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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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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낚랑사기 쌍포편에 나와 있는 부분을 약간 각색한 글로써 현재 낚랑에서 활약하고 계시는 현존하시는 오짜선배들과는 절대로 무관하다는 것을 먼저 밝히는 바이다.
(무관하다고 해서 완전 무관하다고 하고 읽으면 재미가 없음)
낙랑사라는 절의 본당위에 조진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하나 있었다.
언제부턴가 이곳에선 수십년간을 기거하던 보살을 몰아내고 주지몰래 사설 포단련도장을 운영하는 거사가 한명 살았으니 자칭 달포거사!
그러나 남들은 그냥 땡초라 불렀다. 그리고 간혹 몇몇은 앞뒤로 야자를 넣어 부르기도 했으며 또 그중에서도 더러는 부르면서 손바닥으로 머리의 뒷부분을 접촉하기도 했다.
터를 잡은 후 달포거사는 주지 몰래 낙랑 포단련장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국내 최초 포단련장 개장, 맨투맨 방식의 철저한 지도, 수료전날 효과시범시 실물대상무료제공, 수료후 불만족시 수강료 완전 환불 등 파격적인 문구의 찌라시를 근 일년간을 뿌려 보았지만, 수강생은 우려대로 한 명도 오질 않았다.
가을인데도 한여름 날씨로 착각할 정도로 무더운 어느 오후, 너무 더워 혼자서 등물이라도 할 요량으로 웃통을 벗고 샘가로 가고 있는 달포거사는 저 아래쯤에서 쌔바닥을 쭉 내밀고 눈도 게슴치레 뜨면서 오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와따, 저 몰골은 손만 땅에다 대고 다니면 영낙없이 복날 히트상품이시! 하면서 달포거사는 입맛을 다시었다.
"스님 물 한잔만 주소" 어느샌가 달포거사앞에 까지 와서는 혀를 더욱 길게 내밀고 그사람이 말했다.
"니 나 아냐? 니는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니가 떠다 묵으믄 될 것 아니여!" 하며 달포거사는 버럭 역정을 내었다. 그자는 샘으로 가서 마치 샘의 물을 다 마시기라도 할 듯이 엄청 마셔대면서,
"캬! 물은 역시 절물이 최고여." 했다.
절물? 염병허네, 잡것. 절밥, 절떡이란 말은 들어 봤어도 절물이란 말은 첨 들어보네.
암튼 물을 먹고 나니 그자의 쌔바닥은 쏙 들어가 있었다. 이제사 모양새가 어느 정도 갖춰지게 된 것이다.
"스님, 여기가 포단련장 맞는가요?"
익! 수~강~생?
스님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말았다.
그리고 속에선 자연스럽게 이런 노래가 메아리쳤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일년간 수강생은 커녕 문의 한번도 없었던 지라 달포거사는 감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찌라시인쇄는 땡초든 어쨋든 머리깍은 걸 무기로 읍내의 인쇄소에서 외상으로 해 왔는데 이젠 외상값 독촉에 이 암자에서도 토껴야 할 판이었으니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니었겠는가!
아는게 애국가뿐이어서 그렇지, 알았다면 미국국가라도 부를 판이었다.
그렇다고 이 모든 감정을 드러내 보여서는 안되었다. 명색이 체통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그렇소만..." 하고 점잖게 옷매무새를 고칠려고 웃저고리를 잡을려다가 보니 웃통을 벗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웜메, 첨부터 쪽팔리게 이 행색이 뭣이다냐?
"하하하. 지금 혼자서 수련중이라 내가 결례를 하고 있는 것 같구려. 내가 여기 지도사범이고 법명은 달포, 달포거사라 하오. 하지만 남들은 그냥 땡.. 음.. 하하하.. 잘 오시었소."
아까 물좀 달라고 할 때와 의 말투가 영 달라짐을 느낀 그사람은 쓴 웃음을 지었다.
헐헐헐~~~
"자 안으로 드시지요."
그래서 둘이는 안으로 드셨다.
