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계주 > 우연 두번째. 세번째 이야기 : 낚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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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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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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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l 노도계주 > 우연 두번째. 세번째 이야기 : 낚시사랑



### 우 연 (2편) ###

철이: 곧 이학기가 개강을 할겁니다. 그녀는 오늘도 내 옆자리에 앉

아 있습니다. 그녀는 점점 이뻐지는거 같습니다. 학기가 새로 시

작할려고 하니까 도서관에 사람이 빽빽합니다. 이런날은 메뚜기

가 기성이지요. 올해도 풍년이 들어야할텐데... 친구가 찾아와

서 당구를 치자고 꼬셨습니다. 그래 한게임치지 뭐.

당구를 멋지고 가뿐하게 시범삼아 져주고 도서관에 왔습니다.

아니 근데 이게 왠일이랍니까?

그녀의 자리에는 다른 여학생이 앉아 자고 있었고 내 자리에는

그녀가 앉아 또한 자고 있었습니다. 참 이거 난감하군요.

깨우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마땅히 앉을 빈자리도 없었습니다.

그녀한테 말도 못거는데 도저히 깨울 수는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커피하나 뽑아 도서관앞 벤취에 앉아 멀뚱멀뚱 지나

가는 사람 쳐다보면서 담배만 피고 있었습니다.

한참 그러고 있었는데 아까 내자리에서 자던 그녀와 그녀의 자리

에서 자던 묘령의 여자가 재잘거리며 도서관을 나오더군요. 또

난감합니다.

앉을 벤취가 마땅한게 없었나봅니다. 내가 앉아 있는 벤취에 앉

더군요.

그렇게 도서관에서도 내옆자리에 앉더니만 벤취에서도

내옆에 앉고 싶었을까요?

앉아서 참 많이도 재잘거리더군요.

굴러온 돌이 박힌돌을 뽑는다고 괜히 담배피는 나에게 시비를

그녀가 걸었습니다. 별로 연기가 그리로 가지도 않았건만 그녀가

두손으로 연기를 내쪽으로 보내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나중엔 엄청 기침까지 하더군요.

오버액션이 꼭 경찰청사람들에 나오는 액스트라같았읍니다.

그냥 일어서 도서관 내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씨 책이나 치워놓

고 가지...

민이: 개강날짜가 얼마남지 않아서 도서관이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그는 오늘도 내 옆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는 오늘도 말없이 공부하는척 하겠지요.

그가 자리를 비운뒤 얼마되지 않아 내친구가 빈자리 없나

두리번거리는게 보였습니다.

나를 발견하곤 내자리쪽으로 왔습니다. 친구는 메뚜기를 할려나

봅니다.

그래서 내 옆자리에 앉으라고 했지요.

당구치러 갔으니 한시간안에는 오지 않을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는 사람자리냐고 묻더군요. 당연히 모르는 사람자리라고 말했

답니다.

친구가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더군요.

그래서 쬐금 아는사이라고 말해주었읍니다.

친구가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그럴거면서 도서관은 왜 왔는지 모

르겠습니다.

굴러온돌이 박힌돌을 쳐낸다고 잠이 와 안되겠다며 내자리

좀 바꿔달라고 하더군요.

할수없이 난 자리를 비켜주고 그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오랫동안 그는 돌아오지 않더군요. 당구의 묘미에 빠져버렸나봅

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친구가 날 깨웠습니다.

그때까지 그는 돌아오지 않았구요.

친구가 커피나 한잔하자며 밖으로 나가자고 했습니다.

밖에 나오니 시원했습니다.

도서관 사람이 많았던 탓인지 벤취도 빈자리가 없더군요.

저기 벤취하나가 한사람만을 앉히고 있었습니다.

그자리에 앉긴 했는데 하필 그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내 옆자

리 그였습니다.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인상을 너무 심어주는거 같았습니다.

친구의 재잘거림이 잘 들리지 않고 있을때

그를 쫓아낼 구실을 그가 주었습니다.

그가 담배를 피웠거든요.

첨엔 손짓으로 담배연기가 이쪽으로 옴을 표현했지요.

솔직히 연기는 하나도 안왔지만요. 그는 참 무감각한 놈이더군

요. 그래서 기침을 했지요.

일부러 하다보니 나중엔 진짜 목이 아파 리얼한 연기가되더군요.

그제서야 그가 일어나 도서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친구와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하다보니 공부하기 싫었습니다.

친구랑 근처 커피숍가서 마저 재잘거리기로 하고 가방싸러

도서관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그의 자리에서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잘자라 인사를 해주

며...

