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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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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들어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급하게 모는 김중위의 뇌리 속
에는 그 동안 소대에 배치되어 근무하던 최소위의 행동이 하나
둘씩 스쳐 지나갔다. 무언가 관심을 가져줘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자청해서 자주 최소위 소대로 순찰을 가곤 했었다. 그러한 관심을
알기나 하는 듯 최소위도 김중위를 친형 대하듯 하곤 했었다.
"그래, 그놈은 다른 사람들하고 다른 점이 좀 있어."
지난 육개월 동안을 되짚어 보던 김중위는 최소위의 행동중 이상
한 점을 기억해 냈다. 소대원 중 누구든 아무리 잘못을 한다해도
혼내는 법이 없었던 것이라든지, 외출했던 소대원이 누군가에게
봉변을 당하고 귀대하면 만사를 제켜놓고 소대원들을 데리고 나
가 봉변을 가한 사람을 찾아내 앙갚음을 한다든지 했던 이야기를
최소위 소대원들을 통해서 들었던 것이다.
"그래, 그놈은 소대원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어. 스스로 자신
의 성을 쌓고 있는 거야. 자신의 왕국을...."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 해온 최소위의 행동의 대부분이 이해
가 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 그놈은 부모들의 외골된 일방적인 사랑 안에서 커 왔지.
자신은 그것을 어느 정도 거부는 하였지만, 너무 오랜 세월동안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똑 같은 방식으로
인생을 사는 거야. 자신의 것과 남의 것을 확실히 구분하고, 자기
것만을 사랑하는 잘못된 방식의 삶을 사는 거야. 자신의 것이 아
닌 모든 것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도록 자기만의 성을 쌓
고 있는 거야."
위병소를 통과하며 상황실을 바라보는 김중위는 더 이상 최소위
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사건이 벌어졌으니 어
떻게 더 진전이 되었는지가 더 큰 관심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충성!"
상황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김중위는 심각하게 담배를 피고 있는
대대장을 향해 자신이 들어 왔음을 알렸다.
"통신대장이냐? 너 지금 빨리 38소초로 가. 가서 그 자식이 왜 그
러는지 알아봐. 그리고 그놈좀 진정시켜. 지금 작전장교가 거기
가 있는데 그놈 아무도 접근 못하게 총을 쏘구 지랄이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빨리가. 가서 연락해. 알았어?"
"예! 알았습니다."
"그 새끼 어떻게 애들을 교육시켰는지 애들이 아주 진지를 구축
하고 있다. 너두 조심해!"
"예.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상황실에 비치된 자신의 철모와 권총을 들고 문을 나서는 김중위
는 어쩌면 쉽게 해결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소위를 만나
기만 한다면 그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놈이 나 한테도 총을 쏠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김중위는 그렇지는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다.
38소초를 향해 오토바이를 모는 김중위는 다시 최소위의 행동에
대한 생각이 떠 올렸다.
사람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어릴 적에
는 친구들과 싸우며 사회를 배우고, 커나가면서 나이에 걸맞는 학
교를 다니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나갈 수 있는 생활의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형제가 많다면 그 형제들과 부딪치며 가정생활을
하는 중에 사회생활의 일부를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사회생
활이 무언지,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하는 지를 모르는 사람은 변
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 최소위는 독자로 부모의 끔찍한 사랑만을 받으며, 하나의
화초로 자라왔지. 더구나 주변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대장님 아들
이란 대접과 함께 무엇이든 양보받으며 자라 왔어. 어려움을 모르
고 자라 왔고, 자기만을 위해주는 사람들하고만 살아왔기에 자기
것에 대한 애착 또한 커진 거야. 아니 자기와 남을 아주 확실히
구별하고, 자기편이 아니면 자기의 곁에 두지 않는 거지. 그것이
다른 사람하고 구별되는 그 자식의 특이함이었어."
38소초 진입로에 도착하자 작전장교와 지원중대장이 기다리고 있
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작전장교님."
