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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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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다는 어렸다고 생각되던 시절에, 아무런 계획도 없었고
그리 특이할 까닭도 없는 상황에서, 조용하면서 갑자기 다가오는
느낌들은 세월이 지나서도 가슴에 오래 남나봅니다.
아마도 지금부터 18년전 81년도 가을께 였던것으로 기억됩니다.
친하게 지내는 급우 2명과 여의도 모낚시점에서 릴대하고,
갯지렁이가 진공포장된것 몇봉과 릴바늘 채비를 사가지고
생전 가본적도 없고 누구에게 자세히 들은 얘기도 없었고
그저 막연하고 어렴풋하게 그곳에 가면 물이있고, 그 물속에는
뭐시라 그래 망둥이가 있다더라 하는 정도의 공감대 만으로
토요일 방과후 영등포 당산동에서 강화행 직행버스에 올랐습니다.
서두르느라 점심도 못먹었고, 집에다 연락하면 영락없이 낚시를
포기해야하는 형편이기에 몰래 낚시를 감행하기로 하고서...
버스는 달리고 달려서 강화대교를 넘어섰고, 우리는 거기서
하차했습니다.
아마 그때가 물이 한창 빠진때였는지 강화대교밑에는 넓은뻘이
강물 흘러가는 쪽으로 쭉 뻗어있었고요, 가물가물 저쪽 끝에는
군인훈련용 배들이 몇척 정박해 있었고...
암튼 우리는 다리 밑께로 내려와서 뻘 시작되는 곳에서 낚시를
던졌습니다.
미끼(약간 말려져서 진공포장된 갯지렁이)를 2cm 정도로 끊어서
바늘에 꿴후에(바늘이 3개였음) 지금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아마도
4천5백원쯤이던 소형 다이와릴의 베일을 벗긴후 힘차게 던져 넣으면
봉돌이 휘이익 날아가서는 겨우 뻘과 물이 만나는 곳을 조금 더지나서
풍덩 했는데,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톡톡거리는 입질이 느껴졌고
릴을 감아들이면 바늘마다 망둥이가 물고 올라오는데, 망둥이 떼내고
또 던지고, 떼내고 또 던지고....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키득거리며 "야 바늘수 곱하기 던진 횟수가 마릿수다"
라는 얘기들을 주고 받으며 망둥이 잡이에 몰입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망둥이는 진짜로 뛰어 다니는 것을....
뻘위에 망등이 새끼들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더군요...신기하게도.
가을이 한창인때라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저쪽에서 투망을
둘러맨 아저씨 세분이 이쪽으로 걸어왔습니다.
가까이서 보니까 짧은 반바지에 런닝을 입고있었는데, 한아저씨는
투망을 걸러메고, 한아저씨는 바께스를 들고있고, 한아저씨는 시커먼
봉다리에 몇가지 살림도구를 들고있었는데, 세분이 거의가 대등소이
하게 머드팩을 온몸에 해가지구 있더라구요.
그럴수밖에 없는게, 투망을 칠려면 물에다 쳐야하는데, 물은 뻘을
지나서 저멀리 들어가야 하니까요.
아마도 뻘폭이 20~30m 는 족히 되는걸로 보였습니다.
거기다가 물가까운 뻘은 푹푹 빠지기 때문에 투망도 제대로 칠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바께스를 들여다 보니까, 쬐그만 망둥이가 세마리정도 있었을까...
아저씨들은 우리가 잡은 망둥이들을 보시더니(20cm 정도가 수도없이
많았음) 지치고 힘이 빠지는지 우리들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더군요.
아저씨들이 어찌나 측은하고 안되어 보이던지.....
그중 한 아저씨가 물어보기를 "얘들아 너희들 이거 어디쓸거니?"
히시길래, 우리는 잡는 재미지 딱히 쓸곳이 없던터라
"아저씨 필요하시면 가지세요, 우리가 더 잡아드릴께요." 했더니,
그 자리에서 판을 벌이시는데, 우리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아저씨들
하는양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망둥이를 잡아서 배따고 머리떼내더니 코펠에 조금담은
소주에 대강 휘휘 씻어서는 미리준비한 초장을 담뿍 찍어서 우적우적
드시는데, 어찌 그리 맛있게 드시던지...
소주 한잔씩 드시면서....
어둠이 다가오면서, 감탕이 여기저기 묻은 옷가지하며 집에서
기다리실 부모님 생각에 가슴은 묵지럭하게 걱정이 그득하고,
낚시라면 집에서 펄쩍 뛰시기 때문에 낚시도구도, 잡은 고기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마당에 아저씨들이 오셔서 참 잘됐다는 생각에,
낚시대, 릴, 고기잡은것 전부다 그 아저씨들 드리고 돌아나오는
길에 하늘은 아주 붉은 오렌지색으로 서서히 어두워져 가는데
안개인지 또는 저멀리 저녁짓는 연기인지가 산골짜기 강물사이로
어슴프레한 땅거미 속에서 퍼져나오는 모습이 사춘기 소년의 눈에는
까닭모를 서글픔으로 비쳐져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이 아마도 평생이
다가도록 잘 잊혀지지않을 하나의 풍경으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그후 세월이 쬐깐더 지나서 어른이라는 모습으로, 그때 생각에
혼자서 버스타고 가봤더니, 군인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철망을
둘러쳐 놨더군요.
역시나, 마음에 남는 기억들은 그때 그모습만을 기억에 두는것이지
그것을 더듬거나 확인하려해서는 또 하나의 아쉬움을 만든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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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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