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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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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을 지나면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잠이 들어 있었다.
출발할 때부터 내내 잠에 취해 있는 그녀...!
나도 졸음이 조금씩 쏟아져 음악을 틀었다.
차가 부드럽게 도로 위를 흘러가듯 아름답고
부드러운 선율이 차안을 흐른다.
음악소리에 그녀가 잠을 깼다.
"오빠! 이게 무슨 곡이야?"
"응? 일어났니? 알아 맞춰 봐?"
"많이 들은 것 같은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이라는 곡이야!"
"아~! 맞아! 오빠는 이 곡을 좋아하나 봐?"
"응! 이 곡은 일제시대 우리나라의 유명한 성악가수인
윤심덕이 특히 좋아하던 곡인데 그의 연인과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져 인생을 마감했지!"
"어머! 그런 슬픈 사연이 있었네!"
"너, 눈 좀 더 붙이지 그래?"
"아냐! 이제는 잠이 안 와!"
나는 그녀가 윤심덕처럼 그러한 신세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나로서는 다영이와 희영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텐데.....!
그때 나는 다영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신이 나에게 부여한 운명인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결혼도 하지 않을 여자를 실컷 농락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비열하고 파렴치한 남자로 나는
각인되는 것이 아닐까?
또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다영이는 내가 희영이와
계속 만나고 깊은 관계를 맺은 것을 용납해 줄 것인가?
보통의 여자들이라면 뒤돌아 설 것이다.
그녀, 역시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녀에게 희영이와의 일을 숨겨야 하지
않겠는가?
결혼 후에도 숨기고 만에 하나 그때 가서 발각된다면
지난 일인데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다영이는 현실을
받아들일 것이다.
"오빠! 뭘 그리 생각해?"
"응? 아, 아냐! 아무것도..!"
"그 여자 생각해?"
"누구?"
"오빠 약혼녀!"
"아냐! 그냥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는 거지 뭘!"
"내가 보기엔 그 여자를 생각하는 것 같애!
그 여자가 그렇게 예뻐?"
"예쁘기도 하지만 마음씨가 착해!
너도 마음씨가 곱고 착하지만....!"
"옛날에도 오빠는 여자들한테 잘 접근하지 않았고
오빠가 관심 있는 여자들은 예쁘고 도도한 편이었어.
그러면서도 오빠는 그런 여자들한테 잘 보이기 위해
말을 건네거나 하지 않았어.
그래서 내가 보기에도 오빠는 다른 사람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지!
그런데, 그런 오빠가 마음을 빼앗겼을 정도라면 그 여자가
대단한 여자일 거라고 생각돼!"
"어찌 보면 그렇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꺼야!
아무에게나 자신의 문을 열어주는 여자가 아니거든!"
차는 안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빠! 앞으로도 나를 만나줄 거지?"
"희영아! 너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데 나는 내 약혼녀
에게 자꾸 죄를 짓는 것 같아서....!"
"이 곳에는 내가 아는 사람도 없고 병원의 언니들과는
친하기는 하지만 오빠한테 대하듯 할 수 없잖아!
오빠는 우리집안의 내력도 잘 알고 나와는 오랜 세월
동안 알고 지낸 사이잖아! 비록 한 동안 못 만났지만...!"
"그래! 여건이 허락한다면 자주 너를 만나줄 께!"
"고마워! 오빠!"
어느새 차는 안양에 도착하였다.
그녀의 자취집 부근에 차를 세웠다.
"자! 희영아! 나는 이만 가볼 께!"
"오빠! 잠깐만 들어왔다가 가!"
그녀의 요청에 마지못해 그녀의 자취방으로 들어섰다.
"오빠! 흉보지 마! 너무 누추해서...!"
낚은 한옥의 한쪽 방을 월세로 내어 살고있는
그녀의 방은 누추하긴 해도 방안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녀의 깔끔한 성미를 엿볼 수 있었다.
"오빠! 피곤 할텐데 여기 누어!"
그녀가 자리를 깔고 베개를 갖다준다.
다영이에게는 천천히 가도 별 문제는 없을 테고,
서툰 솜씨에 차를 몰았더니 피곤이 엄습한다.
그대로 잠이 스르르 들었다.
한참 단잠을 자고 있는데 희영이가 깨웠다.
"오빠! 오빠! 일어나! 저녁 먹어야지!"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녀는 단촐 하지만 김치찌개와
생선구이 그리고 몇 가지 반찬을 준비하여 상을 차렸다.
"응? 저녁을 손수 준비했어? 내가 사 줄려고 했는데...!"
"오빠 입맛에 맞는지 모르겠어!"
"아냐! 희영이가 나를 위해 준비했는데 맛있을 거야!"
