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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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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날씨가 좋아 아이들과 함께 강화도 보문사에 다녀왔습니다.
일곱살, 세살짜리 꼬맹이 둘을 데리고 친정엄마랑 같이 일부러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배 타고 또 버스 타고 하면서 쉬엄 쉬엄 갔습니다.
늘 차만 타고 다니다 보니, 버스값이 얼마인지, 지하철 표는 어떻게 내는 지,
버스카드는 어떻게 사용하는 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교육삼아 대중 교통을 이용했습니다.
작은 놈은 제가 많이 보살피지만 일곱살짜리 큰 놈은 한 몫 단단히 합니다.
동생이 보채면 조금만 가면 돼. 하면서 달래기도 하구
엄마 가방이 무거워 보이면 자기가 챙겨 들어주기도 합니다.
버스나 지하철 요금도 알아서 척척 지불하고 동생 앉을 수 있게 자리도 잡아주고 하면서요.
여행의 설레임 때문인지 꼬맹이 둘이 말을 아주 잘 들었습니다.
피곤하다며 안아 달라든가, 오랫동안 차 타는 것을 지루해 할 것 같았는 데
군말없이 따라와 줍니다.
강화 외포리에서 보문사를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 합니다.
배의 난간에서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면 갈매기들이 떼지어 날아와 먹습니다.
심지어는 손에 들고 있는 것도 채어 갑니다.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500원짜리 새우깡 한 봉지가 금세 바닥이 나고 작은 놈은 더 달라고 제게 손을 내밉니다.
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보문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보문사 경내까지 가파른 길을 걸어가 법당에 도착한 아이들은
외할머니가 하시는 데로 절도 하고, 약수물도 마시고,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보느라
고개를 뒤로 젖혀보기도 하면서 경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닙니다.
기와불사하는 곳에서 반듯반듯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그리고 자기 이름을 써 놓고는
자리가 없어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을 적지 못했다고 걱정스레 엄마를 올려다 봅니다.
다른 기와 하나에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을 적고는 밝은 표정이 됩니다.
가보신 분은 아시지만 보문사 정상에 있는 눈썹바위까지는 가파른 계단이 꽤 많이 있습니다.
큰 놈은 외할머니 손잡고 먼저 올라가고, 작은 놈은 저랑 같이 올라갑니다.
하-아-나, 두--우-울, 수를 세어주는 엄마의 구령에 힘든 줄도 모르고 끝까지 올라갑니다.
사람들은 27개월짜리 꼬맹이가 계단을 오르는 것이 신기한 지 한마디씩 합니다.
눈썹바위 정상에서 사탕 하나씩을 입에 물고 바다를 보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합니다.
엄마가 고등학교때 처음 이곳에 왔었다는 거,
저쪽이 북한이고 날씨가 좋으면 보인다고.....
보문사에서 내려와 산채정식과 빙어튀김, 새우튀김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작은 놈은 제 무릎에서 큰 놈은 할머니 무릎에서 곤히 잠들었습니다.
아침 여덟시부터 시작된 오늘의 여행이 적지 않게 고단했나 봅니다.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해외출장 중인 애들 아빠에게 메일로 보내주고,
있었던 일을 그림일기로 그리게 해서 앨범에 꽂아 두었습니다.
일하는 엄마 덕(?)에 엄마와 많은 시간을 살갑게 지낼 수 없었던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꺼리가 되었을껍니다.
아이들이 좀 더 자립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앞으로 더 열심히 고된(?) 여행을 하러 다닐 생각입니다.
요번주 토요일에는 날씨만 좋다면 기차를 타고 양평 바탕골예술관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피에스: 외포리에 한번들 가보셔요.
그리고 배타기전 새우깡이나 뻥과자 준비하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뻥과자는 손에 들고 있으면 갈매기들이 직접 날아와서 잘라먹고 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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