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고향 > [강북송년 비망록] 그렇게 그들은 바다가 되었다...(2편) : 낚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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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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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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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l 별고향 > [강북송년 비망록] 그렇게 그들은 바다가 되었다...(2편) : 낚시사랑



(2편- 금쪽님 관련 부분부터 계속...)

사실 집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한번쯤은 사양

하는 척 하다가 수락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발

표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덥썩, 히죽거리며 받

아 들이고 말았다. 속내를 들킨 것 같아 지금

생각하니 좀 창피하다. 초장부터 군기반장 체

면이 영 아니다. 아내는 군기반장 하면 콩고물

이라도 있는 줄 아는 지 나보다 더 좋아라 한

다. 2차가 끝나도 집에 갈 생각을 않는다.

내년에 지부장 직을 맡기면 그땐 정말 표정

관리를 확실히 해야겠다. 아무리 속마음이야

뛸 듯이 기뻐도 마음의 동요를 감추고 있다가

사람들이 사정사정 해 오면 마지 못한 척 자리

에서 일어서리라.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붕춤은 아까부터 좌불안석이었다. 내가 낚랑

모임을 뻔질나게 드나든다는 것에 대한 반란

인가. 아내가 골프 모임을 만든 것이다.

여보, 나도 오늘 좀 늦을 거야...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즐거운 목

소리를 듣고 있자니 슬그머니 부아가 치민다.

하지만 음식솜씨 좋아, 살림 똑소리 나게

해, 낚시에 미친 남편 만나 과부아닌 과부

생활해, 그런 착한 아내를 다그치기엔 도저

히 명목이 서질 않는다. 그래, 나랑 살아주는

것만도 고맙지...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모임에 나서는 아내

에게 컨디션 한 병이라도 챙겨주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 그래, 대신 내일 아침엔 내가

시원한 북어국 끓여 주지.

여보야, 사랑한다.

엠마는 그저 신이 난다. 사람들이 모두 메기,

대규 칭찬들을 귀가 닳도록 해대는 까닭이다.

착하다, 똑똑하다, 어린 나이에 낚시를 한다...

정말 지겨워서 더 이상은 듣고 앉아 있질

못하겠다. 칭찬도 한두번 이라야지.

자아식, 어떻게 이 애비를 그렇게 쏙 빼닮아

가지고서는... 양쪽 귀에 걸쳐진 입을 연신

제 자리에 갖다 댈라니 손도 증말 아프다.

남들은 좋겠다. 나처럼 지겨운 자식 칭찬

듣지 않아도 되고, 웃느라 찢어진 입을 수습

하느라 땀 빼지 않아도 되고...

우리애도 다른 애들처럼 공부 적당히 하고,

적당히 착하고 하면 좀 좋으냐.

왜 이런 것 까지 날 닮아놔서 이렇게 나에

게 고통을 안겨 준단 말이냐.

남들은 모를거다. 아들놈 칭찬 듣고 앉아

있느라 애비 귀에선 신물이 다 줄줄 흘러

나온다는 사실을. 정말 지겨워 죽겠다.

그래도 기분은 삼삼하니까 이럴 때 인심이나

팍팍 쓰자. 메기 장가 보낼 땐 열쇠 두 개만

갖고 오라 그러지, 뭐. 까짓, 한 개는 양보했다.

우거지는 강북의 신사라는 타이틀을 오늘도

여지없이 보여 주기로 했다.

한잔 두잔 술이 들어 가면서 자꾸만 스테이지

로 뛰어 나가 젊은 애들처럼 마이크를 옆으로

쓰러 뜨리며 노래도 한 곡조 뽑고 싶고,

고기랑처럼 어부인들한테 멋진 스탭도 가르쳐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꾹 참기로 했다.

나의 지성미, 술자리에서의 신사적인 매너 등

여태 사람들 뇌리에 확고부동하게 자리매김

해 놓은 내 위상을 한순간의 실수로 그르치게

할 순 없지.

여태까지 얼마나 잘 참아 왔는데...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성조사들이 날 얼마나 우상화 하고 있는데...

젓가락으로 허벅지를 찔러대며 나의 감취진

`끼를 억누르고 앉아 있었더니 집에 와 보니

피멍이 다 맺혀 있다. 정말 신사 타이틀을

꿋꿋이 지켜 나간다는 건, 외롭고도 험난한

여정이다.

