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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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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잡기도 하지만, 살려 보낸다네." [1]
이틀 전만 해도 더위에 눌려 어깨 숨을 쉬곤 했는데, 비답지
않은 비 한 차례 내리더니 하루종일 온 몸이 썰렁할 정도로 온
도가 내려갔다. 아침 출근길에도 숨을 내 쉴 때마다 입김이 하
얗게 시야를 가린다. 추워지면 발걸음도 빨라지는 법. 재게 발을
놀려 지하철 역사로 들어섰다.
지하라서 인지 밖의 날씨보다는 포근하다. 웅크렸던 몸을 펴고
승강장을 휘 둘러본다. 조금 전 전철이 떠났는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둘러보던 중에 확 눈길을 잡는 것이 있었다. 낚시가
방을 든 사람. 무의식적으로 발길이 그 쪽으로 향한다.
허름한 가을 잠바를 걸친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이었다. 단출
하게 차려진 낚시가방 사이로 삐죽이 머리를 내민 낚싯대가 보
인다. 그 대의 낡은 품새를 본다면 부러진 것을 이어 붙여서 제
대로 갈무리가 안돼는 낚싯대이리라. 낚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꿈속에서조차 낚시하는 꿈을 꾸면 길몽이라 여기는
이 몸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손가. 슬며시 운을 띄웠다.
"할아버지, 낚시가세요?"
"으-응? 그려."
생각지도 않았던 훼방꾼에 조금은 의외라 생각했는지 답을
하면서 뒤돌아 내 모습을 아래위로 죽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자네도 꽤나 낚시를 좋아하는 모양이군. 내게 말을 걸어온
사람이 요 근래에는 자네가 처음이네."
"그래요? 요즘은 다들 차를 가지고 낚시를 다니는 통에 전철
안에서는 낚시 가방을 보기가 쉽지 않지요. 어디로 가시는 거지
요?"
"내야, 뭐 고길 잡으러 가나? 그저 시간 보낼 게 없으니 그냥
가방을 들고나선다네. 잠실철교 아나? 그리로 가는 걸세."
"그래요? 저도 분당으로 이사오기 전에 방이동 살았는데, 쉬
는 날이면 잠실철교 밑에서 낚시를 하곤 했지요. 올림픽 공원에
서 내려오는 개천 있는 쪽에서요."
"그려? 그럼 그곳은 자네가 선배구먼. 그곳에 가면 나 같은
늙은이들 여럿 있지. 그냥 어울려 시간을 보내곤 하지."
굉음을 울리며 전철이 도착했다. 전철에 올라서도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오랜만에 말벗을 만나서인지 노인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젊었을 땐 그저 가끔 친구들이 억지로 끌고 가는 바람에 낚
시털 다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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