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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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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총각:내소설책을 폈다. 다시 소설이 안쓰진다. 천천히 앞을 넘겨보았다. 곳곳에 정경이 이름이 보인다. 혜지씨의 이름도 적혀있다. 내 일기같이 쓰여진부분이 많다. 싫다. 자꾸 어제 정경이를 찾아왔던 그남자 생각이 난다. 또 시한편 적었다. 상당히 노골적인 시다.
오후가 되어 혜지씨가 왔다. 기분 때문에 그렇게 반가운표정을 지어주지 못했다. 간단한 인사만 하고 나왔다.
정경이를 찾아갔다. 카운터에 그녀가 앉아 있다. 오늘도 그녀는 변함없이 반갑게 날 맞이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제 그놈에 대해 물었다. 그녀의 남편이었던 사람이었다. 그소리가 기분나쁘게 내 맘속으로 전해져 왔다.
헤어졌으면 그만이지 왜 다시 찾아왔지? 그녀는 별신경안쓰고 자기가 보고싶어서 왔겠지.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답하는 그녀가 싫다. 그놈이라는 단어를 쓰며 안좋은 소릴 막했다. 내 말에 정경인 동의하는 답이 올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딱 잘라 말한 한마디를 들었다. "너. 말조심해!" 허? 요즘들어 난 그녀에게 아픈 상처를 준 전남편의 모습을 지워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리고 간혹 그녀의 남편얘기가 나오면 나쁜쪽으로 말한건 오히려 정경이었다. 근데 오늘 대답은 아니었다. 기분이 나빴는지 나보고 집에 가란다. 묘한 배신감이 들었다.
백수아가씨: 어제 생각해논 코트를 입고 만화방을 갔다. 이병씨가 오늘은 반가운 표정이 아니다. 무뚝뚝하게 나를 맞이하더니 또한 무뚝뚝하게 밖으로 나갔다. 무슨 안좋은 일 있나? 안좋은 일이 있다면 풀려야 할텐데..
라면주문이 없나? 어제 단골녀석이 가르쳐준대로 집에서 라면을 끓여보았다. 그녀석이 끓인것보단 못하지만 괜찮았다. 달라진 나의 모습을 나의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코트안에 손을 넣고 만화방안을 둘러보았다. 아직 손님이 별로 없다. 어? 왠 열쇠지. 아 맞다. 그때 이병씨가 준 열쇠. 아직 내가 가지고 있었구나. 어디다 넣어두지?
이병씨가 즐겨적던 공책에다 꽂아두면 그가 빨리 찾겠지. 카운터책상밑의 공책을 꺼내어 펼쳤다. 무슨 글이 적혀 있다. 소설같이 길게 적혀있다. 중간중간 읽어보았다. 쿠쿠. 완전 삼류연애코믹소설이다. 하나도 야하지 않는데 그 옆에 적혀 있는 이병씨의 생각이 넘 웃긴다. (넘야한가. 나중에 수정해야겠다.) 쿠쿠. 꽤 오랜시간 소설을 보았다. 글자 틀린것도 많구나. 나중에 기회되면 수정해주어야겠다. 내가 또 국문학도 아닌가. 유치하지만 재미는 있다. 책장을 넘겼다. 음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지네.. 줄이 그어져 있다. 그리고 정경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다. 일기같이 쓰여진 그의 글을 보았다. 이걸 보아도 되나? 계속 읽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정경이다. 기분이 좀 그렇다. 이혼녀를 좋아하는 그가 안되어보이면서도 로멘틱하다. 밝은 느낌의 글이 이어지다가 또 어둡게 변했다.
그의 일기같은 글에서 묘한 느낌의 단어를 찾았다. 최혜지? 내 이름이다. 그리고 물음표? 물음표는 뭘 의미할까?
옆에 서있자. "그냥 기분안좋은 일이 있어서 그래요. 그리고 남의 일기같은건 훔쳐보는게 아닙니다. 오늘은 그냥 집에가세요." 쌀쌀하게 날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안녕히 계세요."그말 한마디만 하고 만화방을 나왔다. 내말은 많이 떨리고 있었다.계속 그가 좋아졌었는데...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오늘 아주 낯설게 그가 딴사람같이 날 대했다.
자취생: 어? 오늘은 그녀가 없고 아저씨네. 김샜다. 혹시 모르니까 만화책을 보고 있자. 티켓을 끊는데 주인아저씨가 대뜸 묻는다. "혜지씨 친구에요?" 혜지씨? 누구말이지? "예?" "여기 아르바이트하는 여자분 친구냐고요?"
그녀이름이 혜지구나. 이름도 이쁘다. 맞지 암 친구지. 곧 애인이 될지도 모르지. "아..예." "이름이 뭐에요?"
뭐야 이놈. 건방지게 묻고 있어. 답해주기 싫다. "말하기 싫은가보죠? 그럼 몇살이에요.?" "26살인데요."
"혜지씨하고 같군." 기분은 별로지만 그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신난다. 만화방을 둘러보았다. 만화책보고 있는 놈들이 모두 이제는 내려다 보인다.