"역시 스님은 수련에만 매진하시다 보니 옷같은건 거의 걸레에 가깝구만요. 도인들은 대개 외관에 신경을 안쓰신다면서요?"
야 임마, 너도 일년간 소득세 자진신고할게 없어봐라 이렇게 된다.
"모든 건 다 내 마음안에 있지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즉, 음...
남 신경쓰지 말고 너나 잘 하라는 뜻이지요."
괜히 뜻도 모르는 유일한 한자성어가 갑자기 뛰쳐나와 달포거사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어느날 문의 창호지가 빵꾸가 나서 종이를 찾다가 우연히 이곳 도장의 찌라시를 보게 되어 찾아 오게 되었습니다. 그 문구 하나하나는 사실이겠지요?"
아따 새끼, 넌 속고만 살았냐? 하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올려는 것을 참고,
"물론 맞지요. 스님이 거짓말 하는 거 봤습니까? 헌데 밖에선 댁을 뭐라고 부르는지요?"
"아 네 그냥 특별한 이름은 없고, 뭐 개똥아, 조금 글께나 쓰시는 분들은 아무개야 하고 부르지요."
봐라, 이 달포의 예리한 눈을. 전부가 개자가 들어가고 있지 않냐?
"아니 이렇게 준수하게 생긴 분에게 개.., ...개라니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포거사는 자기의 피부가 백숙껍질로 변하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암튼 나 확실하게 만들어 주십쇼. 여기선 비전도 없고 물건만 확실하믄 서울서 먹고 사는데 지장없다고 합디다. 글고 돈은 이것이면 끝날 때까지는 충분할 것입니다."
하면서 아무개는 두툼한 돈봉투를 달포거사 앞에 내밀었다.
어제 패를 때본께 물벼락 맞기 전에 돈벼락부터 맞는다던데 진짜 그러네.
달포거사는 찢어지는 입을 억지로 다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무나 제자로 삼질 않소. 먼저 물건을 보고 가망성이 있는가를 판단하고 허락을 하오. 허니 내려보시오"
이렇게 말은 했지만 속에선 도리깨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요? 와따 아자씨 배가 따땃한 모양이요 잉!" 하고 일어서면 어쩌나 하고.
헌데 아무개는 우려와는 반대로 바로 내렸다.
"보쇼. 쓰겄소?"
못 쓰겄다. 는 말이 바로 나올려는 것을 참고,
"우와 세상에 이런 물건도 있었다니 정말 감탄스럽소. 내 받아들이리다." 라고 말했다.
또 달포거사의 피부가 변해갔다.
"그럼 이제부턴 그대와 나는 사제지간이 되었으니 먼저 말을 놓겠다, 그리고 너에게 법명을 하나 지어 주겠다."
한참을 몇개 안되는 아는 한자 생각해 내느라고 고민하던 달포거사는,
"그래 너는 포를 단련시켜서 밖에 나가 모든 아낙네들에게 칭송을 받으라는 의미에서,
찬송할 송(頌)에 거시기 포(砲), 송포! 어찌냐?" 돈을 받아 쥔 달포거사의 태도는 당당하고 포만감에 넘쳐 있었다.
"우와 스승님의 혜안에 그저 탄복할 뿐입니다. 예술입니다." 돈을 줘 버린 송포의 태도는 연약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근디 송포는 어딘지 모르게 연약해 보인다. 어짜피 니가 갈길은 뻔한 길인께 이름도 약간은 싸가지없고 한편으론 쌍스러움이 풍겨야 된께, 앞에만 쌍시옷넣어서 ,
쏭포! 또 어찌냐?"
"우와 ! 또 한번 스승님의 깊으신 배려에 감복했습니다."
그래서 쏭포가 되었다.
다음날 부터 쏭포는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밤낮을 안가리고 포단련에 전념했다.
정말로 순진한 쏭포가 보기에는 스승의 가르침은 가히 예술에 가까웠다.
