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결의속삭임
|
- 본 게시물을 무단 다운로드, 도용, 인용, 링크 금지.
|
HOME >커뮤니티 >물결의속삭임 |
 |
|
 |
|
어느새 강남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다영이와 약속한 종로의 한 카페에 도착해보니 다영이는 어느새
미리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손을 흔든다.
"오시느라고 힘드셨죠?"
"아뇨! 별로"
그녀의 모습이 화사해 보인다. 흰색의 브라우스와 스커트 차림인데
화장을 해서인지 한층 세련되고 고운 자태가 뿜어져 나온다.
"다영씨, 오늘 기분 좋은 일이 있어요?"
"왜요?"
"옷차림도 그렇고 저번보다 훨씬 예뻐 보이네요!"
"호호호, 저번에는 화장도 안하고 시위하니까 그냥 청바지 입고
나간 거죠"
"집에서도 다영씨가 시위에 참가하는것 알아요?"
"아뇨, 그런데 앞으로는 시위에 참가하지 못할것 같아요!
준호씨 때문에 다 들통나 버렸어요"
"예? 저때문에 들통이 나다니요?"
"아빠한테 준호씨 얘기를 했는데 아빠가 그런 청년이 다 있다니
하면서 저한테는 절대로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거든요"
"잘 됐네요! 다영씨 같은 여자의 몸으로 시위에 참가하는 것은
안쓰러운 일이예요. 앞으로는 위험한 시위현장에는 발을 끊으세요.
이제는 시위할 일도 별로 없을것 같네요"
저녁시간이 되어 식사를 주문했다.
식사를 하면서 그녀와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군인으로서 적성이 맞지 않아 제대를 결심하였다는 것과
자라온 배경등에 대하여 그녀에게 설명하였고, 그녀 역시 자신의
가정환경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특이한 것은 그녀가 무남독녀라는 것과 현재 계모슬하에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 형제자매가 없었나요?" 내가 묻자
"아뇨, 원래 제 위로 오빠가 있었는데 어릴적에 죽고
그래서 저 혼자 외롭게 자라게 된 거예요. 지금의 엄마는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낳았고, 아버지는 건축업을
하는데 고혈압으로 상태가 건강이 좋지 않으세요"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참, 아버지가 준호씨를 꼭 한번 집에 같이 오라고 하셨어요.
제 부탁을 들어주실 거죠?"
그녀의 눈빛이 내게 간절히 그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었다.
"제가 다영씨에게 초대받아야 할 만큼 한 일이 없어요.
솔직히 그런일이라면 사양하겠어요. 부담이 됩니다.
같은처지의 사람끼리 돕고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제가
다영씨를 조금 도와 주었다하여 집에까지 초대를 받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준호씨, 준호씨는 참 고지식한 분이군요.
어찌 보면 참 자상하고 마음씨가 따뜻한 분인것 같은데,
또 한편으로는 답답한 일면도 있는것 같아요.
제 마음도 생각해 주실수 없나요? 여자인 제가 전화를
하도록 하고 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만나자고 하는데도
제 마음을 그리 몰라 주시니..."
말을 마치고 그녀의 고개가 숙여진다.
"다영씨, 오해하지 말아요!, 나도 다영씨를 좋아해요. 다만.."
내가 이말을 마치자 그녀가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다.
"다만 뭐죠?"
"다만, 나는 아직 여자를 사귀기에는 아직 일러요.
저번에 말씀 드렸다시피 공부도 해야 하고 제대후 취직준비도
해야 하는데 지금 여자를 사귀어봐야 부담만 되고..."
"흥! 그러니까 제가 부담이 된다 그런 말이죠?"
"아니, 다영씨가 부담이 된다는게 아니고 제 입장이 그렇다는 거죠"
"그말이 그말이지 뭐예요!, 나는 준호씨를 얼마나 생각했는데.."
"다영씨, 한번 생각해봐요. 사람을 한번 만나보고 어떡해 그 진면목을
속속들이 알겠어요.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특히, 군인들은 여자들
이라면 사족을 못쓰는데 좀 더 시간을 두고 서로를 살펴본 연후에
사귀는 것이 순리 아니겠어요?"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다면 당연히 앞으로 더 만나야 할 것 아니예요?
준호씨는 이상하네. 다른 남자들이라면 오히려 여자들에게 갖은
말로 유혹하고 어떻게 하지 못해 안달인데 오히려 군인들은 여자에게
사족을 못쓴다, 어쩐다 하면서 저를 멀리 하시려고 하는것 같은데,
준호씨,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뭘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나요?"
"아뇨!"
"그럼, 제가 준호씨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닌가 보죠?"
"천만에요, 다영씨처럼 아름다운 여자는 처음이예요"
"그런데 왜 자꾸 저를 피하려는 거예요?"
내 논리가 그녀의 논리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그녀의 집에 가는 것이 께림칙하다.
그러면 어떻게 자랐는냐? 가족관계는 어떠한가?등등 내가
답변하기 싫어하는 질문들도 할텐데...
또, 내가 제대한후 일단 어머님께 가서 그곳에서 기거하며
공부를 해야 할텐데 여자와 연애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님께서는...!
다영이의 추궁에 내 목소리는 조금씩 기어들어갔다.
"다영씨,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앞으로 다영씨와 만나는 것은 괜찮지만, 다영씨 집에 가는 것은
부담이 되니까, 적절한 시기에 제가 방문하는 것으로요!"
그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좋아요, 그럼 약속했어요!
그런데 준호씨는 정말 야속한 사람이에요"
"제가요?"
"네, 솔직히 저의 주변엔 저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남자가 줄을
서 있는데도 저는 준호씨에게 매달리는 한심한 여자가 되었잖아요!
그런데도 딱 부러지는 답변은 잘 안하시니..."
"그렇게 보였다면 미안해요, 다음부터는 노력해보죠"
다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수정같이 맑고 고운 그녀의 눈, 흰 목덜미!
그녀의 뺨이 발그레해진다.
겨우 두번째 만남인데 그녀와 나는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마음 한켠에서는 그녀를 안아보고 싶은 욕망의 불길이 조금씩
타오르고 있었다.
카페에서 나와 주변의 극장을 찾았다.
때마침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한 영화였는데, 영화가 상영되었고
시선은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지만 내마음은 온통 그녀에게 집중되
었다.
그녀의 숨결까지 느낄수 있을 정도로...
영화가 중반부를 넘어서자 그녀의 가녀린 어깨가 내게로 기울고
있었다.
살포시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녀가 내게로 자신의 몸을 기대었다.
"이게 아니었는데, 나는 적어도 여자에 대해서는 나 자신을
닦아 세워 놓고 내 여자를 찾고자 하였는데...!"
일의 순서가 뒤바뀐 것 같았다. 그러나 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가 아니겠는가?
내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자수성가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이
순리이겠으나 심성이 곱고 자태까지 빼어난 여자를 만난 것은
다 내 복이다. 굴러온 복을 걷어 찰 수는 없는 일!
이후에는 내가 좋은 직장을 잡아 그녀와 한 가정을 꾸미는 일이나
생각해 보자!
영화가 끝이 났다.
그녀를 돌아보니 내 품속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마치 매의 날카로운 발톱을 피해 둥지로 찾아든 한마리의
가녀린 새처럼....."
[계속]
|
|
* 가끔 광고를 클릭해 봐 주시면 낚랑 사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
|
|
|
|
|
|
|
|
|
|
|
|
|
|
|
알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