만화방총각: 갑자기 너무 싸늘하게 변해버린 그녀의 태도에 당황이 되었다. 왜 그러냐? 그리고 화났니? 미안하다.그녀에게 말을 자꾸 걸었다. 그러나 돌아선 그녀의 태도는 더욱 싸늘해졌다. 집으로 가라며 뒤돌아선 그녀에게 난 "그럼. 다음에 봐."란 말만 남기고 음반점을 나와야했다.
아직도 가을이 끝나지 않았다는냥 가로수에 마지막 잎새 지지않고 붙어있다. 그 잎새에 방금 싸늘한 표정의 정경이 얼굴위로 만화방에 있을 밝은 모습의 혜지씨 얼굴이 겹쳐졌다. 만화방가서 혜지씨한테 밝게 인사하고 기분풀자. 정경이도 괜히 그러는거겠지. 하긴 그녀의 남편을 욕했는데 기분 좋았을리 없지.
만화방에 들어서니 혜지씨가 내소설공책을 읽고 있다. 아침에 그 공책은 나에게 참 싫은 느낌을 주었었다. 혜지씨에게 밝게 인사할려고 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계속 미안해 하는 혜지씨의 태도가 싫었다.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냈다. 혜지씨가 집으로 갔다. 가고나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녀석이 들어왔다. 밝은 표정이다.
왠지 그 밝은 모습이 싫다. 앞에 혜지씨의 모습속에 이녀석의 지금 웃고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백수아가씨: 방에 혼자 누웠다. 오후의 이병씨 태도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잘못한 것은 틀림없는데 낯선 그의 태도에 당황했었다. 풀지 못하고 엉킨 실처럼 기분이 찜찜하다. 풀어야 되는데. 내일은 좀 일찍가서 대화를 해야겠다. 그래 내일가서 생각하자. 그러나 좀처럼 오늘 이병씨와의 일이 잊혀지지 않고 날 괴롭힌다. 시계를 보았다.
10가 훨씬 넘었다. 아직 만화방문을 닫지는 않았겠다. 그래 지금 가서 풀자.
만화방총각: 기분이 계속 안좋다. 뭔가 붕떴다 가라앉은 느낌이다. 정경이한테 전화를 해보았다. 정겹게 전화를 받는 그녀에게 오늘일은 미안하다고 그랬다. 그런데 당분간 찾아 오지말라는 그녀의 답을 들었다. 내가 그사람 안좋게 말한게 이런 답을 들을 정도로 잘못한 것일까? 별말 못하고 다시 "그럼. 다음에 봐."란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요즘 오후에 그녀 찾아가는 즐거움이 무척이나 컸었는데. 꼬마가 아끼고 아끼며 먹던 막대사탕을 뺏긴것처럼 허전하다. 밤 문닫을 쯤에 혜지씨가 찾아 왔다. 정경이 때문이었을까? 그 모습이 반갑지가 않다. 잊어버린 오후일을 꺼집어 낸다. 괜히 화풀이를 혜지씨한테 한거 같다. 나도모르게 큰소리로 "괜찮다니까. 왜그래요?"라고 말했다.
애써 사과하러온 그녀가 나의 이런 모습에 놀랐나보다. 멀뚱멀뚱 눈을 크게 뜨고 고정된 모습으로 날 쳐다본다.
"난. 그냥.. 미안해서.." 그녀가 말을 더듬거린다. 왜 자꾸 저럴까? 그게 뭐 그리 크게 미안한 짓이었다고. "내일 이야기 해요. 기분안좋은 일이 있었다고 그랬잖아요." 톤이 높은 음으로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답했다.
시 팔을 끌었다. "화 풀어요. 혜지씨한테 화난게 아니라니까요." 나의 말을 들은척 만척 다시 돌아선다. "가볼께요." 팔을 놓아주었다. 이게 아니다. 두명의 기쁨을 다 잃는 느낌이다. 힘없이 돌아선 그녈 잡았다.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도 뭔가 잃어버린 표정이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녀가 나를 떨쳐놓았다. 크게 뜬 그녀의 두눈을 보았다.
뺨한대 맞을거 같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 눈의 눈물자욱은 지워졌으나 왠지모를 원망의 눈빛이 있었다. 한동안 나를 뚫어지게 보더니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게 아닌데... 오늘은 정말 생각하기 싫다.
백수아가씨: 무언가 답답한 느낌이다. 그가 나한테 왜 이토록 차갑게 대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매달리는 것도 싫다. 그냥 집에 가버리면 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더 이상초라해지지 말아야하는데. 답답하다.
눈이 흐려진다. 내기분처럼 눈앞이 눈물로 흐려졌다.
오늘 이병씨 그가 나한테 키스를 했다. 간혹 그와 키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고 그생각에 미소짓기도 했다. 그가 좋아지고 내 마음속 그의 자리도 커져갔었지만 이건 아니다. 꼬마가 부푼기대를 가지고 선물상자를 풀었는데 아무것도 없었을때의 느낌같다. 힘없이 집으로 돌아올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기분이 그렇다.
옛생각이 난다. 사춘기때의 천진함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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