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결의속삭임
|
- 본 게시물을 무단 다운로드, 도용, 인용, 링크 금지.
|
HOME >커뮤니티 >물결의속삭임 |
 |
|
 |
|
|
|
|
|
조회 : 278
/ 추천 : 0
|
  |
|
언니 (여섯)
스포츠머리의 네 형을 처음 만났을때 기억이 나는구나
기계과 실습생으로 다섯명이 공장에 들어와 처음 내 앞에 섰을때
네 형은 남달리 눈에 띄었다.
다른 실습생들은 겁 먹은듯 한 표정으로 두리번 거리며 서 있었고
네 형은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띄우고 있더구나
인사를 마치고 모두들 담당 파트로 배치가 되었는데
몇일후 네형이 나를 찾아 와 부탁을 했었다
‘힘들어도 좋으니 잔업(연장근무)을 많이 할수 있는 곳으로 보내 주세요’라고
네 형을 일이 많은 보수과로 재배치했다.
그러지 않아도 용접사 자격증을 같고 있던 그녀석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고장난 곳마다 쫓아 다녀야 하는 힘들고 먼지 많은 곳이라 네형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그녀석의 미소에 내가 반한거겠지.
많은 사람들이 그녀석을 칭찬 했다.
만날때 마다 깍듯이 인사 하고 언제나 싱글 거리는 그 녀석을 미워 할리 없지
잔심부름 도맡아 하지, 동작 빠르지, 힘이 세지, 쉬는 시간에 잘 웃겨 주지
서로 자기 파트로 데려 가려 했다.
궁금하여 인사기록카드를 다시금 자세히 보았었다.
세살 어린 동생을 부양하고 있는 소년가장이더구나. 가슴이 뭉클했다.
그 밝은 미소뒤에 이런 아픔이 있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 못했지
부서안에 잔잔하게 소문이 퍼진 뒤
자기 파트에 잔업이 없으면 다른 파트에 부탁을 하였고 혼쾌히들 받아 주었다.
가능한 주변 횐경이 좋고 일 쉬운 파트로 보내 주려 했지만
그녀석은 양팔뚝을 으쓱거리며 힘든곳을 골라 다녔다.
시간이 자나면서 다른 부서에서도 그녀석을 알게 되었다.
부서대항 축구시합이면 펄펄 날던 그녀석, 야유회 때면 재치 있게 사회를 보던 그녀석
주일이면 만사 제쳐 놓고 교회로 쫓아 가던 그녀석을 모두가 이뻐해 주었다
회사에서도 휴일 근무때는 그녀석에게만 특별히 두시간을 할애해 주었다.
특히 여사원들에게 인기가 대단했다.
대부분 지방 여상 출신이었던 여사원들에게 서울서 내려온 곱상하고 재치 있고
통키타 반주에 노래 잘하던 그녀석은 인기 최고였지.
그때 발바을 모로 세워 가며 양팔을 앞뒤로 흔들며 추던 춤이 울리불리라 했던가
샹하이 트위스트라 했던가 어쨋든 그녀석은 잘도 추었다.
그런 녀석이 부모없이 동생을 부양하는 소년가장이었다니... 많이들 놀라워 했고 가슴아파 했다.
네 형을 돕자는 의견이 분분 했고, 우선 우리 부서에서 월급날 모금을 했었다.
결국 전해 주지 못했다. 그녀석 이러더구나
‘이런 도움을 받으면 제가 약해 질것 같애요 여러분들 사랑에 감사 드립니다’
사무실에 모인 우리에게 이렇게 인사 할때 우리는 가슴뭉클하여 숙연해 졌고
‘더욱 열심히 할께요 그러니 잔업을 많이 시켜 주세요 고맙습니다’생글거리며 꾸뻑 인사 할때
비로소 우리는 크게 웃었다. 그런 녀석이었어 네 형은.
한달에 하루 쉬는것도 내가 억지로 쉬게 했었다.
매일 보던 그녀석의 변화를 몰랐었지, 어느날 공장장님이 부르시더구나
그 녀석 어디 아프냐고, 많이 마른것 같다고.
