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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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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창가에 기대어 서서
유리창에 선을 그리는 비를 가만 쳐다본다.
아득한 지평선 너머로 시선을 옮기다 뒤돌아보니,
원두커피 향이 방안에 가득 피어오른다.
익숙한 향기로움이 이렇게 젖은 날에는 더 그립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나는 흰 머리와 기초체력의 상실을 느끼고 있다.
그런 일들은 마음의 아쉬움을 남긴다.
지금보다 젊었던 날들을 기억해 내곤 쓸쓸해 한다.
모든 변화가 서른 중반의 나이 탓이라고 덤덤해 하다가도
아주 쓸쓸하고 우울해진다.
따져보니 오래된 일이기도 하다.
어느 해 여름에서야 우린 서로의 존재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일상을 같이 해왔으면서도
어느날에서야
"아, 저런 사람이 있었네?" 하며 그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가끔씩 마주치면 가벼이 목례를 나눌 정도의 사이였던
그와 내가 모닝커피를 같은 테이블에 앉아 마실 수 있게 된 날
그가 내게 물었다.
"사는 게 재미있냐구?"
뭔 뚱딴지.
여지껏 나는 앞만 보고 살아왔다,
마치 계단을 오르듯
나이에 맞는 학교를, 회사 입사를 그리고 사회 생활 등의
일련의 모든 절차가 한번도 주저함 없이 이뤄졌다.
모두가 그러하듯이.....
모든 수순을 남들이 하는 대로 차례 차례 밟아 나갔을 뿐이다.
한번도
"재미있나?, 행복한가?" 그런 의문없이 살았던 것이다.
그저 적당히 고민하고, 하고 싶은 일 하고,
사고 싶은 것 사고, 배우고 싶은 거 배우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 만나면서...
특별히 슬플 것도, 특별히 괴로울 것도,
특별히 행복할 것도 없는 삶이었다.
그런데 그가 묻는다.
"사는 게 재미있냐구?"
속내를 다 드러낼 만큼의 친근감은 없었기 때문인지,
그럭 저럭 별 문제가 없다고만 대답을 했다.
그 뒤로 사는 게 재미있니?
그가 내게 묻었던 것처럼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져보곤 한다.
그 말은 마치 화두처럼 내 일상에서 불쑥 불쑥 튀어나와
나를 지켜보는 듯 했다.
어느 날인가 자료를 찾기 위해 교보문고를 가야했었다.
마침 복도에서 부딪친 그에게 서점에 갈 일이 없냐고 물었다.
흔쾌히 그는 동의를 나타내었다.
찾고자 하는 자료를 찾아 정부간행물 코너, 잡지코너 등등
여기 저기 돌아다녔지만 결국 만족할 만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그만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는 데, 그가 더 찾아보자고 한다.
여지껏 내 자료 찾기를 도와준 그에게 본인의 일을 보라고 권했지만
그는 그냥 따라 온 것일 뿐이라며 난처해 한다.
무안함을 감추려는 지 더 찾아 보자며 책장을 향해 돌아서는
그의 등 뒤에서 반 팔 아래로 드러난 그의 두 팔을
두 손으로 잡고 그만 가자며 출입구 쪽으로 그의 몸을 돌려 놓았다,
서늘한 팔의 감촉이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뜨거웠을 내 손을 얼른 빼며
부끄러움에 후끈 얼굴이 붉어졌다.
무의식적이긴 했지만
친하지도 않은 사람의 팔을 잡은 내가 갑자기 낯설고 부끄러웠다.
평소 나는 살갑게 사람들을 대하는 형도 아니고,
소풍 길에 줄맞춰 짝이랑 손잡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다만 아마도 먼 옛날부터 이어져온
그와의 인연의 고리 때문에
그의 팔을 잡았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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