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계주 > 우연.. 네번째.. 다섯번째 이야기 : 낚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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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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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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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l 노도계주 > 우연.. 네번째.. 다섯번째 이야기 : 낚시사랑



### 우 연 (4편) ###



철이: 수요일 오후가 한가롭습니다.

가을이라 사내 가슴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큰일이군요. 이럴때면 아무여자나 막 좋아해버리는 습성이 있는

데...

하하 그녀가 있었군요.

그때 자전거를 태워준 녀석을 꼬셔 사대 앞 벤취에 앉아 커피

를 마셨습니다.

낭만이 있더군요. 녀석이 왜 하필이면 사대앞이냐고 따지더군

요. 이쁜 여학생들이 많은 예술대나 생문대쪽으로 가자고 그랬

습니다.

하하 녀석아 여기도 예쁜 여학생이 많다네...

혹시 그녀가 사대쪽에 나오지나 않을까 친구와 이야기 하면서

도 계속 눈은 사대건물 현관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그러고 있었는데 벤취뒤쪽에서 누군가 나를 스쳐지나

사대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가다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 가을적입니

다. 머리결이 여린바람에 날리고 벌써 떨어져 버리는 나뭇잎하

나가 그녀의 눈망울처럼 내 앞에 내려안더군요.

눈이 마주쳤습니다. 좀 쑥스럽더군요. 그녀와 난 잘 마주치는

거 같습니다. 애써 태연한척 담배를 찾아 꺼내어 물었습니다.

하하. 부끄럽습니다.

뭘 그렇게 쳐다봅니까? 빨리 가세요. 책은 나중에 꼭 드리겠습

니다.

그녀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려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사대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민이: 수요일 오전은 여유롭습니다. 오전엔 수업이 없기 때문입니

다. 점심이 다가와서야 천천히 집을 나섰지요

이크. 잘못하면 수업에 늦겠습니다. 오늘따라 길이 너무 막힙니

다. 이런 교통사고가 났군요.

체증은 접촉사고가 난 승용차와 택시때문이었습니다.

그 두 자동차가 길을 비켜주지 않아 길이 막혔습니다.

수업시작시간은 이미 지났군요.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급히 뛰었습니다. 숨이 찹니다.

이제 걸어가야겠습니다.

사대앞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벤취에 앉은 두 남학생의 뒷모습

이 보였습니다.

한사람의 뒷모습은 낯이 익은 모습이군요.

벤취를 지나치다가 뒤를 돌아 봤습니다. 그였습니다.

벌써 떨어져버리는 낙엽이 그가 앉은 벤취에 몇개가 내려 앉습

니다.

그모습이 가을날의 동화같습니다.

어색한 듯 담배를 문 모습마저 정겹게 보입니다.

수업엔 늦었지만 그 보상이라도 하듯 사대앞에서 그를 보았습니

다.

호호 뭘 그렇게 멀뚱멀뚱 쳐다보세요? 알았어요.

전 이만 수업에 들어가볼께요.



철이: 교양수업 강의실에 난 저번주에 앉았던 자리에 가방을 풀고 앉

았습니다. 얼마 안있어 그녀가 나타나더군요.

날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내 바로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

다. 고운머리칼의 향내가 오늘의 나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은 그녀의 책을 가져왔지만 또 주지는 못할겁니다.

예전에 미안하다는 말 몇자 적은 편지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앞자리의 그녀 책의 이름도 보았습니다. 가을입니다.

가을은 언제나 사내의 마음을 설레게 하나봅니다.

문득 편지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학과와 학번과 이름을 아는데

그녀한테 편지를 못 보낼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그녀한테 편지나 보내 볼랍니다.

아마 편지지에 내 이름을 적지는 못할겁니다.

그냥 우연히 그대를 보고 마음이 이끌린 사내라고만 적어야겠습

니다.



민이: 오늘은 교양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강의실엔 그가 먼저 와 자리를 잡고 앉아있습니다.

홀로 앉아 있지만 외롭게 보이진 않습니다.

그렇지요 내 마음이 끌렸으니 말입니다.

