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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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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혈지의 이무기
정말 그놈이 나타날까?
초조한 듯 담배에 불을 당기며 훈섭이 찌를 매만졌다.
풍월처럼 용혈골 저수지에 이무기가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흔히들 인적이 드문 깊숙한 골짜기 저수지의 서슬함을 두고 하는 말들이였다.
그런데 날잡아 들어간 이조사가 며칠전 새벽녘 물살이 깊게 이는 그 검은놈의 정체를 보고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가 왔을때 귀가 번쩍 틔였다.
무역업을 하는 이조사는 낚시친구로 만난 사이지만 허튼 소릴 할 인물은 아니였다.
“깜박 잠이 들었는데 물살이는 소리에 잠이 깼다니까!
훈섭이 온몸이 굳은줄 알았네.
눈을 비비고 한참을 쳐다봤어!
정말이야 뭐라고 표현 못할 어떤 놈이 분명하더라구.
순간 등줄기에 굵은 땀방울이 흘러 내릴정도였으니까.
추위 때문에 두터운 오리털 파카를 덮은 몸이였는데도 말이야.“
이조사의 흥분된 목소리 밑바닥엔 두려움이 깔려있었다.
자주 찾는 곳은 아니지만 용혈지의 고즉넉함은 인적이 뜸할땐 섬찍할만큼 고요한건 사실이였다.
검푸레한 물속 깊이 무언가 쑤욱 올라올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에 몇번 압도당한 적도 적지 않았다.
어린애 몸체만한 놈이라도 정말 있는건지 훈섭이는 그게 궁금했다.
입질이 잦은편은 아니지만 용혈지의 어신들은 걸었다 하면 제법 묵직한 놈으로 손맛을 제대로 느낄수 있는 묘미에 조사들이 그맛에 이끌려 용혈지로 들어오는건 사실이다.
몇해전 미터가 훨씬넘는 잉어를 건졌다는 이야기가 풍월처럼 조사 사이에 입담으로 전해 들은적도 있었다.
낚시바늘에 떡밥을 빚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쪽은 큼직한 살이 오른 지렁이를 통채로 너덜 너덜하게 달고서 호심을 향해 힘차게 던진지도 한참,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다.
별다른 느낌없이 살림망엔 중간치 몇수만 휘이 가끔씩 움직일뿐 검푸레한 새벽녘까지 미물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참 이상하네??.
고놈이 그제 새벽녘에 사람놀리듯 뿌드덕 거리더니.....,,
이가 아무래도 그놈이 이가 솜씨를 익히 아나봐 허허허.
훈섭의 익살에 찬란한 아침의 붉은 태양은 벌써 동쪽 산허리에 걸려 있었다.
용혈지의 수면은 뭉개뭉개 아침 안개가 일더니 태양빛에 혼합되며 사라졌다.
아무래도 이번출조에서 그놈을 보기는 힘들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통이 트면서 그나마 있던 입질까지 뜸해지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싶어 펴논 낚시대를 걷었다.
이조사도 며칠밤을 새운탓인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기력이 떨어진다며 주섬주섬 낚시도구를 챙겨들었다.
살림망을 휘젓는 어신들을 햇빛에 반짝이는 호면속으로 풀어주며 다음을 기약했다.
주말에 함께 나서자는 이조사의 말을 뒤로 한채 미리 채비를 하고 용혈지로 들어서자 평일이라 그런지 고요하기만 했다.
해가 지기전에 서둘러 낚시대를 풀고 떡밥을 이겼다.
석양이 지면서 용혈지를 둘러싼 숲에서 새들 울음소리가 어둠을 재촉하듯 고즉넉히 울려퍼졌다.
인적이 없고 험한 곳에서 단독 밤낚시라 어려운 거사임을 훈섭이 모르는것은 아니였지만 왠지 이런 분위기에서 이조사가 봤다는 그 어떤놈이 소리없이 쓰윽 올라올것만 같았다.
어둠이 깔리면서 어신의 입질도 뚝 끊어지며 고독과 무서움이 압박해왔다.
이조사의 말을 들을걸 잠깐의 후회를 해보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하지만 낚시란 무엇이던가!
