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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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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시끌벅적 온 세상을 휘저으며 뭇 사람들의 고단한 가슴에 희망의 바람을 집어넣던 새 천년의 새 날이 밝았다. 무언가 큰 변화가 일어나 모든 사람이 골고루 행복할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던 막연한 기대는 그저 기대감으로 끝이나 버렸고 현실은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저 모든 사람들에게 나이만을 한 살씩 더 얹어주었다.
새 천년이 밝아온다고 연일 목청을 높이던 방송 매체들, 지면의 활자를 키워가던 언론 매체들 또 그에 가세에 내가 하는 말이 전부 옳소, 내 생각이 맞소를 주장하던 이 나라의 석학이란 사람들... 그래서 밝아온 새 천년에, 우리가 맞이한 이 새해 새 날에 어떠한 혜택이 우리에게 돌아왔는가.
새 천년이 밝았다고 온 세계 각국이 광란의 하루를 보냈다. 전 세계가 새 천년을 맞이하는데 걸린 시간이 꼬박 스물 네 시간이다. 그 시간에 각 나라는 수십 아니 수백 억원에 달하는 물자를 낭비하였다. 아직도 지구의 구석구석에는 배 굶주림에 죽어가는 어린 생명들이 산재해 있거늘....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무엇이 그처럼 세상의 사람들을 혼미하게 하고, 함께 들떠서 마치 세상이 갑자기 밝아올 것처럼 흥분을 했던 것인가?
그저 어제 저물었던 태양이 때맞추어 다시 떠 오른 것뿐인데....
작년 마지막날 저문 태양과 새 천년이란 올해 첫 날 떠오른 태양이 다
르다는 것인가?
마음이 조급한 인간들은 또한 세기를 바꾸어 놓고 말았다. 무슨 말인고하니 올 해부터 21세기이고 새로운 천년이 시작하는 해라는 것이다. 원래가 올해까지는 20세기이다. 다시말하면 올해가 20세기의 마지막 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인간의 조급성은 올해를 21세기로 바꾸어 버렸다.
역시 새로운 천년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이 이렇게 우리를 조급하게 했는가?
일년을 빨리 맞이하면 21세기는 인류에게 무궁한 영광과 행복을 안겨
주는가?
꼭 내 생명에서 일년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21세기라면 나 또한 그렇게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바보가 되고 세상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리라.
새로운 천년이 열렸든, 21세기가 시작됐든, 그저 하루하루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어제와 오늘은 변한 것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도끼눈을 뜨고 말릴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생각은 그렇다는 것이다. 어제와 같은 하루가 그저 나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것뿐이다. 그저 하루하루가 쌓여 지나가는 시간들 속에 인간의 짧은 머리들이 서로 따지기 쉽게 하기 위해서 시간들을 일, 월, 연으로 구분하지 않았는가?
그저 어제와 다르지 않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뿐인 것을.
들뜰 필요도 없고, 흥분할 필요도 없다. 어제를 보낸 경험으로 새로 다가오는 하루를 어제보다 나은 하루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그저 묵묵히 다가오는 내일을 위해 우리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본분이 아닐까?
새 천년이라 불리는 올해의 아침을 맞으며 어제들을 다시 한번 돌아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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