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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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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계주 > 사람이 사는 이야기 첫번째.... : 낚시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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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산아래 자리잡은 경남 어느 시골마을에 가방하나를 어깨에 메
고 나타난 젊은이의 얼굴은 이상하리 만큼 유독히 구리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가방속에는 과연 무엇이 담겨져 있을까 ?
그 가방속의 물건에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어진다.
망치, 톱, 대패, 기역모양의 자, 먹물줄패 등 이 젊은이가 자기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다.
과연 이 젊은이의 직업은 무엇이라고 생각되어질까 ?
미루어 짐작하건데 아마 목수였으리라.
그럼, 이 젊은이는 왜 이렇게 한적한 시골마을에 나타났을까 ?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는 있기 마련
이 시골마을에도 예외없이 조그마한 초등학교가 하나 있었다.
이 초등학교의 전교생은 24명 그래서 교실이라고 하는 것이 단 두개뿐이 없었다.
초등학교에서는 이번 여름에 학교 교실을 증축하기 위해서 사람이 필요 했던것이다.
가방을 둘러메고 임시 숙소인 학교 관사로 가던중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보았다. 너무나도 순진하고 티없이 맑은 애들을...
그때는 학생들의 나이가 천차만별이었다. 많게는 19살에서 부터
적게는 8살짜리 꼬맹이까지 모두들 형, 누나라고들 하지만 학년은 거의 비슷하였고, 행동하는 것 조차도 모두들 비슷하였다.
관사에 도착한 젊은이는 관사를 관리하는 아저씨를 찾았지만 아저씨는 마실을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툇마루에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청자담배 한개피를 입에 물고 몇개 남지 않은 성냥중에서 하나를 그으 담배불을 붙였다.
얼마나 깊숙히 담배를 빨았는지 담배연기는 한여름 소나기구름처럼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면서 희미하게 되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 마당 저편에 삽 한자루를 어깨에 걸쳐 메고 나타난 전형적인 시골 농부 모습의 한 40대후반 아저씨가 툇마루에 걸터 앉은 젊은이에게 "이번의 교실 증축하러온 젊은인가 ?" 라고 물음과 동시에 어깨에 걸쳐져 있던 삽을 씻기 위해 우물가로 갔다.
상당히 마당이 넓어 몇명이서 공놀이를 해도 될 정도라서 젊은이의
인사는 관사를 관리하는 아저씨에게 천천히 전해졌다.
너무나 무뚝뚝한 아저씨의 반기움에 젊은이의 인사는 자연히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살았는지 겉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혼자 살아보니 자연히 말 수가 적고 원래 경상도 남자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삽을 다 씻고 광에다 넣어두고 그제서야 관사를 관리하는 아저씨가
젊은이에게 "언제 도착했는 감?"
피우던 담배를 끄고 "예 한 30분 정도 되었습니다"라고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아저씨가 관사에 돌아온 이유는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부엌으로 들어간 아저씨는 조그마한 밥상을 하나 들고 나왔다. 밥상위에는 밥그릇 두개 간장 종지 하나, 얼마나 소금을 많이 넣었는지 김치 색깔이 까만 김치 그릇 하나, 그리고 직접 키워서 가지고 온 풋고추 몇개, 오이몇개, 그리고 된장그릇 하나, 놋쇠로 만든 수저 두벌이 모두였다.
밥상을 들고온 아저씨는 툇마루에 걸터앉은 젊은이에게 식사를 권했다. 마침 시장기를 느낀 젊은이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는가 ? 얼마나 정신없이 먹었는지 아저씨는 밥숟가락을 들다말고 빤히 젊은이를 한참 동안을 쳐다 보았다.
젊은이는 아저씨가 자기를 빤히 쳐다보고있는 줄도 모르고 연신 숟가락을 움직였다.
빤히 쳐다보다 아저씨는 젊은이에게 "그렇지 자네 같은 나이에는 무쇠도 소화를 시킬 수 있으니 많이 먹게나" 하면서 부엌으로 가서 밥을 담은 지금 식사를 하고 있는 양의 한 두배정도의 밥이 담겨져 있는 양푼이를 들고 나왔다. 저녁을 위해서 해 두었던 밥을 가지고 나온것이다.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고 다시 한 그릇의 밥을 담아 정신없이 먹어댔다. 어느듯 두그릇의 밥이 비울때까정 젊은이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오로지 밥을 먹는 것에서 신경이 집중이 되어있었다.
지금 이렇게 먹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놀랠것이다. 밥의 양은 지금의 공기밥으로 계산하면 한 두그릇 반 정도의 머슴밥을 두그릇이나 가뿐히 먹고는 시원한 우물물을 한 사발 들이키고는 그제서야 아저씨에게 감사하는 말을했다.
밥상을 한 쪽 툇마루로 제쳐두고 아저씨는 곰방대에 담뱃가루를 꾹꾹
눌러담고 성냥불로 담배불을 부쳤다.
한 두모금 정도를 빨고 나서 젊은이에게 묻기를
이름은 무엇인고 ? 젊은이는 "이 창일입니다" 라고 대답했고
아저씨가 묻지도 않은 나이며, 고향, 그리고 교실증축이 끝나는 날까지 여기에서 머물것이다라고 천천히 말을 했다.
관사를 관리하는 아저씨는 자기는 혼자 산지가 너무오래 되어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하였다. 있을때 까정 잘 지내 보자는 말을 젊은이게 건냈다.
그리고는 아저씨는 다시 지게를 한쪽 어깨에다 지고 그럼 쉬고 있어라는 말을 젊은이에게 남기고 대문을 나섰다.
조금은 누그러진 햇살을 비집고 간간히 바람이 불어왔다. 옛말에 배부르고 등 따시면 아무런 걱정이 없다라고 했지 않는가 ? 젊은이는 아무런 생각 없이 툇마루에 벌렁 누워버렸다. 얼마가지 않아 소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언제까지 잘지는 모르지만 젊은이가 일어나면 다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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