끝내 오지 않을것 같던 어신이 어느 한 순간에 닥아들며 온통 무의미하도록 허비한 시간을 약올리듯 순식간에 충만한 기분으로 채워주지 않던가.
갑자기 기운이 펄펄 끓었다.
담배를 피며 어둠사이로 주위를 둘러 보던중 ‘턱’하는 소리에 놀라 대를 보니 3칸대가 받침대에서 떨어져 차고 나가는 순간이였다.
후다닥 대를 집어 당겨보니 줄에서 소리만 나고 좀처럼 대를 세울수 없을 만큼 기운찬 놈이였다.
우선 고기의 힘을 빼기로 하고 서둘지 않고 약 십분 남짓 힘겨루기를 하다 급기야 고기를 물위로 올리는데 성공하였다.
얼핏 보여진 등줄기 모양이 잉어였다.
물위로 몸체가 전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크기가 보통은 넘어보였다.
미쳐 뜰채를 내놓지 않아 불안하던중 최후의 발악인 요동을 쳐대자 바늘이 어설프게 살짝 걸렸었는지 대형 잉어는 삼십육계 줄행랑 쳐버렸다.
어신이 끊어지자 짙은 어둠사이로 주위는 고요하기만 했다.
뜰채준비도 없이 대를 세웠던 방심한 결과였다.
보통 큰놈이 아니였는데......,,
씁씁한 입맛을 다지며 낚시대를 힘차게 호심을 향해 던졌다.
고요사이로 ‘첨벙’호면을 깨는 소리만이 청아하게 울려퍼졌다.
10분, 20분, 30분, 1시간...........,,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가 어둠사이로 오싹오싹한 여운을 남겼다.
머릿속으로 좀전에 그 큰놈을 자꾸 떠올리며 연신 줄담배를 피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때 ‘푸우’물살이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어? 이상하다!』
물속의 어신이 물위를 박차는 소리같지 않게 굉장히 큰 소리였다.
이 오밤중에 노젖는 사람은 아닐테고 갑자기 등줄기 사이로 오싹한 기운이 번졌다.
후레쉬를 꺼내 소리나는 데로 호면을 향해 비춰보았다.
훈섭은 갑자기 온몸이 얼어붙는 전율이 온몸을 팽팽이 감싸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수 있었다.
이무기?
어른 몸체만한 놈이 물고기 형상을 한체 쓰윽 허공을 향해 입김질을 하며 연거품 물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이였다.
분명 이조사가 숨이 차도록 급히 연락했던게 바로 저놈을 두고 한 말인듯 싶었다.
턱이 덜덜 떨리면서 오금이 저렸다.
필시 이무기가 있는것인가?
눈을 부비며 왼쪽 팔뚝을 살점이 떨어져라 꼬집어 봤지만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거짓은 아니였다.
목이 바짝바짝 타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얼마후
어두운 수면의 물결이 조용히 휘감긴다.
틀림없는 대어의 물움직이다.
훈섭은 이겨논 떡밥을 밑밥으로 삼기로 하고 그놈을 유인하기로 했다.
호면을 부시고 들어간 떡밥이 살며시 소리를 내며 물 속 깊이 침전하는지 금새 조용해졌다.
캐미에 비춰진 찌끝이 선명히 보였다.
저격수의 날카로운 눈초리처럼 찌를 응시했다.
한참동안 찌를 응시한채 제법 시간이 흐르자 ‘미세한 입질이 찌로 전달된다.
찌가 움직일때마다 훈섭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네칸, 무식한 바다민장대를 움켜 잡았다.
마음을 조이며 흥분을 억제하면서 찌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는 순간 스윽! 하며 찌가 수면으로 약간 솟아 올랐다.
이때 다 싶어 훈섭은 힘껏 낚아 챘다.
대망의 대어가 걸린것일까!
사력을 다해 대를 세웠다.
낚시대가 90도 각으로 뻗어나감을 직감했다.
낚시대로 전달되는 장중한 느낌과, 낚시대와 굵은 낚시줄의 팽팽함이 수십만마리의 응축된 올챙이가 분사 직전의 팽창감이며 낚시줄의 웅~~웅그리며 우는 소리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묘한 소리같다.
고기와의 전투였다.
어스럼한 달빛아래로 투시된 자태는 보통놈이 아니였다.
