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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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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말***
사랑은
모든 비바람 속에 휴식처와 같고
추울 땐 모닥불과도 같고
비오는 날의 천둥 번개와도 같지만
표현 할 수 없는 게 사랑이라고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사랑은 부드러운 갈대밭을 삼켜버리는 강물과도 같고
사랑은 영혼에 상처를 남기는 면도날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만
나의 삶에 있어 사랑은
끝없는 고뇌와 한탄과 절망만을 남겨 줘 버린 것 같습니다
사랑했음으로 결혼했고
결혼했음으로 배신의 아픔 속에
춤 바람나 가출 해버린 세 아기들의 엄마를 기다리며
울분과 한탄 속에 지세야 했던 수많은 날들...
문득 정신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거들 나버린 거지신세...
이래선 안 된다! 애 들이 무슨 죄냐 싶어
삶에 방향을 바꾸었지요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으리라 굳게 맹세하며 자학 속에
주위사람들의 재혼권유도 뿌리치며
성장하는 애들의 모습에 삶의 기쁨을 느끼면서 살아온 내가
또 그 몹쓸 사랑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야 하다니....
이야기를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를 만나게된 동기부터 시작해야겠죠?
*****
*****
*****
그날도 가게에 나오자 마자 아침부터 바뻣다
신 도심이 들어서면서 완공된 아파트에 입주하는
많은 입주민들의 보조키 설치 및 특수키 설치요청으로
제시간에 맞춰 밥 먹을 틈도 없이 출장 설비 다니느라
눈썹을 휘날리며 뛰어 다니다 가게에 돌아오면
찾아와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전화해도 받지 않고 도장 한 개 팔려니 힘들어 부요
30분 넘게 기다렸으니 싸게 해주쇼 잉!"
학교 때문에 애들 데리고 이곳에와 삐삐 이동통신업을 하다가
PCs폰 등장으로 해약하러만 오는 삐삐 가입자들...
전전긍긍하던 난, 5년 전, 가게문을 닫고 서울로 갔었지
그리고 기술 좀 있다고 뻐기며 안하 무인 격인
막내 동생 같은 놈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면서도
술 사줘 가며 비위 맞춰 줘가며 수모의 시간들을 보내야 했지
"아니 엊그제 가르쳐줬는데 그것도 못해?
멍청하기는..."
"수 몇 년 동안 열쇠 도장기술을 배운 너희들과
며칠 안된 내가 숙달됨이 같냐?"
마음은 따지며 갈겨주고 싶었지만
밑천 없어 개업도 못하고
남의 집 밥 얻어먹고 있는 무식하고 몰상식한 어린 그들과는
참아가며 배우는 것이 상책인 것 같았다
오전엔 도장기술 배우러 종로로
오후엔 열쇠기술 배우러 양재동으로...
밤엔 복습! 손의 감촉만으로 숙달되어야 하는 만큼
아침밥 먹을 땐 손이 덜덜 떨려와 젓가락질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행운의 여신만은 날 버리지 않았을까?
정말 상상외의 호황이었다
그 수모의 시간을 버텨가며 업종변경 하길 정말 잘했다
왜? 체면만을 생각하며 진즉 부가가치가 높은 이 업종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때늦은 후회가 들 정도였다
그날은
2년 전, 2천 만원 적금대출 받은 마지막 불입일 이었다
은행마감시간이 다 되어 시간을 낼 수 있었던 난, 서둘러
80여 만원을 입금시키고 빚에서 해방된 홀가분함과 희열 속에 젖어
나름대로 행복감에 듬뿍 도취되어 있었다
"따 르 르 릉!!!!" 전화벨이 울린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가게 끝날 시간이죠?
상배 하고 둘이 소주 먹다 형님께 전화 드리는데요
자연산 돔 이 있다 기에 주문 해놨습니다 도쿄일식으로 빨리 오십시오
안 먹고 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곳에 와서 알게된 광주 2년 후배의 2년 후배 되는 용만 이다
조립 주택 공사 업을 하고 있는 그를 알게 된 것도
다방계집 때문이었지만 인물은 인물을 알아본다던가?
지금은 별 볼일 없는 나를 왕년조직의 선배 대하듯 깍듯이 대한다
"으응! 그렇지 않아도 술 한 잔 할까 했는데
마침 잘 됐구먼! 금방 갈 께!"
수화기를 내려놓은 순간 또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xx열쇠죠?
"네~에 그렇습니다 무슨 일로?"
