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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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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강물처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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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이와 헤어지고 부대에 귀대하였다.
용암처럼 분출되던 국민들의 민주화운동은 이한열군이
최루탄에 맞아 숨지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마침내 전국이
국민들의 민주화열기로 한층 불길이 달아오르고 군사정권은
6.29선언으로 국민들의 열망을 수용하면서 그 열매를 맺게 된다.
당시의 군복무시절에는 국회의원 선거시에는 공공연하게
여당후보에게 투표를 해야하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조차
제대로 행하지 못하던 시기였었다.
한예로 본인이 근무하던 부대에 부재자투표용지가 배달되었는데
대부분 다른 부서에서는 부서장이 보는 앞에서 여당후보에
기표하는것을 확인하였다.
당시 본인이 근무하는 부서의 행정장교는 소신껏 자유투표를 하도록
하였는데 투표하고 밀봉한 용지를 다 개표하여 야당표가 많이 나온
부서는 혼쭐이 났었다고 한다.
군의 초급간부였던 나는 이러한 행태가 개탄스러울 뿐이었다.
그러나, 당시에 이러한 불만을 토로하다가는 어디론가 끌려가
곤욕을 치루는 것이 비일비재하였던 만큼 항상 입조심하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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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이와 헤어진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간다.
그녀가 연락을 하라고 신신당부하였지만 전화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내 성격상 남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하여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을
터부시하던 터라 그녀에게 전화할리가 만무하다.
"그나저나 다영이, 이 기집애가 자꾸 눈에 밟히네, 내가 왜 그까짓
기집애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지, 전화를 해볼까?
아니지 사나이 자존심이 있지!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제대하면 쫙 깔린게 여자일텐데...! 거기에다가 시위에 참가할
정도라면 대가 센 여자일건 안봐도 뻔하다."
"따르르르릉"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다영이에요"
"아! 다영씨"
"연락 좀 하라고 했는데 참 무심하시네요"
"제가 좀 바빠서 깜빡 했습니다. 잘 계시지요?"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서울에 안 오실 건가요?"
"지금 특별히 서울 갈 일이 없는데요"
"무슨 대답이 그래요! 한달이 넘도록 나는 준호씨의 연락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다리다 못해 여자인 제가 먼저
연락을 했는데도 특별히 올 일이 없다고요?"
"지금 그리 바쁜 일은 없지만 제대도 얼마 남지 않았고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집(하숙집)에서 그냥 지내고 있어요"
"준호씨, 그럼 제가 그리로 한번 놀러 갈까요?"
악!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나는 여자가 와서 내 홈그라운드에서
판을 치는 것, 질색이다. 예전에 그런일을 겪어봐서..!"
"아니, 그러실 필요 없어요. 나중에 시간이 나면 제가 서울로
올라가죠"
"말만 그렇게 해놓고 안 오실려고 그러죠. 저 다 알아요"
"정말입니다. 약속드릴께요"
"그럼, 약속했어요. 기다릴께요. 참! 제 연락처는 알고계시죠?"
"네,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제 연락처를 알고 있는 분이 그토록 전화도 한번 안하시고..."
"아뭏튼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럼, 준호씨 기다리면서 이만 끊을께요, 몸 건강하세요"
"네, 다영씨도 건강하세요." 전화를 끊었다.
내심으로는 보고 싶어하던 그녀였지만 막상 전화가 오니까
마음이 심란하다.
나는 이상하게도 여자들과 깊은 관계에 빠진적은 별로 없지만
우연히 여자들을 알게되면, 그 여자들과 묘하게 엮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러한 여자들의 면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제법
괜찮은 여자들이 많았지만 내심으로는 내 발목을 잡을려고 하는
것을 간파할 수 있었다.
주변의 동료들은 속된말로 "주는 떡은 식기전에 먹고 먹은후에는
입닦으면 그만"이라고 귀뜸해 주지만 내생각은 여자들을 그렇게
울려 놓고 속이 편할리 없다는 것이 내 신조다.
반대로 여자가 남자를 옭아 매려고 하는 경우도 경계하여야 하므로
여자들을 굳이 사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아직 나이도 있고 제대후 직장이 잡히면 그때 가서 결혼할 여자를
물색해도 늦지 않으며, 미리 여자를 알면 공부를 하거나 직장을
잡는데 부담이 된다.
이러한 생각은 주변의 동료들의 상황을 목격하고,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을 통하여 내 뇌리속에 깊이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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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보름정도 지난 87년 7월말경 그녀에게서 또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저예요, 다영이, 어쩜 그러실 수 있어요. 전화 한통 하기가
그렇게 힘든가요? 너무 하시네요. 준호씨"
"다영씨, 저는 다영씨를 도와줬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무엇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저는 제가 가야할 길이 따로 있어요."
"준호씨! 저는 준호씨에게 무엇인가 보답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예요. 그건 준호씨 오해예요. 다만 저는 준호씨가 보고 싶을
뿐이예요"
"다영씨! 저는 할일이 많아요. 제대도 얼마 안 남았으니 해야할
일도 많고 제대후 준비해야할 일도 있고요."
"준호씨, 제가 전화하는게 부담이 되나요?
저 그렇게 경우 없는 여자가 아니예요.
준호씨, 제가 싫으세요?"
"저는 다영씨가 싫다고 한적 없어요. 다만 저는 저대로 갈길이
따로 있다는 거죠. 결코 다영씨가 싫다는 의미는 아니예요"
"그렇다면 왜 저랑 만나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거죠?"
더 이상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왜 그녀는 이토록 집요하게 나오는 것일까?
"준호씨! 이번 주말에 한번 서울로 꼭 올라오세요! 네"
"상황을 봐서 한번 생각해 볼께요"
"꼭 올라오실거라 믿고 기다릴께요, 이만 끊어요"
그녀의 전화를 끊고나서 곰곰히 생각에 빠졌다.
이제는 그녀의 기다림을 더이상 퇴색시키기에는 내 양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며칠이 지난후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에는 어느새 그녀를 향한
내 영혼이 실려있는 육신이 단잠을 꿈꾸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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