전류가 몸에 흐르듯 줄과 대를 통해 억센 어신의 힘이 온몸의 세포하나에 까지 힘을 집중 시키게 했다.
주둥이만 삐꼼이 모습을 보이듯 형체가 물속깊이 있는 형상이 필시 그놈이 아닌가 싶었다.
쏟아지는 땀방울이 비오듯 흘러내리며 10분, 20분,30분.......,,
시간이 더디게 지날수록 꼼짝없는 어신과의 싸움이 사투처럼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필경 이무기란 말인가?
휘청거리는 몸을 가누며 대어라는 기쁨보다 두려움에 오싹해지며 낚시대를 끌어당기고 있는 역사(力士) 같은 힘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거대한 자연의 힘이라면 인간의 힘으로는 항거할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잉어라면 그 거창한 힘의 폭발력이 매력이 아니였던가!
훈섭은 태공이다! 쉽게 물러서지 말자!
훈섭은 휘청거리는 몸을 가누며 손목에 힘을 가했다.
설령 낚시대 마디가 힘을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간들 지금은 그런걸 생각할때가 아니였다.
오랜시간 동안 유유히 물속을 즐기며 인간의 위상을 압도한 그놈을 물밖으로 건져내고픈 생각뿐이였다.
팽팽이 맞서던 그놈의 움직임이 거짓말 처럼 조용해지더니 물속으로 찌와 함께 잠겼다.
옳다! 이제야 힘이 빠지는구나!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낚시대를 훈섭이 들어올리는 순간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좌측 깊은 곳으로 내달았다.
겨우 세운 낚시대가 또다시 일자로 펴진다.
낚시줄의 웅~웅그림이 들어보지 못한 용의 울음소리 처럼 용혈지를 흔들어댔다.
아마 용의 울음소리가 저러하리라! 하는 생각에 전신이 오싹해짐이 느껴진다.
‘푸-쉬쉬’
그놈의 힘 때문에 한바탕 물갈음 소리가 휘젖는다.
낚시대가 뿌드득 소리가 나고 터져나갈듯 간신히 들어올리면 보란듯이 그놈이 초리를 끌고 들어간다.
후우!
저절로 한숨이 터졌다.
긴장되었다.
챤스가 온 이상 낚시대를 부러뜨리는 실책을 하고 싶지 않았다.
팽팽해진 낚시대에 힘을 슬그머니 빼자 그놈도 기다렸다는듯 잠잠해졌다.
급할수록 침착하라고 했다.
계속되는 그놈과의 팽팽한 긴장탓에 흘려내린 땀방울이 눈속으로 들어갔는지 눈자위가 쓰러웠다.
어깨춤으로 어정쩡 눈을 훔치고 침착하게 다시 낚시대를 고쳐 잡았다.
다시 그 놈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잠겼던 대를 다시 세차게 일어켜 세우며 싸움이 시작되었다.
힘이 빠진듯 느껴지는 찰나 이를 악물며 훈섭은 마지막 사력을 다해 힘차게 끌어당겼다.
이럴수가!
낚시줄을 타고 허연배를 드러내며 수면으로 이끌려 나온놈은 꼬리가 안보일 만큼 이무기의 형상이였다.
미터가 휠씬 넘는 살이 토실토실 오를대로 오른 몇십년 동안 물속을 유유자적 휘젖었을 놈은 잉어였다.
커다란 자태가 물살을 가르며 가까이 다가설수록 흥분되었다.
기력을 다해 한손으로 뜰채를 대며 몇번만에 겨우 대가리를 뜰채에 집어넣고 힘겹게 물밖으로 안아올렸다.
세상에!......,,
옆으로 뉘인 그놈은 잉어의 형체를 띈 이무기처럼 왕성한 자태를 뽐내며 훈섭을 압도하고 있었다.
휘청거리는 몸을 가누며 살림망에 포승하듯 잉어를 묶자 기이하게 서너차례 잉어의 울음소리가 울리듯 구슬프게 귓가를 간지럽혔다.
연합올림.,
ps:무덥고 짜증나는 날씨에 님들에게 조금이나마 시원함을 안겨드리고 싶어 글올립니다.
올 여름엔 이무기 같은 미터급 잉어 한수씩 하시길. (대 부러졌다고 청구는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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