"차량 열쇠가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는데
차 키 좀 만들어주세요"
도쿄일식 집으로 달려갈 궁리만 하고 있던 터라
난 거절을 했다
"지금 가게문을 닫고 일이 있어 다른데 가봐야 하니까
다른 곳에 연락 해보셔요 죄송합니다"
"xx열쇠에 전화를 하니까 내 차는 프린스 오토 인대요 사장님이 만들 줄 안다고
전화번호를 알려줘 전화했는데 먼저 오셨다 가시면 안 될까요?"
지금 생각함 그때 거절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거절 못할 야릇한 숙명적인 무언의 힘이 작용했을까?
애교가 살살 흘러 넘치는 목소리의 여자,
프린스 중형차를 몰고 다니는 여자,
호기심도 일었지만 마침 차 파킹 해놓은 자리가
도쿄일식 집 주차장이라 하지 않는가?
"일반차량 키 제작은 5만원인데요 프린스와 그렌저는
평면 굴곡 키 방식이라서 12만원인데요
지금은 밤 10시가 넘어 따불 인데 조금만 더 생각 해주면
바로 나가겠습니다"
방향이 같아 속으로 쾌제를 부르며 난 튕겨 봤다
15만원쯤 받아 용만 이와 술 한 잔 한 후
2차 노래방 비용은 되지 않겠는가 생각하며...
"현찰은 2만원밖에 없고 십 만원 권 자기앞수표인데
15만원에 해주시고 죄송합니다만 잔돈 가지고 오세요"
죄송하고 말고 가 어디 있는가
차 문 따고 엔진 키 분해하여 열쇠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10여분! 밑천 얼마 안 들고 얄팍한 기술로(서럽게 참고 배운 거지만)
고 수익 을 얻는 판국에....
"잠시 기다려주시면 10분 안에 도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둘러 셔터를 내리고 도쿄일식 주차장에 차를 들이미니
헤드라이트 불빛에 프린스 차 앞에 서있는 투피스 정장 차림의 여인
이 보인다 165cm정도의 훤칠한 키에 세련된 모습이다
차에서 내려 공구가방을 꺼내고 있는데
"늦은 시간에 오시라해서 죄송합니다"
교양 있는 목소리에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데
향긋하게 풍겨오는 여인네의 고급화장 냄새에 섞여
알코올 냄새가 묻어 나온다
이런 여자와 소주라도 한번 나눠 봤으면...
어떤 잘난 놈들과 마셨을까?
그러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인걸
현실로 얼른 되돌아온 난
무슨 말씀을...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차 문은 금방 열어지지만 차 키 제작은 시간이 걸리니
차에서 앉아 기다리시면 되겠고
이곳 일식 집에서 지금 후배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들어가서, 왔단 말만 하고 나올 테니까
잠깐 만 기다려 주십시요"
차 문을 개방 시켜주고 난 급히 일식집 안으로 들어갔다
반갑게 맞이하는 용만 과 상배
"형님 딱 맞게 와뿌요!
지금 막 돔 회가 들어와 침만 꼴딱꼴딱 하며
형님오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디..."
현장에만 쫓아다녀 시꺼멓게 그을린 얼굴에
큰 덩치가 어울리지 안을 만치 너스레를 떤다
"으응! 먼저 먹고들 있게나
여기 주차장에 파킹되어 있는 차 열쇠 만들어주고 얼른 올테니께!
근디 말여! 차 주인이 여잔 디 끝내 주구만 잉!
머시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랑께!
얼른 갔다 올께 잉!"
차로 되돌아온 난, 핸들 옆 열쇠뭉치를 분해하며
옆 좌석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인의 향기를 강하게 느껴야 했다
그 향기에 취해
난, 20여분이 넘게 어그적 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차 문을 두드리며 용만 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형님! 기다리느라 환장해 죽겠구만! 이제까지 뭐 하고 있오?
11시가 넘었구만 10분이면 된다 드만 말여!"
"으응! 다 됐응께 한 2분만 기다리소 !"
서둘러 키를 조립하고 시동을 걸었다
부드럽게 걸리는 차 시동!
마치 갓난아기가 엄마품속에 있는 것처럼 아늑하고 포근함 속에 젖어
구름 위에 붕 떠있는 것 같은 환상 속에
정말 내가 왜 이러지?