물론 속으로 말입니다. 가방을 챙겼습니다.

가방이 들고왔을때보다 왠지 가벼웠습니다.

어머나! 그가 잠든 모습은 예전처럼 책상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었던것이 아니라 내 책위에 볼을 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잠시 망설였지만 내일도 그는 저자리에 앉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

는 나는 그냥 가버리기로 했습니다.

내일 책을 돌려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었지요.

내일 책을 돌려주면 내 커피한잔 뽑아주지... 내일 봐요. 호호.

그러며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그러나 학기 시작하고 며칠동안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

다.

내옆에 그가 없으니 허전합니다.

철이: 오늘은 도서관 내자리에 앉을수가 없습니다. 그럴 사정이 있거

든요. 어제 난 실수를 했습니다. 그녀의 책을 베고 잤거든요.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일어나보니 그녀책의 책장에 엄청 많이도

침을 흘려놨습니다. 몇페이지가 젖어버렸습니다.

집에 가 정성들여 닦아도보고 다림질도 해보았지만

침자욱은 선명히 남아 지워지지가 않았습니다.

책에는 그녀가 써놓은 예쁜글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름은 적혀있지 않더군요.

내 침 때문에 번져버린 그녀가 쓰놓은 글자들이 불쌍해 보였습

니다.

오늘 도서관에서 두리번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혹시 들킬까봐 숨었지요.

책내놔라 그럴까봐 두려웠습니다. 한동안 숨어다녀야 했습니다.

그녀가 옆에 없는 도서관열람석은 허전했습니다.

역시 도망만 다닐수는 없었나봅니다.

개강을 하고 그주 마지막날 교양수업을 들으러

생활문화대란 단과대의 한 강의실로 갔을때 그녀와 눈이 떡 마

주쳤습니다.

그녀도 이 교양수업을 신청했나봅니다.

책내놔라.

그럴줄 알았는데 그냥 밝은 표정만 짓고는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버렸습니다.

이 교양수업 첫날은 그녀한테 죄지은게 있기 때문에 맨뒤로가

앉았습니다.

참 강의실이 길더군요.

하얗게 그려지는 건 글자일거고 그 바탕은 칠판이겠지

그것밖에는 구분이 안되었습니다.

조교가 딱 넉자를 적었을때 학생들이 그냥 일어서 나가더군요.

그 글자가 궁금해 앞으로 가보았지요. 그녀가 가방을 싸고 있었

습니다.

날 쳐다보더군요. 책내놔라라는 눈빛이 분명했습니다.

그책을 새로하나 사야겠습니다.

칠판에는 오늘휴강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좀 크게나 적지...

민이: 그를 다시 보게된 장소는 도서관이 아니라 교양수업을 들을려

고 찾아간 생문대의 한 강의실이었습니다.

넓은 캠퍼스와 수많은 학생들 틈에서 그와 같이 이수업을 듣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연일까? 인연일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지요. 그가 맨뒤로 가서 앉더군요.

난 앞에 앉았는데 말입니다.

책을 돌려달라고 할까도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의 자리에 놓고간 책이라 말하기가 그랬습니다.

이 교양수업은 첫날부터 휴강이었습니다.

게으른 교수인가 봅니다.

예? 교양과목은 보통 첫날은 휴강한다구요?

전에도 말했듯이 전 일학년이에요.

가방을 싸고 있는데 그가 앞으로 왔더군요.

드디어 나한테 책을 줄려고 말을 걸려나 봅니다.

마침 호주머니에 백원짜리 몇개가 있고 강의실 앞에 자판기도 있

습니다.

그러나 그는 칠판을 눈비비고 보더니 횡하니 나가버렸습니다.

야속한 놈... 그 책은 전공책인데...

- 계속 -

### 우 연 (3편) ###



철이: 학기초라 들뜬 기분 때문에 도서관을 가지 못했지요.

그래서 그녀를 일주일동안 보지를 못했읍니다.

교양시간이 많이도 기다려지더군요. 그 교양수업이 시작하기

20분전쯤에 강의실로 갔습니다.

앞자리쪽에 가방을 던져놓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얼마후면 그녀가 나타나 제 근처에 자리를 잡을거라 기대를 했

습니다.

강의실 앞 문쪽에 시선을 두고 그녀만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

었습니다.

왜냐구요? 그녀의 모습이 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침에 어룩져 버렸던 그녀의 책도 새로 하나 샀습니다.

생각보다 비싸더군요.