축구를 좋와 하던 공장장님도 그 녀석을 귀여워 해 주셨는데
토요일 오후 시합때 보니 뛰는게 약해 보이시더란다. 숨가빠 하고.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얼굴이 희어 보이던 것이 기억났다
원체 먼지가 많은 곳이라 먼지 탓이려니 했었지.
아차 싶어 공장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진찰 결과 특이 사항은 없고 과로인것 같다 하더구나. 휴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억지로 시내에 끌고 나가 한약 한재를 지어 주려 했으나
그녀석 고집에 꺾여 사각형 깡통에 든 영양제 한통을 사 주었다.
내 손을 잡고 이러더구나 ‘나도 부장님 같은 형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녀석은 미소 지으며 말 했고 나는 마음이 아팠다 마음으로 울었지.
오히려 나는 그녀석을 형으로 둔 네가 부러웠단다.
그래서 정호가 어떻게 생긴 아이일까 무척 궁금 했었다.
연말에 내년도 예산을 짤때다. 거의 이십일 작업이었다.
밤늦도록 사무실에서 계산을 해야 하니 그녀석에게 모처럼 육체적으로 편한 일을
시킬수 있었지 그때 그녀석의 또다른 면모를 알게 되었다.
그녀석을 대학에 보내고 싶었다. 네가 대학졸업후 자립하면 공부하겠다 하더구나.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 했지만 아까웠다.
바람한점 없어 거울같은 수면이다. 산속 작은 연못.
물속에 잠긴 가을을 보고 있다.
그 가을에 한대 펴 놓은 낚시대와 찌가 묻혀 있다.
형이 엄마 곁으로 가기 두어달 전 이곳에 함께 앉아 대를 드리웠다.
그때도 이렇게 짙은 가을이 물속에 있었고 형은 물에 잠긴 가을이 더 곱다고 말 했었다.
언니야! 나 외무고시에 합격했어.
언니가 있었으면 얼마나 기뻐 했을까, 형은 또 한번 울수 있었을텐데
언니와 단둘이 있고 싶어 여기 왔어 언니야, 이제 언니의 굼이던 외교관이 될수 있어
언니는 모를꺼야 언니가 끝내 아픔으로 품고간 언니만의 비밀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걱정마 언니, 언니는 나에겐 아빠였고 엄마 였어 언니대신 내가 그분을 만날께
그리고 말해 줄께 언니도 아빠라 부르고 싶었다고, 정호엄마가 아닌 정수엄마로
불려지는 엄마를 갖고 싶었다고
어느대학 정문 옆에 숨어 퇴근하는 당신을 보았었노라고
행복하게 사는 식구들의 모습을 보고 차마 닥아갈 용기가 없었다고...
당신과 엄마와 언니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몇번씩 꿈속에서 보았었노라고
그나마 살아 계신 당신이 고맙다 하더라고 얘기해 줄께.
언니야! 차라리 당신을 증오 했었다고 말해 줄까? 언니가 너무 불쌍해.
추운 겨울 정기적으로 일년에 한번씩 하는 대보수 기간이었다
공장의 모든 설비의 운전을 중단하고 베아링, 파이프 등 소모품 교환과
낡은 부분의 교체 및 보강등 을 하는 대보수 기간.
지금은 별로 사용치 않지만 성구실이라 불리는 기계가 있었다.
고운 분말로 된 시맨트 원료가 이곳 빙글빙글 도는 직경 4미터 쯤 되는
큰 팬에 들어 오고 적당량의 물을 뿌려서 함께 돌리면 분말은 동그란 형체로 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성구실이다.
동그랗게 된 원료는 키른이라는 긴 소성로로 들어 가고 그곳에서 높은 온도로 굽게되고.
구워져 까맣게 된 덩어리를 식혀서 다시 곱게 부수면 시멘트가 된다.
성구실.
언니의 마지막 바보짓은 이곳에서 있었다.
|
|
* 가끔 광고를 클릭해 봐 주시면 낚랑 사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
|
|
|
|
|
|
|
|
|
|
|
|
|
|
|
알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