강의를 듣다가 창가에 이는 바람소리가 정겨운 색으로 들어옵니

다. 그의 앞에 앉아 시를 한편 적었습니다. 그는 잘 모르겠지

요.

내가 적은 공책의 시를...

오늘도 그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횡하니 나가버렸습니다.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그를 알게 될 날이 오겠지요.



철이: 드디어 그녀에게 보낼 나의 첫 편지를 썼습니다.

옆 좌석에 그녀는 없었지만 오늘은 제법 늦은 밤까지 도서관에

있었습니다.

남들은 공부를 한 줄 알겠지만 사실은 편지를 썼지요.

늦은 밤 사대수위아저씨의 눈을 피해

일교과 편지함 일학년란에다 넣어두었습니다.

그녀가 저 편지를 보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글자를 좀더 크게 쓸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충성! 수위아저씨 저 임무마치고 철수 합니다. 열심히 티비를

보십시오.

가을은 이제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서울의 하늘이 많이 맑아졌습니다.

남쪽하늘에 시리우스란 적색거성의 별빛이 오늘은 보입니다.



민이: 오늘 전공수업을 듣는데 친구가 편지하나를 가져다 주었습니

다. 분명 나한테 온 것은 맞는데 누가 보냈을까요?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강의를 듣다 말고 편지내용을 읽었습니다.

우연히 내 마음에 내려앉은 소녀에게 보냅니다.

호호. 아직 이런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이세상에는 존재하고 있

었습니다.

누굴까?

나의 눈에 자주 띤 모르는 남학생이 있었던가? 우리과학생은 아

닐까?

그리고 혹 그는 아닐까? 하지만 알수가 없었습니다.

낯선 편지였지만 기분은 좋군요.

캠퍼스는 가을빛으로 이제 변해가고 있습니다.



철이: 이번 주 교양시간에도 난 그녀의 뒤에 앉았습니다.

편지를 보낸 탓인지 조금은 다른 날보다

그녀의 뒷좌석에 앉기가 쑥스러웠습니다.

그녀는 나의 편지를 보았을까요?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었습니다.

친구와 다정하게 속삭이는 그녀의 모습이 왠지 사랑스럽습니

다.

가을이라 그렇겠지요?



민이: 그는 지금 내 뒤에 앉아 있습니다.

그는 아직 내가 가을을 타고 있는 것을 모르나 봅니다.

그의 볼펜 구르는 소리가 애처롭습니다.

옆에 앉아 있는 친구가 수업이 무료했던지 속삭였습니다.

그 속삭임 속에는 그에 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전에부터 일정하게 뒷좌석에 앉는 그가 친구에게도 눈에 들어왔

나봅니다.

자기때문에 저 자리에 앉는거 같다고 합니다. 후. 그럴지도 모

르겠네요.

친구의 모습 참 예뻤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아니겠지요.

친구때문에 그가 저 자리에 계속 앉는다고는 생각하기 싫습니

다.

도서관에서부터 봐 왔지만 그는 자리를 정하면 계속 같은 자리

를 고집한다는 것을 난 이미 알고 있습니다.



철이: 일요일 날 학교에 왔습니다. 편지지도 들고 왔지요.

오늘은 예전에 그녀 옆에 앉던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내 옆 자리에 없습니다.

왠 떡대같은 놈이 아침부터 이를 갈고 자고 있습니다. 깰 생각

을 않는군요.

오전내내 이가는 소리를 들으며 편지를 썼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로 꽉 도서관 풍경도 아름답겠지만 학생

들이 별로 없는 한산한 분위기의 열람실에서 이렇게 철모르고

자는 놈과 꽃편지지에다 짝사랑의 편지 쓰는 놈의 모습도 미소

띠게하는 풍경 같은데

그렇지 않으세요?

점심먹기전에 사대에 편지지를 갖다 놓았습니다.

편지를 무사히 갖다놓고 나오니 기분이 좋습니다.

히죽히죽 웃고 나오다가 사대 앞에서 하하 그녀와 눈이 떡 마주

쳤네요.