"저 새끼 미쳤어. 완전히 미친놈이야. 야! 지원중대장! 니가 설명
해 줘."
"아, 통신대장. 저 새끼 정말 미쳤어. 아, 씨팔. 저 새끼 눈에는 계
급장도 안보여."
"지원중대장님,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왜 최소위 뺨을 때렸어
요?"
"오늘은 내가 38소초 구역에서 매복근무 하는 날이거든. 그래서
애들 데리고 여길 왔지. 그래서 저 새끼한테 통신지원 좀 받으려
고 38소초로 가는데 해안 매복하던 애들이 암구호를 묻는 거야."
"그래서요?"
김중위의 재촉에 지원중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원중대장이 최소위를 만나러 지원중대 고참 둘을 데리고 가는
중이었다 한다.
"손들엇! 달밤!"
해안 매복을 하던 38소초원의 외침이 들려왔다.
지원중대장과 같이 가던 사병하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원중대장이다"
"달밤!"
"지원중대장이라니깐 마!"
"달밤! 대답 안하면 쏜다!"
"땅콩! 새꺄!"
그제서야 해안 매복하던 사병들이 확인을 하고 인사를 했다.
그러나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지원중대 고참이 주먹이 날라 갔다.
"이 씹새끼들이 지원중대장이라는데 계속 지랄이야."
구타가 계속되고 있을 때 38소초장인 최소위가 나타났다. 같이 해
안 매복을 서던 38소초원 하나가 그 사이 상황보고를 한 것이었
다. 최소위는 상황을 보자마자 지원중대 고참을 가지고 있던 소총
으로 후려 패기 시작했다.
"이새끼, 너 누구야! 너 지금 어느 땐데 남의 지역에 와서 구타야,
구타가!"
보고 있던 지원중대장이 말리고 나섰지만 최소위의 행동은 멈추
지 않았다. 상대가 쓰러진 후에야 멈춘 그는 지원중대장을 노려보
며 말했다.
"아무리 대대장이 온다해도 암구호를 모르면 총 맞아 죽습니다,
지원중대장님."
이 말을 들은 지원중대장은 울컥 화가 솟았다. 그러나 이 일은 자
기 부하의 잘못이 아닌가.
"야! 최소위! 너는 인사도 안하고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똑바로
인사해 봐."
지원중대장은 엉뚱한 핑계를 잡고 화풀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최
소위는 한술 더 뜨는 것이 아닌가.
"지원중대장님이 제대로 절차를 밟고 왔다면 벌써 인사를 드렸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인사 못합니다."
"너 계급장이 보이지 않냐? 인사해 임마!"
"못합니다. 돌아가십시오. 저도 순찰근무를 나가야 합니다."
결국은 화를 참지 못하던 지원중대장은 최소위의 따귀를 올려 붙
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최소위는 38소초원을 보며 소리쳤다.
"얘들아! 돌아가자! 그리고 지원중대장님도 돌아가십시오. 만약 이
곳에서 어물대다가는 총맞아 죽을지도 모르니까요."
말을 마친 최소위는 뒤돌아 38소초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에 격
분한 지원중대장은 소리쳤다.
"야이 새꺄! 쏠테면 쏴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총성이 울리며 지원중대장의 옆 땅바닥에
총알이 박히며 불꽃이 튀는 것이 아닌가. 그 뒤를 이어 최소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원중대장, 당신.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소. 조
용히 돌아가시오."
"너, 이 새끼 미쳤냐? 이 새끼가 상관한테 총을 쏴?"
지원중대장도 권총을 빼들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결국은 최소위
와 지원중대장의 총싸움이 시작된거다. 아무 사상자도 없이 최소
위는 소초로 돌아갔고, 매복근무를 서야하는 지원중대장은 지원이
필요해 사병 둘을 보냈지만 근처에 가기만하면 총을 쏴대 말조차
꺼내보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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