포로 알밤을 열심히 까고 있던 어느날, 누가 보더라도 정말로 싸가지없게 생긴 놈 하나가 이곳에 찾아왔다.
"밖에 누구왔냐?"
"네, 어떤 싸가지 없게 생긴 놈이 스승님 좀 뵙자고 하던데요."
정말로 순진한 쏭포의 눈에도 싸가지없게 생긴 놈이라면 얼마나 싸가지없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지만 외상받으러 온 인쇄소 주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없다고 그래라." 하고 문을 닫을려는 순간,
"아 요렇게 졸만한 암자가 무슨 구중궁궐이나 된다고 없다고 해라 마라 하고 쇼허요? 다 보인디."
말투는 생김새보다도 더욱 싸가지가 없었다.
다행히 외상값 받으러 온 인쇄소 주인은 아니었다.
"뉘시요?"
"여기가 X단련하는 곳이 맞소?"
아니 이렇게 쌍스럽고 노골적으로 말하다니 이놈은 보통놈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렇소만. 그러고 여기선 그렇게 쌍스럽게 X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고 포라고 하오. 포!"
"우하하하. 포? 포나 X이나. 어이 조지나 건빵."
나도 왕년엔 정말 한싸가지 했는데 이놈은 정말 보기드문 왕싸가지구나. 대개의 싸가지들은 생김새와 말투가 약간씩 부조화스러운데 이놈은 정말 완벽해. 싸가지도 조화를 이루니 넘 멋지다. 갑자기 달포거사는 싸가지가 멋있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 갈켜 줄거요 어쩔거요? 씨필, 어차피 돈 벌자고 허는 짓거린지 뻔히 아는데 거 되게 절차 따지네. 우리 서로 선수끼리 이러지 맙시다. 노털형씨!"
갑자기 달포거사는 현기증이 느껴졌다. 너무 찔리면 현기증도 일으킨다는 걸 이날 처음 알게도 되었다.
이 싸가지 넘 화끈하다. 그래 어차피 벌자고 허는 짓거리 니한텐 아싸리하게 대해 주마.
"좋소! 그러고 난 노털이 아니고 달포거사라고 하오. 암튼 내려 보시오."
"나만 내려라우. 우리 같이 내립시다. 길고 짧은 건 대 봐야제?"
오우 이정도면 싸가지계의 지존?
"지금 당신과 서로의 길이를 재보자는 것이 아니고 기본기가 되어 있는가를 보자는 것이오그리고 난 당신의 스승이 될 사람이오. 어찌 스승이 제자될 사람과 포싸움을 하겠소! 싫으면 관두고 내려가시오."
"아따 노털도 성깔부린께 마빡까지 빨게지요 잉. 거 쌕씨허시. 알겄소. 자 보쇼. 됐소?"
싸가진 화끈하게 보여 주었다.
보는 순간 달포거사는 성격만큼 닮은 싸가지의 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낮인데도 주변이 환해지는 걸 느낄 수가 있었고, 생김새도 방위에 걸린 백열전등과 흡사했다.
"좋소. 그정도면 됐소. 내 제자로 받아들이리다. 이제 자네에게 이곳에서 부를 법명을 하나 지어 주겠다.
니껏은 화끈하고 반들거리니 생김새대로 빛날 윤(潤) 거시기 포(砲),
윤포! 어찌냐?"
"화끈허요. 맘에 드요. 글고 이름이 뭐 중요허다요. 내용이 중요허지. 돈은 단련끝나고 줘도 되지라우?"
저놈 성향상 십중팔구는 끝나면 그냥 토낀다.
"규칙상 안된다."
"규칙조항 좀 봅시다."
"내말이 규칙이다."
"한마디로 꼴린대로 하것다, 이말이구만 잉. 알것소. 옛소."
돈봉투를 받아 쥔 달포거사는 윤포에게 물었다.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넌 밖에서 뭐라고들 부르냐? 혹시 싸... 싸리문?, 아님 싸.... 싸베지?"