아무래도 오늘 그녀가 편지를 발견한다면

그 편지 쓴 놈이 나란걸 알게되겠군요.

쪽팔립니다. 또 죽어라 뛰어야겠습니다.

잠시간의 눈맞춤뒤에 난 뛰었습니다.

가을 바람 색깔은 점점 짙어만 갑니다.



민이: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학교를 나갔습니다.

별로 동아리활동은 안했지만은 과내 어학동아리에서 오늘 모임

이 있었읍니다.

그를 사대앞에서 보았습니다.

일요일날 여기는 무슨일일까요? 나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뭔가 어색한 표정을 짓습니다.

자주 마주쳤는데 눈인사나 해줄까 했는데

그는 전에 자전거에서 떨어졌을때처럼 잠시 내앞에 머물다

육상선수처럼 뛰어 나를 지나쳐 가버렸습니다.

뛰는걸 좋아하나 봅니다.

동아리방을 들어갈려고 했습니다만 우리과 편지함옆에

동아리의 모임장소가 학교앞 무슨 찻집이니 그리로 오라는

내용의 포스트가 붙어 있었습니다.

다시 왔던길로 되돌아가야 겠군요.



철이: 한동안 편지는 못보내겠습니다.

편지를 쓰기 시작한지 두번째만에 들켜버린거 같아 부끄럽습니

다. 오늘은 화요일입니다.

학생식당 양식메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하 그녀는 내 눈에 잘 띄는군요.

학생 식당 몇 테이블 건너 맞은편에 앉은 여학생이 낯이 익길

래 봤더니 그녀의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맞은편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또 뒷 모습이군요.

난 그녀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더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나와 같이 밥을 먹던 친구가 그녀의 친구를 보더니 이쁘다 그럽

니다.

하하 녀석아 그 맞은편에 앉은 여학생은 더 이쁘다네.

내말을 듣기라도 한 듯 그녀가 이쪽으로 고개를 한번 돌렸습니

다.

친구는 그녀의 친구가 더 이쁘다는군요. 내 친구는 눈이 삐었나

봅니다.

그녀가 이번에도 내 편지지를 받았을까요?

그랬다면 내가보냈다는 걸 알까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들켰던 말건 계속 내 마음의 조각같은 편지

를 계속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이: 과친구 하나가 어제부터 있었는데 안 찾아갔다며 편지를 건네

주었습니다.

또 무기명이군요. 그 편지에는 내가 좋다느니 사랑의 감정이 생

겼다느니하는 연애편지같은 내용이 아니라 차분하게 자기 마음

과 자기 마음속의 내 모습을 시처럼 적어간 내용의 글이 담겨

있었습니다.

누굴까? 궁금하군요.

두번째로 온것으로 봐서 몇번 더 이 편지의 주인은

이런 짓을 계속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번 만나자고 하겠지요.

학생식당에서 친구가 교양과목의 남학생이 저기 보인다며 눈웃

음을 짓더군요.

고개를 돌려 보았습니다. 저기 멀리서 그가 식사를 하고 있군

요. 옆에 앉은 사람은 호호 그때 자전거를 운전한 학생이었습

니다.

그는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밥먹는척

을 했습니다.

친구는 계속 눈웃음을 짓고있군요. 의심이 갑니다.

정말 내 친구 때문에 그가 교양과목 그 자리에 앉는게 아닐까

하구요.



### 우 연 (5편) ###



철이: 교양과목시간에 지각을 해버렸군요. 정말 강의실 한번 길군

요. 뒤에 앉으니 정말 앞이 캄캄합니다. 하하 이건 진짜 아닙

니다.

내가 꼭 그녀를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그녀도 지각을 하고선

내 옆에 앉았습니다. 기분이 묘함니다.

도서관에서 내 옆에 앉았을때하고 느낌이 또 다르군요.

나도 지각을 해서 여기에 앉은겁니다.

당신이 앞좌석에 없었기 때문에 뒤로 온것은 절대 아닙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민이: 교양수업시간에 지각을 했습니다. 당연히 앞문으로는 들어 갈

수 없었지요.