김치찌개를 한 술 떠먹었다.
"야~! 죽인다! 너 언제부터 요리를 배웠지?
정말 맛있는데....!"
"어머! 정말 맛있어?"
"응! 정말 맛있어!"
"나는 맛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가만? 생선구이도 먹어보고...!"
그녀는 생선도 노랗게 잘 구웠다.
"으~음! 생선도 고소하게 잘 튀겼네!
그러지 말고 너도 같이 식사하자!"
"응! 알았어!"
그녀와 식사를 하면서 현재 그녀가 매우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양외곽의 낚은 한옥에 집을 얻은 것과 단촐한 살림살이,
그리고 그리 비싼 옷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그것을 증명
하고 있었다.
"희영아!"
"응!"
"내가 너에게 준 돈으로 깨끗한 아파트전세를 얻도록 해!
앞으로도 내가 여건이 허락하면 너에게 도움 좀 주고 싶어!"
"오빠! 말이라도 고마워! 하지만 오빠가 준 돈으로 고향에
계신 아빠도 좀 도와줘야 되고 동생학비도 보내야 될 것 같고..!"
"그리고도 또 필요한 데가 있지?"
"어디에?"
나는 그 다음 말을 꺼내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녀에게 결혼자금도 모아야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를
가진 내가 그런 말을 하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그녀는 차와 과일을 내어 왔다.
"희영아! 이번 여행은 어땠어? 괜찮았어?"
"응! 정말 너무 즐거웠어! 거기에 오빠가 내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이 곳 생활이 너무 갑갑했거든....!"
그녀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TV를 보다보니 어느덧
어둠의 커튼이 드리워진다.
TV를 보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눈이 서로 부딪히면서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그녀를 내게 잡아 당겼다.
그녀도 자신의 상체를 내게 맡긴다.
"으~음!"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뜨거운 입맞춤을 하였다.
"오빠! 오늘 여기서 자고 가지?"
"안돼! 가 봐야 돼! 잠깐 이리와 봐!"
그녀를 잡아끌고 자리에 누웠다.
"나는 이렇게 만지는 게 좋아!"
"오빠는 좀 이상해!"
"뭐가 이상해?"
"응....! 뭐랄까? 굉장히 얌전하고 착한 듯 하면서도
잠자리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거든...!
처음에 나는 오빠의 그런 모습에 깜짝 놀랐어!
오빠! 솔직히 여자관계가 많지?"
"얘가 자꾸 곤란한 질문을 하네!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어! "
"난 정말 궁금한데...! 오빠같이 얌전하고 매너 좋은 남자가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하잖아!"
"그럼, 아예 여기서 나하고 같이 살아! 호호호!"
"그럴 거 없이 내가 결혼하면 너를 사랑방에 데려다 놓고
같이 살면 되는 거지 뭐!"
"호호호호!"
"하하하하!"
"오빠! 오빠도 나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후회해?"
"후회해서가 아니라 네가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야!
넌 후회가 되지 않아?"
"오빠! 난 결코 후회하지 않아!
내가 오빠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비록 오빠는 약혼녀가 있지만 그것 때문에 오빠를
그냥 보낼 순 없었어!
남들이 나를 보고 나쁜 여자라고 욕할지는 몰라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몸을 주었던 거야!"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할 말이 없다.
그녀를 부드럽게 안고 잠을 청했다.
"희영아! 이따가 꼭 깨워줘야 돼?"
"응! 시계 맞춰놨어!"
희영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영이는 내가 희영이와 여기서 이렇게 껴안고
저녁 먹고 잠자리를 한 걸 알면 아마 까무라 치겠지....!
"때르르르릉! 때르르르릉!"
탁상시계가 아홉시임을 알린다.
"오빠! 일어나! 아홉시야!"
"으~응! 벌써 그렇게 됐나!"
"오빠! 이제 가 봐야지?"
"그래!"
부스스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옷을 입었다.
문밖으로 그녀가 따라 나왔다.
대문 앞에서 그녀를 바라다보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도 없고.......!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녀도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어깨를 두 손으로 짚고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그녀가 뒷꿈치를 들면서 내 목을 두 손으로 잡아당기며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왼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고 오른손으론 그녀의 뒷머리를
끌어안았다.
"오빠! 자주 연락해야 돼!"
"그래! 알았어!"
"그리고 여러모로 너무 고마워!"
"그런 소린 하지마! 자! 이만 갈 께!"
그녀는 내가 그녀의 집을 나와 차를 탈 때까지
뒤따라온다.
"부르르릉!"
차가 출발하자 그녀가 손을 흔든다.
나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백미러에 차츰 멀어져 가는 그녀의 모습이 맺혀진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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