싸가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제자에게 차마 먼저 이렇게 욕을 할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참을 수 있었던 건 아직 봉투의 돈을 세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윤포에게선 의외의 말이 나왔다.
"뭐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론 그냥 언니라고 부르요."
"언니? 니 포주허다 왔냐?"
"포주라우. 아따 포주는 엄마라고들 부르요. 스승이 거 화류계의 기본도 모르요?"
달포거사는 뜨끔했다.
정말 대단한 강적이야. 잘못허다간 수료후 환불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르니 전날 토껴야 쓰겄다.
"하하하하.. 요즘엔 많이 바뀌었나 보구나. 나 잘 나갈 때는 언니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포주와 애들의 나이차가 많이 나는 모양이구나. 글고 너 나보고 기본도 모른다고 했는데 다시는 기본에 관련된 그런 말은 쓰지 말아라. 알었냐 응?" 하며 달포거사는 버럭 화를 내었다.
이말을 들은 윤포는 황당했지만, 이 말을 이해하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달포거사는 부농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공부엔 잼병이었다.
허구헌날 아버지에게 공부안한다고 쥐어 터지기를 밥보다도 더 많이 먹듯이 했었다.
그날도 여느때와 같이 쥐어터지고 있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아버지가 패면서 말씀까지 하시는 것이었다. 보통은 그냥 말없이, 우리가 흔히 개팰 때 하듯이 조용히 패시었던 것이다.
"야 이놈아. 너는 도대체 어찌될려고 그러느냐. 이 애비도 이젠 힘이 부쳐 때릴 힘도 없어진다. 내가 너보고 효자가 되라고 그러냐, 아님 특출나게 공부 잘해서 판검사가 되라고 그러냐 . 그냥 남들이 하는 기본만 하라고 그러지 않았느냐, 기본. 응, 이 웬수야!"
이때 달포가 개패어짐의 자세에서 고개를 뻣뻣히 치켜들고 대들었다.
"아부지, 아부진 기본이 뭣인지나 아요?"
"뭣이라고 이놈아? 기본? 음..."
갑자기 아들의 예상치 못한 역습에 말문이 막혀버린 아버지의 말더듬을 틈타서 달포는 일갈했다.
"보쇼. 아부진 기본,기본허면서 기본도 모르잖소. 기본이라는 것은,
맥주 셋에 마른 안주 하나요. 알겄소?"
그날로 달포는 좋게 말해서 집을 나서게 되었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졸라 터지고 쫓겨 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아들이 안타까웠던지라 어머님은 쌈지돈을 달포의 손에 쥐어 주면서,
"달포야, 제발 밖에서는 싸가지 좀 있어라 잉." 하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이렇듯 달포에겐 기본에 얽힌 잊을 수 없는 아니 어쩌면 인생자체를 바꿔버린 슬픈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세월은 흘러흘러 포단련장의 교본내용 3막 4장의 끝장이 넘어갈려는 날이 다가왔다.
달포거사는 두 제자를 불렀다.
"이젠 거의 모든 게 끝나가구나. 그동안 수련에 정진하느라 고생들이 많았다. 이제부터 자체 테스트를 할테니 모두 이리 오너라."
정말로 수련으로 인한 효험이 있어서일까? 둘의 걸음걸이 부터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완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무엇에 걸리기라도 하듯 항상 어그적거리면서 걷고 있었다.
"첫번째 시험은 인내심이다." 하면서 달포거사는 두루말이같은 걸 쭈욱 폈다.
그안에서는 최근 플레이보이지에 실린 신디크로포드의 누드사진이 나왔다.
"자 이 사진을 똑바로 쳐다보고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그라."
둘이는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정말로 직이는 사진이었다.
수련때는 맨날 사건비화니 아리랑이니 하는 국산 3류 잡지의 사진들만 가지고 했었는데 처음으로 이런 예술을 보게 되자 둘이는 금방 어디서부턴가 묵직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야, 윤포야 너 사팔이냐? 눈에 힘 안 빼냐? 짜슥 잔대가리 굴리기는..."