내 친구 뒤에 그가 앉아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니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뒷문으로 들어가 빈자리가 있길래 얼른 앉았습니다.

저 앞에 친구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어?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

습니다.

호호 그가 내 옆에 앉아 있군요. 그냥 앉았을 뿐입니다.

절대 당신이 여기 앉아 있어서 여기로 온것이 아니라

단 빈자리였기 때문에 앉았단 말이에요. 라고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철이: 다음주가 시험이라는군요. 하하 뭐 상관없습니다.

그녀 때문에 이수업은 한번도 결석을 한적이 없습니다.

교양수업은 출석만 잘해도 시험은 무난히 치를 수 있는거 아니

겠습니까?

그녀에게 고맙단 말을 해주어야 겠군요. 오늘 편지를 써야겠습

니다.



민이: 다음주가 시험입니다. 필기도 잘 했고 뭐 걱정은 없어요.

공책을 넘겨보니 그를 생각하며 썼던 시가 보이는군요.

바로 나의 옆에 있는 그가 이 시를 보면 무슨 느낌이 들까요?



철이: 오늘은 편지를 썼습니다.

세번째이니 만큼 어느정도 나를 밝혀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교양과목명을 적고 그시간에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라고

었습니다.

다음번 편지에는 저의 학과 이름도 적어볼까요?

일요일날 아주 눈치를 보며 편지를 갖다 놓았습니다.

혹시 저번처럼 그녀와 마주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민이: 월요일 아침에 수업을 들어가다 혹시나 하고 봤는데

편지함에 나한테 온 편지가 있었습니다. 그사람이군요. 무기명

입니다.

누굴까요? 편지를 읽어 보았습니다.

이사람도 그와 같이 금요일 교양수업을 듣는다는군요.

그 시간에 나를 지켜본다는데...

너무 그에게만 신경 썼을까요? 누군지 짐작이 되지를 않습니

다.

혹시 그일까요?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확인을 해봐야 겠군요.



철이: 오늘은 공대앞에서 아주 낯선사람처럼 그녀 앞을 지나쳐 갔습니

다.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 내 모습이 반가와 쳐다봤지만 얼른 피해

야 했지요.

그녀는 아직 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지금 내 맘을 온통 가을색으로 물들어 놓았읍니다. 에

이 씨.

그녀와 눈마주치는걸 피하다가 공대앞에서 족구하던 놈들

공에 머리를 맞았습니다.

또 그녀가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 앞에 떨어진 공을 족구하던 학생들 반대방향으로 있는 힘껏

차버리고 또 열심히 뛰었습니다. 헉헉 생각을 해보니 도로 돌

아가야겠군요.

전 공대에 수업이 있었습니다.



민이: 공대쪽으로 난길에서 난 그를 보았습니다.

그의 모습이 참 반가웠지만 그는 얼른 고개를 돌려버리는군

요.

그는 가을 바람처럼 내 마음의 나뭇잎들을 떨게 하고 있습니

다.

나한테 편지를 보내는 사람처럼 나도 그에게 편지나 써볼까요?

이런 그가 공에 머리를 맞았군요. 호호 화가 났나봅니다.

공을 반대방향으로 차버리고 또 힘껏 뜀박질을 하며 멀어져 가

는군요.

이젠 그의 뛰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철이: 교양시험을 열심히 보았습니다. 그녀가 내 뒤에 앉았군요.

혹시 그녀가 문제가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을까요.

내 답지를 보여주고 싶군요.

그런데 그녀가 먼저 답지를 내버립니다. 문제가 쉬웠던 모양입

니다.

다시 가방을 가지러 이쪽으로 옵니다. 답지를 작성하는척 해야

겠습니다.

그녀가 가방을 챙기다 내쪽으로 무언가 떨어터렸습니다.

하하. 내가 보낸 편지군요.

그녀가 내 편지를 받아서 읽어보고는 있나 봅니다.

기분이 좋군요.

웃으며 태연하게 그걸 주어서 그녀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답지를 작성하는 척 했습니다. 저도 답지를 완성했습

니다.

저기 그녀가 강의실을 나가는군요.