한참을 기다렸는데 그녀는 나타나지않았습니다.

혹 수강변경이나 해버리지 않았나 걱정도 되었습니다.

결국 그녀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강의는 시작되고 말았습니

다.

그녀를 못보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수업이 끝났을때 복도에서 그녀를 보았습니다.

친구와 같이 있더군요.

친구와 같이 가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 책을 주기는 그랬습니

다.

더군다나 그녀의 책이 아니라 새로 산 책이니 말입니다. 할수

없습니다.

다음에 보게되면 주어야 겠습니다.

미안하다는 글도 하나 적어 같이 주어야 겠습니다.



민이: 학기초라 여기저기 불려다녀 도서관을 가지 못했답니다.

이번주 전공수업은 책없이 강의를 들어야 했습니다.

드디어 한민족의 역사라는 교양과목이 있는 날이 돌아 왔습니

다. 그 교양은 그와 같이 듣는 수업이지요. 기대가 됩니다.

교양수업이 시작하기 30분전쯤에 강의실로 갔습니다.

친구가 앞자리도 많이 비었는데 왜 굳이 뒤에가 앉느냐고 따지

더군요.

그럴일이 있단다. 이 기집애야.

친구와 커피를 한잔 뽑아 강의실 뒷문 계단쪽으로가 잠시 수다

를 떨었습니다.

수업이 시작할 무렵 약간은 설레이는 맘으로 강의실로 돌아왔습

니다. 그가 내 근처에 앉아 있을것만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 그가 수강변경이나 해버리지 않았나 걱정이 되더군요.

하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수업이 끝났을때 저기 앞쪽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를 보았기 때문

입니다.

그는 도서관에서처럼 일정한 자리에 앉지 않았습니다.

복도에서 그와 마주쳤는데 또 횡하니 가버렸습니다.

아주 모르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분명히 날 알텐데 말입니다. 진짜로 날 모를까? 하는 생각이 듭

니다.

에이 설마 방학때 그렇게 도서관에서 자주 보았는데...

책은 그래서 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그책은 새로 사야겠습니다.



철이: 오늘 우연찮게 그녀를 만났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친구를 붙잡아 뒷자리를 신세졌었습니

다. 사대앞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갔었지요.

지나치는 가을냄새가 상큼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 모는 놈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더니

핸들을 한쪽을 홱 틀었습니다.

어떤 여학생이 갑자기 튀어나왔기 때문입니다.

하하. 그 여학생은 바로 그녀더군요. 다행히 그녀를 치인건 아

니었읍니다.

그리 자전거 운전한 친구에게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

다. 단지 멋모르고 뒷좌석에서 손놓고 있던

나만 공중에 붕 떴다가 한바퀴 굴렀지요.

속력 때문에 그녀가 서있던 바로 앞에까지 굴러가 쳐박혔습니

다. 치마입은 그녀의 다리가 참 예쁘더군요. 손바닥에서 피가

났습니다. 하지만 아픈 줄을 몰랐습니다. 왜냐면 쪽팔렸기 때문

입니다. 주위에 사람들까지 모여 들었습니다. 얼굴을 못들겠습

니다.

그녀가 보는앞에서 이 무슨 창피냐...

저기 떨어진 내 가방을 주워 들고는 차마 그녀의 얼굴은 쳐다보

지 못하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보고 있는 자전거 운전수놈에

게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죽어라 뛰었습니다.



민이: 오늘은 큰일날뻔 했습니다.

사대앞 내리막길에서 길건편 친구가 부르길래 무심결에 길을 건

너다가 급히 내려오는 자전거에 치일뻔 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그 자전거는 내 바로 앞에서 멈추었지만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학생 하나가 날라서 내 바로 에 떨어졌습니다.

이런 내 앞에 떨어진 남학생은 바로 그였습니다.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 정도로 그는 심각하게 자전거에서

떨어져 굴렀습니다.

갑자기 맘이 아프더군요. 손을 잘못 짚었는지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습니다. 그는 많이 아팠는지 한동안 얼굴도 못들었습니

다. 난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에게 줄려고 했습니다.

근데 그는 자기와 같이 떨어진 가방을 들고는 단지 주먹만 쥐어

보이고 뭐가 급한지 엄청 빠르게 뜀박질하여 멀리 사라져 갔습

니다. 손수건 들고 한동안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쳐다봤습니

다.



철이: 오늘은 교양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자전거에서 떨어져 생긴 손의 상처는 거의 아물었지만 창피당했

다는 마음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그녀 볼일이 막막합니다. 그래도 수업은 들어가야겠지요.

