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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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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너무 많이 낚시를 다녀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미안했었다.
거의 매주마다 가고, 그것도 모자라서 주중에도 수시로 또 가고...
그러한 나의 낚시행각을 이미 오래전부터 이해해주고 참아주었던
아내와 아이들에게 하루를 봉사하기로 맘먹고 일요일 당일 코스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이웃가족과 나들이를 가기로 했었다.
그러나 토요일 저녁 같이 가기로 한 이웃이 갑자기 급한일이 생겨
못간다고 하고, 김빠진 아내도 다음번에 같이 가자고 하며 나한테는
그냥 맥없이 집에 있지말고 낚시라도 다녀오란다.
개운치는 않지만 일단은 낚시를 가기로 맘먹고 근처에 사는 조우에게
전화하니 날도 더운데 새벽에 잠깐 배스낚시나 같이 가자고 한다.
평소 낚시금지 구역이지만 1년에 하루만 개방하는 이천 설봉저수지-
지역단체에서 생태계 보존 및 불우이웃돕기 명목으로 매년 배스낚시
대회를 연다-로 가기로 하고 일요일 새벽 4:30분에 집에서 나서서
10분만에 현장 도착. 벌써 꽤 많은 사람들이 루어를 날리고 있었고
우리도 서둘러 채비를 셋팅하고 낚시에 몰입. 물 가운데서는 수시로
배스의 라이징이 있었지만 사람이 많아서인지 낚시는 대부분 꽝.
그 와중에 애꿎은 끄리만 한마리 잡고서 8시경에 집으로 철수.
아직 잠들어 있는 집사람과 아이들을 보고 오늘은 뭔가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잠을 깨워 강릉에 가서 바닷바람이라도 쐐고 오자고 하니
아내는 뭘 그 먼데까지 가느냐며 돈 아끼고 그냥 집에 있겠단다.
큰 딸래미는 가자고 조르고, 두돌박이 작은 딸래미는 멀뚱멀뚱???
그럼 가까운데로 가자고하고 어거지로 준비시키며 떠올린 장소는
주천강. 룰루랄라~ 뻥뚤린 영동-중앙고속도로를 갈아타며 신림을
거쳐 주천에 도착. 일단 낚시점에 들러 어항,피래미바늘,구더기 등을
사고 법흥사쪽으로 가다가 첫번째 다리 지나 우측의 식당 주차장에
주차. 일단 한방백숙과 도토리묵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고 강가로...
흐름이 약한 물속에 적당히 돌을 쌓아 어항에 깻묵가루 이겨달아
넣어놓고, 울트라라이트 루어대에 마커장착, 피라미털바늘을 달고
바늘마다에는 구더기를 한마리씩 끼워서 물살에 흘렸다가 천천히
감아 들이기를 반복... 앙칼진 피라미 손맛을 여러번 즐기고...
딸래미들은 피라미를 잡아낼 때마다 좋다고 손뼉치고, 과자봉지에
담긴 피라미와 장난치며, 옷 젖는건 아랑곳않고 신나게 놀고...
아내는 파라솔 그늘밑 낚시의자에 앉아 마냥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잠시 아이들을 아내에게 맡겨놓고 미리 눈여겨 봐두었던 장소로 가서
1/8온스 팬더마틴 스피너를 날렸다 감아들이니 작은 꺽지가 발밑까지
쫓아오는게 보이고, 다시 천천히 감아들이니 투두둑- 예쁘고 귀여운
꺽지가 스피너에 대롱대롱 매달려 나오고... 그렇게 몇마리 잡아내니
저 멀리서 투망치던 사람들이 이쪽으로 와서 투망을 던질 폼이다.
(쯧쯧쯧...투망에 잡히는 고기가 아닌데...) 이제 그만 가야지...
예쁜꺽지를 아이들에게 구경시켜 준 뒤 모두 물속으로 돌려보내고...
더 놀자고 떼쓰며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달래서 차에 태우니 금방
잠이 들었다. 천진하게 잠든 아이들 얼굴에서 행복을 느끼고...
아내가 집에가서 바로 쉴 수 있도록 시원한 칡냉면으로 저녁까지
해결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니 여덟시를 막 넘긴 시간.
뉴스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고...
옆에 앉아있던 홍어부선배님이 큰 걸 걸었다. 실랑이 끝에 끌어낸
놈은 38정도 되보이는 탐스런 붕어. 얼마후에 나에게도 입질이 왔다.
한마디, 두마디, 세마디...잠시 정지. 찌가 또다시 꿈틀거린다.
동시에 챔질... 외바늘 통새우 미끼를 삼킨놈의 꽤 묵직한 저항으로
낚시대는 활처럼 휘어지고... 힘겨루기를 하며 팽팽히 맞서다가
드디어 놈의 힘이 빠진게 느껴지고, 조심스레 서서히 끌어낸다.
어? 그런데 갑자기 허전...빈바늘만 허공을 가르며 뒤로 날라가고...
그럴리가 없는데??? 바늘이 왜 빠진거야??? 이럴수가...
또 노치뿐네... 그것도 똑같은 장소에서... 으이그~~~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나에게 묻는다. 간밤에 무슨 꿈 꿨냐고...
"으-응 그냥..." 내 대답이 채 나오기도 전에 뭔 잠꼬대를 그렇게
생생하게 하냐면서... "당신 꿈속에서 고기놓쳤어요?" "응! 쩝..."
오랜만에 가족사랑 하고, 꿈속에서 또 노친... 현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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