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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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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돔 부르스 (구십삼년 신매리 3탄) -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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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십삼년 팔월초경의 금요일 오후.
칠월말에 축협중앙회 변환시스템의 가동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감님과 나는 또 신매리를 찾았다.
"김형은 언제부터 낚실 했누?"
"중학교 일학년때요. 그때가 아마 국군의 날인가 그랬었는데 월남파병
갔던 큰 형이 귀국해서 휴가중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낙동강 하구언이 생겨 그냥 차로 갈수 있지만 그땐 버스타고
하단까지 가서 배를 타고 건너가야하는 명지라는 곳인데 월남에서
같이 근무하던 큰형 전우가 그 동네에 집이 있어 형따라 가서 낚시한게
첫 낚시였습니다.
꼽기식 대나무 낚시대로 했는데 제가 잡은 것만 해도 오십마린 더 됐을
겁니다. 큰형, 전우분, 나 셋이서 잡은 게 여섯치에서 여덟치사이로
거의 이백마리는 넘었습니다. 형은 거기서 자고 저는 다음날 학교땜에
그날 잡은 고기를 대바구니에 가득담고 집으로 왔는데 그 다음날 형이
가져온 고기는 그것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 좋은 시절에 난 낚시안하고 술밖에 몰랐으니 정말 억울하구먼."
"아이고! 말마십쇼. 그때부터 노상 찌가 눈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게
공부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심지어는 입대하고 휴가나왔을 때에도
보름동안 꼬박 낚시만 하고 귀대한 적도 있습니다.
창원에서 직장생활할때도 주말이면 거의 물가에만 있었으니 결혼전까지
연애한번 못해봤습니다."
해가 산등성이를 넘고부터 본격적으로 밑밥을 줘가며 열심히 찌를 째려
봤지만 자정이 되도록 입질 한번 못보고 차로 돌아와 취침.
다음날 새벽 네시반경 기상하여 다시 물가에 앉았다.
건너편 기슭에는 밤새 들어왔는지 세명의 꾼이 물안개속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침햇볕이 따가워져올 무렵까지 역시 찌는 말뚝이었고 건너편 꾼들도
잡아내는 폼새를 못보이고 있었다.
혹시나 하고 참고 버티던 볼일을 보기위해 휴지를 챙겨들고 건너편에서
보이지 않는 골짝 안쪽으로 돌아가 엉덩이를 까고 배설의 쾌감을 만끽
하고 있는데 아니 저게 뭐지?
개울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는 지점에 손바닥만한 고기들이 떼거지로
놀고 있는게 아닌가?
아랫도리를 추스리고 살금살금 물가로 가서 확인하는데 생긴 모양새가
영 생소한게 도대체 정체를 알수가 없다.
어제부터 입질한번 못보고 따분해오던 터라 놈들의 정체를 밝히기로
마음먹고 자리로 돌아와 두칸대에 이호줄을 매고 학꽁치낚시에 쓰는
구슬찌를 고정시키고 오호바늘을 영점육호줄에 묶은 다음 도래에 연결
했다. 이 채비는 남해안의 잔잔한 내만에서 학꽁치나 망상어를 잡을
때 즐겨쓰던 것으로 채비 자체가 굉장히 가볍고 예민하므로 떠다니는
놈을 꼬셔내기에는 이만한 채비가 없다.
"영감님. 제가 십분지나더라도 안오면 손맛 왕창보고 있는걸로 아시고
두칸대 하나만 들고 저있는데로 오십쇼."
"??????"
적은 놈으로 지렁이를 골라 바늘에 누벼꿰고 구슬찌를 수면에 살짝
놓았다. 물이 맑아 지렁이가 내려가는 게 훤하게 보이는데 뭔가 번쩍
하면서 구슬찌를 총알같이 끌고 내려간다.
대를 채니 초릿대를 그대로 처박는데 흡사 벵에돔같이 폭발적인 저항을
해댄다. 몇번의 실랑이끝에 올려놓고 보니 손바닥보다 약간 더 큰게
정말 벵에돔같이 생겼다. 단지 아가미 바로 옆에 파란 둥근점이 있고
배지느러미 주위가 주황색이고 나머지 몸체는 옅은 회색인데 전체적으로
화려하게 보이면서도 당차게 생긴 게 아주 멋진 몸매를 하고 있었다.
- 하편에 계속 올리겠습니다. 왕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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