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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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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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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시기가 작년 가을 처음 적조암을 찾아 왔을 때는
다니던 공장에 사표를 내 던지고 지금 처럼 한짐 가득지고 왔었다.
2년 동안 공장 생활을 하며 건시기 스스로도 회의를 느꼈고 고민 하던 중
건시기에게 새로운 각오와 용기를 준것은 혼인 신고도 없이 함꼐 살고 있는
착하고 꿋꿋한 아내의 독려와 내조 덕이었다.
고졸 학력으로는 정퇴까지 근무해도 한계가 있어 조장이나 반장 밖에는 않된다.
후진 대학이라도 나와야 과장,부장 더 잘 나가면 공장장이 될수 있었다
하긴 공장장이 되려면 실력으로만 되는것은 아니지만.
고교 졸업후 2년 가까운 사회생활 뒤에 다시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으나.
녹슬지 않았는지 그런대로 머리에 들어 왔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첫해 쓴 맛을 봤고,
지난달 재차 씁슬히 돌아와 포기 하고 싶었으나 처음 대한 아내의 서슬 파아란 눈빛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정초 부터 산으로 쫓겨 들어 가는 중이다
잿빛 하늘 가득히 그릴수 있는 만큼 아내의 얼굴을 떠 올려 본다.
소꼽장난 단칸방에 어쩌다 한번씩 들리시는 아들 많은 어머님의 싸늘한 눈초리에도
찾아 주시는 것만도 고맙다고 울먹이던 건시기의 암팡진 암사슴의 고운 얼굴.
쏭포갈비집.
미영이가 신발을 벗고는 쑥스러워 발개진 얼굴로 올라 왔다.
아마 정수로 알고 있는 건시기가 혼자 있을줄 알고 왔을게다.
산적 같은 다섯 사내들의 음험한 눈빛을 혼자 받기엔 아무리 성격이 밝은 미영이라도
쉬운 일이 아니겠지.
건시기의 안내로 작전상 비워 두었던 시래미 옆의 건시기 앞자리
그리고 각설이 옆자리에 미영이를 앉게 했다.
쟈켓을 벗어 무릎 위에 올려 놓은 미영은 건시기의 소개로 악당들을 향해 인사 했다.
"저 미영이라고 해요“
기어 들어 가는 목소리로 한마디 하고는 좌불 안석이다.
"미영씨! 전부 친구녀석 들임다. 편히 대하세요“ 그게 쉬운가...
전혀 짐작 못했던 미영이의 미모에 모두들 상기 된 표정이고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도 흘깃 거린다.
“아니 이게 웬일야 미영씨가 우리 가겔 다 오고!”
밖에 나갔다 들어 오던 식당 여주인이 호들갑을 떨며 미영이를 반기다가
동석한 악당들을 보고는 안색이 변한다..
‘어이쿠 클났구먼 저 착한 미영이가 저누미들 한테 껄렸구먼’뭐 이런 표정이다.
원체 좁아터진 시골이라 말썽만 피우고 다니던 이누미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누미들이 밉지만은 않다,
외아들 이집 아들내미가 그나마 이녀석들 덕에 동네에서 매맞지 않고 다니고
가끔 씩이나마 와서 매상을 올려 주기도 하고, 하는 짓거리 들이 귀엽기도 했다.
건시기를 본 아줌마는 생각할 것이다
‘저거 분명히 건시기가 꼬셨구먼! 어이구 저 기생오래비 같은눔!’
모두들 시침 뚝따고 앉아 미영이에게 말을 걸며 소주도 권해 보고 음료수도 권해 보고
쥔아줌마가 특별히 감주도 떠다 주고 분위기가 무르 익고 미영이도 한잔 쯤은 마셨나 보다.
단, 시래미의 표정은 엉망인체 아예 고개를 떨구고 술만 마시고 앉았다.
말주변 없고 착해 터진 시래미는 저누미들 다 가고 난뒤 어찌 해야 하나 걱정이 태산이다.
술이 몇순배 돌고,
정신나간 누미들이 건시기를 건시기라 부를 때는 놀라기도 했다만
미영이는 아직 눈치 못채고 있다.
이제 슬슬 일어 날때다 라고 감 잡은 건시기는 이쑤시개 챙겨 들고 작전개시에 들어간다.
