되려 미안해진 마음으로 그녀를 안았을때 검지손가락 사이에 초록색을 띤 잉어비늘이 붙어있었다.
욕실에서 낚시도구를 챙길때 어디엔가 붙어있었던게 물감물에 물들어져 생긴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손으로 떼자 신기하기도 떼는 순간 잉어비늘이 사라져 버렸다.
이상하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와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약속이나 한것처럼 욕실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욕조안에서 서로의 육체를 탐했다.
하지만 또 눈을 떴을땐 침대에 누워 있었고 검지손가락엔 초록색 잉어비늘이 붙어있다 떼려고 하면 사라져버렸다.
그러기를 여러날뒤 보름달이 훤하게 비추자 장동욱은 호수를 거닐고 싶었다.
그녀도 그런 장동욱의 마음을 알았는지 조용히 따라 나섰다.
오랜만에 쐬는 밤바람은 가슴을 탁틔게 하며 여기저기 호수주변을 수놓은 캐미라이트 불빛에 그동안 그림에 몰두하니라, 그리고 여인과의 뜨거운 사랑에 낚시 손맛을 못느꼈던 장동욱에게 서서히 낚시 생각을 하게 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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