나 자신을 질책하며 흘낏 여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상하게 여인과 시선이 마주 칠 수가 없었다)
"다 됐는데요!" 내 목소리는 떨리는 듯 했어
"수고 하셨는데요 저~어!(머뭇거리며)
제가 약간의 술을 마셨는데요 H 아파트까지 차를 몰고 가주시면
안될까요?"
"음주운전 하시면 안 되죠
기꺼이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차밖에 기다리고 서있는 용만 이를 무시 한 채
선뜻 나와버리는 나의 대답에 난 또 놀랬다
내가 정말 왜 이럴까?
"용만이! 들어가 있게나
이 사모님께서 나와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니
한바퀴 휑 돌고 올 테니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잉!"
씨~익 웃는 용배
내 말을 사실로 믿는 눈치다
"12시까지 안 오시면 내일 형님 가게로 오늘 우리 묵은 술값 받으러 갈랑께
알아서 하쇼! 어쩜 술값이 더 싸게 믹힐 것이요"
5분 거리 되는 H아파트 주차장
늦은 시간 때문인지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다
"경비실 앞에 차를 대주세요" 하며 자기앞 수표 2장을 꺼내어 준다
"여기 5만원" 하며 준비해두었던 돈을 건네자
"수고 하셨는데 거스름돈 필요 없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이게 웬 부수입이냐 하며 좋아하겠지만
이상하게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아
"돈 더 받으려고 차 몰고 온 게 아닙니다
손님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온 것이지
협정가격 이상은 받지 않습니다"
아! 입에 침 한방울 안 바르고도 거미 똥구멍에서 거미줄 뽑듯
내 입에선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있었다
60넘어 보이는 경비아저씨가 경비실에서 나와
차 앞에 서며 "사모님 늦으셨습니다" 하며 깍듯이 대한다
"저! 그럼 경비아저씨 2만원만 주시고 나머진 택시 비해서 가세요
오늘 고마웠고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차에서 내린 난, 얼떨결에 경비에게 2만원을 쥐어주며
"사모님이 드리라고 하던데요" 돈을 받아든 경비아저씨
저만큼 걸어가고 있는 그 여인의 뒷전에 대고
"사모님! 감사합니다 차 걱정 마십시요" 쳐다보지도 않는데도
굽신 굽신 절 을하며 입이 찢어질라 한다
마침 들어온 택시가 있어 잡아타고 도쿄 일식 집 앞에 내리니
택시 비는 기본 천 여원
생전 처음 여자에게 팁을 받다니...
그것도 애뜻 하게 사랑하고픈 유부녀에게서...
"아따! 형님 모시고 소주 한잔 하려다가
나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오! 영업시간 지났다고
종업원들 퇴근 못한다고 난리기에
막 욕을 해 부렀더니 조것들이 인상만 팍팍 쓰고 있는디
요 것들이 나를 봉으로 아는가 싶어 한번 확 엎어 불라다가
조금 전 사장이 술 한 병들고 와 이해 해달라고 해서
12시까지 형님 안 오면 가겠다고 해놓고 버티고 있그 만이라우!"
"미안하네 ! 외박을 밥먹듯 하는 자네가 집에서 쫓겨난다는 말이 나오는가?"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허전함 속에
난 소주를 그라스 에 딸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뭔 일 있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상배 가 으아한 눈빛으로 묻는다
한꺼번에 들이켜 내장 속을 확 뒤집는 아르르 한 소주처럼
그 여인은 그렇게 나에 뇌리 속에 스며들었다
"노래방이나 가지?"
벌떡 일어선 나는 밖으로 나와 퇴근 못하고 불꺼진 홀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여 종업원에게 3만원을 내밀며
"늦었는데 택시나 타고 가세요 미안합니다 정말 늦어서..."
여자에게 받은 공돈 여자에게?
복수하듯 3만원을 건네 줄 때 표현키 어려운 짜릿함이 일어났다
그날 난, 많은 술을 마셨었다
웬지 모를 서러움과 허탈감속에서....
다음날,
난, 가게문을 열 수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라는 약 때문에
그 여인을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아프로디테스 의 짓궂은 장난은 끝나지 않았었나 보다
그런 우연한곳에서 또 마주 치게 될 줄은...
***거짓말 같은 실화이고 사실 같은 거짓말인데
글 솜씨는 서툴지만 물결의 속삭임에
좋은 글 만 그냥 보려니
미안한 맘도 들고 해서 용기를 내어 써 올려봅니다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들어갔는데도 읽어주신 분들 감사 함다
여러분의 요청이 있음 월요일쯤 또 졸필이나마 올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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