“미영씨!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올께요!” “ 예 그러세요”
신발을 신고 문을 나서는 건시기는 뒷통수가 근질 거렸다.
문을 나서자 마자 들구 뛰어 헥헥 거리며 다방으로 내려 왔다. "휴우 살았다!"
이제 좀 지나면 다른 누미들이 한눔 두눔 올 것이고 마지막으로 각설이가 들어 오면
건시기가 타고갈 뻐스정거장으로 몰려 갈것이다.
시간이 남으면 포장마차에서 오징어라도 한마리 삶아 막럴리 한잔 할테지.
“뭔 재밋는 일 있나 봐요!” 화장 진한 다방 레지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엽차잔을 내려 놓고 앞에 앉아서 건시기에게 말을 건다.
“그려! 오늘 모처럼 나왔어! 쫌 있으면 한눔씩 들어 올거여 킬킬킬”
얼마 지나지 않아 각설이와 시래미를 빼놓고 다 모였다.
“얌마 워찌 됐냐? 별일 읍는겨?” “시래미 고생좀 하겠다”“각설이가 잘 해야 할텐데”
낄낄 거리며 웃고 떠들고,
눈치 챈 다방 아가씨도 배꼽을 잡는다.
“아이구 또 한 아가씨 눈물 짜게 생겼네요 호호호!”
1시간 쯤 시간이 지나고 건시기가 타고 갈 막차 시간이 가까워 오도록
벌써 왔어야 할 각설이가 오질 않는다.
다른 누미들은 아무 걱정 없는듯 떠들고 앉았으나
건시기의 마음은 슬슬 불안해 온다. 아무래도 뭔가 잘 못 된것 같다.
배짱 좋고 말발 좋은 각설이가 아직도 안온다는 건 뭔가 잘 못된거다.
이제 10여분 후면 건시기는 일어 나야 한다.
“에이 젠장 알게 뭐여 알아서 하겠지 짜샤들아 엉아 먼저 간다! 낼 전화 해 주라!”
다방 문을나서니 눈이 내리고 있다. 첫눈이다.
‘이야 멋지군! 에이씨 눈 올줄 알았으면 정숙이나 불러 낼 것을...’
문득 나이 한살 많다며 누나라고 대드는 정숙이가 보고 싶어 진다만
오늘 집에 안 들어 갔다가는 아버지를 만나는 순간 초상날이다.
호랑이 같은 아버지의 표정이 떠올라 정신이 번쩍 들고 아무 생각 안난다.
주차장 가로등 불빛에 비친 함박눈이 탐스럽다.
털털 거리는 엔진 소리에 꽁무니로 뽀얀 김을 내 뿜으며 뻐스가 서있다.
“아저씨 이차 막차 맞지유?” “ 그려 맞어 얼렁 타!”
공연히 악셀레이터를 몇번 밟는다 부릉 부르르르릉 털털털털....
막차임에도 큰 뻐스에 손님이 몇명 않된다.
“이누미 눈이 많이 오면 않되는디...챙(체인)도 웁는디 자랄이여!”
운전사의 푸념이다.
창밖 내리는 눈을 바라 보는 건시기는 좋기만 한데.
“얌마! 건시가! 얼렁 내려와 날리 났다 야!”
눈내리는 창밖을 내다 보던 건시기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왜 그려? 뭔 일여?"
"얌마 말도 마라 울고 불고 날리다 날리여! 너 델구 오랴!"
"야 이 머저라 그거 하나 제대루 못하구 날 부르러 오면 워쩌냐!!! 이게 막차여 막차!"
"지랄 말구 얼렁 내려와 시래미가 싹싹 빌고 앉았단 말여!"
"에이 쉬발! 낼 다시 보자구 혀! 오늘 집에 안가면 난 제삿날여!"
"얌마! 너 올때 꺼정 밤새 있는댜"
"맘대루 하라구 혀! 내가 어떻게 거길 또 가냐 쉬불!"
악당누미들이 죄다 몰려 왔다. 한 누미만 빼고.
그리고 끌려 내려 왔다.
건시기는 아버지 손에 들린 굵은 홍두께가 눈 앞에 아른 거렸다.
여기 꺼정 읽으신 님덜 담주 내내 복 받으시라.
총각님덜 고운 님 만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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