왕투덜은 지부장 타이틀을 넘겨 주고 나서

뒤늦은 후회를 했다. 넘겨 줄 때만 해도 속

이 후련할 것 같았다. 남들은 몰랐겠지만

정말 지부장이라는 자리는 피말리는 직책

이었다. 강북의 발전을 나름대로 모색 하느

라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루었던가.

그런데 갑자기 좌중이 술렁대기 시작한다.

검찰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이곳을 향해

방금 전 출발했단다. 예감이 영 좋질 않다.

다짜고짜 나에게 구속영장을 들이밀 것만

같다.

막연한 불길함에 사로잡혀 지부장 타이틀

을 연합에게 넘긴 것을 다시 물르자고 하

려는데, 속타는 내 심정도 모르는 채 연합

은 신이 나서 벌써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정말이지 내가 순순히 안 내 줬으면 일을 내

도 단단히 냈을 놈이다.

`지부장과 `전직 지부장의 차이는 실로 엄

청난 것이다. `전직 자 붙은 대통령치고 무

사한 걸 본 적이 없다.

겁없이 검찰에 전화를 돌려댄 놈이 과연 누

구란 말인가. 누가 감히 내가 권자에서 물러

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려 왔단 말이냐.

초조함에 입술이 바짝바짝 타고 있는데 준우

아빠가 나와 시선이 부딪힌다. 그런데 황급히

시선을 피해 버리는 게 영.... 그래, 준우아빠

짓인지도 모른다.

내가 저한테 못해 준게 뭐가 있다고.

오랫동안 잠수통 메고 강북을 잊었던 기억이

떠올라 잠깐 찔린다.

2차로 자리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검찰에서 들이닥쳤다. 난 그대로 소파에 고꾸라

져 자는 척 했다. 설마 술취해 잠든 사람을 끌

고 가지야 않겠지...

그러나 내 초조함은 곧 기우로 드러났다.

별고향 남편은 아내 따라 `남의 잔치에 들어

온 사람 답지 않게 우리보다 더 좋아라 하면서

부어라 마셔라 한다. 아예 양복까지 벗어 던진

채 시종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자세로 술병들을

공략해 나간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새끼

라도 뱄냐! 정말 왜 저리도 좋아라 하는지 모

르겠다. 하지만 나로선 정말 다행이다.

술잔 돌리느라 바빠 정작 자기가 여기 왜 불려

나왔는지 조차 잊고 있으니...



연합은 그날 엉덩이를 자리에 붙이고 앉아 있

을 새가 없었다. 조금 후면 신임 지부장을 선출

할 텐데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선 부지

런히 좌중을 헤집고 다니며 펴밭을 일궈 놓아

야 했다.

이미 인담은 확실하게 포섭해 놓은 상태였다.

사실, 모임 장소로 향하기 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인담의 사무실부터 찾았었다. 그래서 안

오겠다는 인담에게 등심 운운하며 무지개 회

관으로 끌어 들였던 거다. (인담이 삼겹살만

팍팍 먹어줘도 그 얼마나 좋을 것이냐. 이렇

게 인담에겐 돈을 좀 풀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초반의 `표밭 일구기에서 본

격적인 `표밭 다지기` 로 들어섰다.

낚랑엔 왜 이렇게 술고픈 사람들이 많은지.

하나 둘씩 잔을 건네 줄 때마다 몰표가 쏟아

져 들어오는 게 눈에 보였다. `물결의 속삭임

란을 통해 이미 많은 팬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당연한 결과인 듯 난 만장일치로 군기반장

이란, 하등 쓰잘 데 없는 타이틀을 훌훌 벗어

던지고 지부장 자리에 올라섰다. 수락연설을

하고 있자니 감사를 드려야 할 얼굴들이

무더기로 떠올랐다.

부모님 에서부터, 샤프한 헤어 스타일로

내 이미지를 한층 지적으로 보이게 하는데

결정적인 일조를 한 동네 이발관 최모 언니

에 이르기까지.

특히 최모 언니는 내가 이발비가 조금 모자란

때에도 인심이 늘 후했었다.