달포거사는 정말 귀신이었다. 시작서부터 윤포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눈에 힘을 주어 촛점을 흐리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윤포의 바지밑자락이 땅바닥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자,
"쏭포 승!" 달포거사는 쏭포의 손을 들어 버렸다.
"두번째 시험은 장거리 사격이다."
하면서 나무위에 있는 두개의 피조개를 가리켰다. 높이는 지상에서 대략 2미터는 될 듯 했다.
"저기 보이는 것을 포조준하여 맞추도록 하여라."
둘이는 포탄이 많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지라 실탄예방을 위하여 정성껏 포조준을 하여 발사를 했다.
"또 쏭포 승!" 하고 쏭포의 손이 올라갔다.
쏭포의 포탄은 처음엔 비리비리하다가 마지막에선 장중하게 뻗더니 피조개를 보기 좋게 맞추었지만, 윤포의 포탄은 처음엔 씩씩하게 날아가다가 중간쯤에선 힘없이 곡선을 긋더니 보기좋게 윤포의 면상으로 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이걸 보고 달포거사는 말했다.
"윤포야, 원래 첫 끗발이 개끗발인 것이다."
윤포는 자기의 포에 너무 실망해 버렸다.
"스승님, 앞으로 몇가지 시험이 더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더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거두어 주십시요." 하고 윤포는 달포거사의 바지자락을 붙잡았다.
어느덧 윤포의 말투도 이렇듯 싸가지있게 바뀌었던 것이다.
"오냐. 자신을 안다는 것도 중요하지. 그렇게 하마. 쏭포 너는 이제 더이상 가르칠게 없으니 하산하도록 해라. 그리고 세상에 나가 굶주림에 허덕이는 중생들, 특히 낚시로 인해 주말과부가 되고 있는 아낙네들을 널리 구하도록 하여라."
"네,스승님. 스승님의 은혜는 밤에만 잊지 않겠습니다." 하고 쏭포는 기쁨에 찬 얼굴로 하산하게 된다.
쫙 하니 마이 빼입고, 번들번들한 깨꼬신고 산을 내려가고 있는 쏭포의 뒷모습을 부러운 듯 쳐다보고 있는 윤포를 보고 달포거사는 말했다.
"윤포야,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했는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
"아니 우리 동네선 보기 좋은 떡이 비싸기만 하다고 허던데요?"
또다시 윤포의 잠재되어 있는 싸가지가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음 이 시끼 슬슬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하는군. 이제 나도 토껴야 할 때가 온 모양이구나.
나무관세음 보살 하고 정들었던 암자마루에 대고 합장기도를 했다.
이를 본 윤포는 달포거사가 새로운 마음으로 자기를 지도하기 위한 기도리라 짐작하고 따라서 합장을 했다.
다음날 윤포가 눈을 뜨니 달포거사가 보이질 않았다.
"스승님, 스승니임.." 하고 불러도,
"스승, 야, 스승아!" 하고 또 불러도,
"스승, 스승 미스터 스으승 따라란 따라란" 하면서 노래와 승무를 곁들여 보아도,
"야 시끼야, 야 노털 좀마야, 야이 씁쌔끼야~~~" 하고 허벌라게 욕까지 해 보았지만 달포거사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토꼈던 것이다.
달포거사는 항상 윤포의 내재되어 있는 싸가지를 두려워 했다.
말은 스승님 스승님 하다가도 언젠간,
"어이 형씨 별 효과없은께 수강료 다시 돌려도. 아 그랬잖어~~어, 불만족허믄 환불해 준다고오~~."하고 대들게 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와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네, 진짜. 좋다. 지금부터 독학헌다."
- 시간나면 (하편)에 계속..-
* 존경하옵는 쏭포, 윤포 선배님,
현존인물이 아니라고 서두에 밝혔음에도 명예에 지대한 훼손이 온다면 그냥 후배들에게 보시한다고 생각해 주십시요.
보시중에서도 으뜸보시는 몸보시라고 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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