하지만 책은 주지 못하겠습니다. 강의실 앞좌석 한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내 앞자리에는 가방 몇개만 남겨놓고 주인들은 어

디를 나갔나봅니다.

앗 그 가방들의 자리는 그녀 일행들의 자리였습니다.

수업이 시작할 무렵 그녀와 그녀 친구가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와 그 자리에 앉더군요. 좀 머쩍어 했습니다.

제법 긴 머리 때문에 그녀의 하얀 목은 볼 수가 없었지만 대

신 그녀 머리결의 향기를 맡을 수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큰 실수는 하긴 했나봅니다.

그녀가 시위를 하듯 이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전에 내가 베고

잠이 들어 침으로 얼룩지게 만들었던 그 책과 같은 책을 꺼내

어 놓았습니다. 책표지사이에는 크게 9243** 일교과 소수민이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소수민은 그녀의 이름인가 봅니다.

하하 그녀는 약간 공주병이 있나봅니다.

저렇게 크게 자기이름을 광고하는걸 보면 말입니다.

내가 사놓은 책과 또한 그녀의 예전 그책은 이젠 어떡하지

요?

이름도 그녀처럼 예쁩니다.

소수민. 소수민? 소수민... 근데 속으로만 중얼거린다는게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더니 "예?"라고 그랬습니다.

하하 그것이 그녀와의 첫대화였습니다.

때마침 교수가 우리민족은 동북아의 소수민족 만주족이

한반도쪽으로 남하하여... 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난 그녀에게 "족."이라고 대답해 주었지요.

뭔가 기분나쁘다는 인상을 나에게 주더니 아까 그녀의 이름이

적힌 그 책에다 무언가 적고는 나에게 잘 보이는 쪽으로 옮겨

놓더군요. 그 책을 보았습니다.

그 책에는 새로이 여덟자가 적혔있었습니다.

"할수없이 새로산책" 책내놔란 무언의 시위란걸 짐작할 수 있었

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책을 안들고 왔는데 어떡하지요?

그렇게 그날은 그녀의 바로 뒷자리에서 교양수업 강의를 들었습

니다.

이제 도서관처럼 이자리를 제 고정자리로 할렵니다.



민이: 오늘은 교양수업이 있는날입니다.

그때 자전거사건 이후로 아직 그를 못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를 볼수 있겠군요.

손은 괜찮을까요?

이번엔 혹시나하고 앞자리에다 자리를 맡았습니다.

그가 저번에 앉았던 바로 앞자리입니다.

그에게 내가 그가 앉았던 자리근처에 자리를 잡았다는 인상은

주기싫었기에 친구를 꼬셔서 커피를 마시러 나갔습니다. 강의실

로 돌아와보니 반갑게도 그는 내 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었습니

다.

오늘도 이 교양수업은 출석을 부르지 않는군요.

수강생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교수는 출석 부를 엄두가 나지않

는 모양입니다. 그는 아직 내 이름을 모를것입니다. 난 책에다

이름을 적지 않습니다.

단지 글자를 알아볼 수 없는 사인만 해놓지요.

그러나 난 그에게 내 이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교수가 출석을 불렀다면 굳이 이런짓을 하지 않아도 될텐

데... 그가 주지 않아 새로 산 책에다 크게 이름을 적어 밖으

로 내어 놓았습니다.

충분히 그가 이책의 내 이름을 볼 수 있을겁니다.

호호 역시 그는 내이름을 보았나봅니다.

소리는 작았지만 분명 그의 입에서 내이름 석자가 불리어 졌습

니다. 나도 모르게 뒤돌아 "예?"라고 답해버렸지요. 에그 쑥스

러워라... 근데 그는 약간 멋적은듯 멀뚱거리더니 "족"이라고

답했습니다.

무슨뜻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교수가 강의하는 내용에서 소수민족이라는 단어를 듣고서야

그가 내이름가지고 놀렸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좀 분했습니다.

책도 안돌려 주고 그가 좀 얄밉더군요.

그래서 책에다 다시 열네자를 썼습니다.

"네가 주지않아 할 수없이 새로 산 책" 앞에

여섯글자는 연필로 아주 작게 썼습니다

그리고 조금 지나 지워버렸구요. 내가 무슨 짓하나 모르겠습니

다. 자기이름은 뭐 그렇게 좋나? 혜철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

구나...

그가 좀 얄미웠던 건 사실이지만

다음주부터 이자리는 제자리가 될것 같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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