(다른 이발관에 갔을 땐 돈이 모자란다고 그

러면, 야속하게도 반만 깎아 줬었다...)

언니야... 증말 고맙다...



넉대는 신부감을 데려 오지 않은 걸 내내

후회하고 앉아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예비 신부를 오늘 짜안 하고 공개

했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공개를 하지 않아

야 사람들이 궁금해서라도 결혼식장에 상판들

을 들이밀 테고, 그래야 예산에도 차질을 빚

지 않게 된다. 뭐, 시간이 정 없어서 못 오겠

다면 계좌를 터 줄 용의는 있다.

몇푼 되지도 않는 타행이체 수수료를 갖고

운운하는 쫀쫀한 사람들을 위해서 아예

농,수,축협에서 우체국 통장에 이르기까지

죄다 개설해 놓아야 겠다.(이쯤되면 지들도

내가 거래하는 은행의 통장이 없다는 이유로

축의금을 생략, 어물쩍 넘어가진 못하겠지?)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그래도 `한 양심 하는

놈이 아니던가. IMF 한파로 고통받고 있을 낚

랑인들이 적지 않을 텐데, 그 사람들에게 축의

금으로 이중의 고통을 안겨줄 수도 없고...

음......... 그래, 이번 한번만이다.

내, `3회분납 까진 과감히 허용한다.

내가 생각해 봐도 내 인간성에 눈물이 다 난다.

난 참 좋은 놈이다.



이미 강남에서 총무로서의 재신임에 성공한

파랑새는 시종 여유있어 보였다. 하지만 거듭

되는 술잔속에서도 결코 긴장감을 놓지는

않았다. 오늘 강북 모임에서 누가 총무직을

맡게 되느냐 하는 것은, 이후 강남과 강북의

`파워게임에서 상당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하연아빠가 되었고, 그 정도쯤이면 한

판 붙어 볼 만한 흥미가 생긴다. 하연 아빠가

날개가 있단 소리는 아직 들어보질 못한 까닭

이다.

날개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

다.이것은 곧 기동성과 순발력을 가름하는 척

도가 되기 때문이다.

모임이 끝나고 회비 없이 줄행랑치는 사람들

을 끝까지 쫓아가 결국 시퍼런 배추 잎사귀

들을 뜯어 올 수 있었던 것도,

거스름돈을 달라고 쫓아오는 사람들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집까지 달려 올 수 있었던 것

도,

내 주행기록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순전히

어깨죽지에 떠억허니 달려 있는 날개 덕분

이었다. 날개는 나에게 이와같이 가공할 속도

를 심어주곤 했다.

아내인 노랑새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것도

다 그런 연유에서 였다. 아직 처녀인 줄 알

고 귀찮게 쫓아오는 뭇 사내들로부터 아내를

지켜 내려면 날개가 필요했다. 푸드덕 거리며

날아 올라, TGV 같은 속력으로 집까지 안전

하게 도망쳐 올 수 있도록 하려면 날개는 필

수였다.

우리 부부의 날개짓이 많아질수록 떨어지는

깃털도 만만치 않지만, 길거리에 떨어진 깃털

은 알뜰하게 쓸어 모아 내가 좋아하는 노털

형께 갖다 바침으로써 나의 변함없는 충성을

표시하곤 했다.

비록 깃털이긴 하지만 노털형은 매번 감격해

했다. 몸이 다소 고단하긴 하지만 우리 부부

가 이렇게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노털형이

`왕털이 되는 건 정말 시간문제 일게다.

곰푸는 비록 술자리였지만 한순간도 직업의

식을 잊진 않았다. 국내 최고 대학교의 대학

원에 근무하다 보니 어느 순간, 모든 사람들

에 대한 평가를 학점에 준해서 하게 되는

현상이었다.

노래방에서 자신이 올라가기 힘든 고음의

노래를 부고 있을 때, 자기를 도와 준답시

고 영상기기의 키를 수십번 씩 자꾸만 올

렸다 내렸다 하면서 결국 자기 노래를 완

전히 다 망쳐 놓는 사람,

(이런 사람들... 정말 열 받는다.

아, 누가 도와 달라 그랬어? 그랬냐구!)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분위기에 도취돼 노

래를 부르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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