민이: 문제가 참 쉽습니다. 결석을 하지 않은 탓이겠지요. 답지를 제

출 했습니다. 앞에 앉은 그는 아직 답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꽤 많이 썼군요.

가방을 챙기다 가방안에 있는 편지를 보았습니다.

일부러 그가 앉은 쪽으로 떨구어 보았습니다.

혹 그가 이 편지를 썼다면 표정의 변화가 있겠지요.

그는 별 표정없이 그 편지를 주워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가 쓴 편지는 아닌가 봅니다.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기대는 했었는데...



철이: 다음주부터는 전공 시험이 있습니다.

오늘 집에 가자마자 그녀에게 편지를 써야 겠습니다.

다음주에는 편지를 못쓸거 같으니 말입니다.

편지에 전 전산과에 다니는 학생이라 적었습니다.

그리고 91학번이라고도 적었습니다.

너무 편지보낸 놈이 나란걸 추측하기 쉬울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민이: 다섯번째 편지를 받았습니다.

역시 그는 아니군요.

편지 보낸 사람은 전산과학생이고 더군다나 91학번이라고 합니

다.

나의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 사람이 이젠 편지를 그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는 교양과목은 휴강을 한다고 했습니다. 시험기간입니

다.

도서관이나 다녀야 겠습니다.



철이: 월요일부터 도서관을 줄기차게 나왔지만

그녀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기야 내가 어디에 앉았는지 그녀는 모르겠지요.

오늘은 좀 일찍 온 탓인지 예전에 내가 앉던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내 옆 자리에 낯이 익은 가방이 걸려 있군요. 아침이라 졸립니

다.

오늘은 시험이 없습니다. 좀 자다가 일어나도 되겠지요.

일어나니 옆 자리는 아직 가방만 걸려있고 사람은 없습니다.

어라?

내자리에 생크림빵이 있습니다. 누가 놔두고 갔을까요?

전 생크림빵을 무지 좋아합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잘 먹겠습니

다.

빵을 먹고 나니 공부가 잘되는군요.

하하. 내 옆자리는 그녀가 주인이었군요. 어쩐지 가방이 낯익

다 했습니다.

그녀 자리에 앉길래 쳐다보았습니다. 날 보고 웃는군요. 날 안

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내 얼굴에 뭐라도 묻어서 일까요?

아무래도 내가 보낸 편지의 필자를 알아차린것 같은 웃음 같습

니다.

좀 쑥스럽군요.



민이: 오늘은 첫교시부터 시험이 있습니다.

새벽에 아침도 먹지 않고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그하고 인연이 맺어졌던 자리에 가방을 놓았습니다. 배가 고프

군요.

학교 근처 제과점으로 갔습니다.

아침 일찍 갓 구운 빵이라 맛이 정말 좋군요.

몇개 사가지고 가서 나중에 또 먹어야 겠습니다.

생크림빵 두개를 샀습니다.

도서관에 돌아오니 내 옆에 누가 앉아 자고 있었습니다. 호호

그군요.

그가 오늘은 아침부터 잠에 빠져있습니다.

첫교시 시험 때문에 내가 자리를 뜰때까지 그는 일어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시험을 보러 나갈 준비를 하다가 문득 그가 아침은 먹고 왔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크림빵 두개를 그의 자리에 놓아두었습니다.

나갈려고 하는데 그때 자전거를 몰았던 그의 친구가

그의 잠든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행히 그를 깨우지는 않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가 먹으라고 놓아둔 빵 하나를 그 자리에서 뜯어 먹어버렸습

니다.

나머지 한개도 먹어버리면

오늘 도서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날것도 같습니다.

그의 친구를 째려보았습니다.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나머지 빵한개는 손만 댔다가

그냥 놓아두고 갔습니다.

시험을 잘 보고 도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잠에서 깨어 공부를 하고 있군요.

내가 왔음을 의식했는지 쳐다보았습니다. 호호 그가 빵을 먹었

군요.

입가에 생크림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은데 그는 뭔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

려 공부만 합니다.

그가 먹은 빵이 내가 놓아둔 빵이란걸 그는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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