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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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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 만년초보 green의 낚시 이야기 #15 (오! 충주호...낚시는 道?) : 낚시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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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 기대와 아쉬움이 함께 뒤엉켜 있는 곳.
낚시 시작한 이후 마릿 수로나 크기로나 균형있는 재미를 보기도 했고 꽝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기도 했던곳.
나의 낚시 여정에 있어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이기도 한 충주호...
마지막으로 가 본 지가 십년은 훨씬 넘어가는 것 같다.
기억이 더 가물가물해 지기 전 그 때의 기억들을 되살려 당시의 충주호로 날아가 본다.
15년 전인 직장낚시회 홍조회 시절...
당시의 우리 낚시회 출조지는 회장님의 애착 때문인지 몇몇 개의 낚시터로 한정된 느낌이었다.
웬만큼 출조지 선정이 어렵다 싶으면 결정하던 곳-
가까운 곳은 안성과 용인 일대의 고삼지, 금광지, 송전지... 송라지...
좀 멀리 가면 충남의 예당지, 고북지, 배다리지...
충북의 충주호, 초평지, 백곡지...
그 중에서도 충주호는 조황의 기복이 심했던 곳으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어떨는지...?
당시의 낚시도구중 밤낚시엔 없어선 안될 도구, 칸데라에서 캐미라이트로 막 넘어 온 시절이라 우리 조사들의 짐은 차츰 가벼워지고 있었다.
가벼워지고 잇다지만 지금과 달리 낚싯대를 포함한 웬만한 장비들이 무거웠고 식사를 따로 시켜먹거나 하지 않고 직접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던 일이 많았던 시절이라 조사들의 큰 가방 짐은 지금보다 훨씬 크고 무거울 때였다.
낚시회원 중의 하나는 군용 A텐트를 가지고 다닐 무렵이었다.
그날도 우리는 출조지인 충주호 공이교 근처에 짐을 풀었다.
공이교 바로 아래 부분은 좋은 포인트가 있긴 하지만 서울에서 오전근무 끝나고 오후 1시 넘어 출발한 우리에게 그 좋은 자리가 남아있을리 만무했다.
할 수 없이 좀 지세가 험준하긴해도 공이교 옆의 급경사지역에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하며 A텐트를 가져 온 L대리는 자기 자리 뒤에 안락한 보금자리를 꾸몄다.
그 때나 지금이나 웬만해서 낚시터에서 잠을 자지 않는 나는 속으로 낙시터에 잠 자러 오나?하며 내심 불만이었지만...
경사가 급해 세칸대도 거의 초릿대 끝에 찌가 설 정도로 물이 깊었다.
깊은 것 까지는 좋은데 웬 밑걸림이 이렇게 많은지...?
대를 담그고 미끼 갈아끼우기를 수십차례 하면서 밑걸림으로 인해 줄을 두어번 끊어먹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물고기들이 어디로 갔는지 도대체 입질이 없다.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때 입질없는 낚시를 중지하고 모두 모여 저녁을 먹었다.
저녁이라야 서울에서 준비해 온 김밥이 주식이었지만 그래도 소주와 안주 족발은 준비했었다.
혈기왕성한(?) 총무의 직무에 대한 넘치는 책임의식에서였다.
그 때만 해도 아직 민주화 되지 않은 사회라 술이 없으면 회원이 술 찾는 것까지는 밀어 붙이겠는데 갑자기 회장님이 소주를 찾으면...?
낚시하다 말고 다녀올 수는 없는 노릇이고...
김밥에 족발, 그리고 소주를 두어 잔씩 한 우리는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 받침대에 걷어놓은 채비를 찾아 캐미라이트를 꽂아 캄캄한 물 위에 던져 넣었다.
푱하고 물 위로 떨어진 채비는 서서히 캐미라이트모자를 쓴 찌를 곤두세웠는데 초릿대 바로 앞의 캐미라이트는 꽤 밝았다.
장마를 코 앞에 두고 있던 7월의 여름 밤은 고요했다.
가끔 공이교 밑의 철없는 꾼들의 술 취한 목소리가 들릴 뿐...
너무 경사가 진 지역에 자릴 잡아 그랬을까? 바람 한 점 없는 충주호의 밤은 어째 으시시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조용해도 입질은 변함이 없고...
11시 가까이 붕어를 한 마리라도 낚기는커녕 입질마저 없자 우리 팀은 술렁이기 시작 남은 소주를 한 잔씩 하더니 이내 잠 자기 시작한다.
A텐트 안에도 어느새 L대리가 들어가 자리를 차지한 채 코를 골고 있었다.
한참 후에 보니 우리 팀에선 나 혼자 고독한 청승을 떨고 있었다.
이 때 세칸 대의 찌가 주욱하고 그야말로 멋있게 솟는다.
기다린 보람이 있군, 이때다!하고 대를 챘더니 힘 좀 쓰는 것이 역시 넓고 깨끗한 물에 사는 댐붕어 답다.
우리 팀에서 나온 첫 붕어이다.
붕어, 7치의 깨끗한 순종이었다.
으쓱하는 마음에 누군가 봐 주었으면 싶은데 회원들 모두 잠에 취해 있으니 봐줄 사람은 없고...
12시 넘어가도록 소식이 없자 아가 마신 술 기운에 나의 눈꺼풀도 무거워진다.
한 밤의 입질은 그것으로 끝!
입질도 없는데 나 홀로 웬 청승? 그래도 한 마리 낚았으니... 에라! 모르겠다.
나라고 별 수 있을까? 술기운에 한참 쏟아지는 잠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혹시 있을 줄 모르는 대물의 출현에 고무줄로 낚싯대를 받침대에 단단히 매어놓고 먼저 자고 있는 L대리의 A텐트를 비집고 들어갔다.
낚시터의 새벽은 너무도 빨리 왔다.
잠을 자도 그렇고 두 눈을 부릅뜬 채 밤을 새워도 새벽은 빨리 오게 마련이다.
약간은 서늘한 기운에 눈을 뜨니 벌써 밖이 훤하다.
아차! 그렇지, 어제 내가 낚시하다 잠이 들었지.
텐트 밖을 나가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짙은 안개를 헤치고 내 자리에 가 보니 낚싯대는 세대, 어제 그대로이다.
"그럼 그렇지 밤새 꼼짝하지 않았군, 잠 자길 잘 했네."하며 물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안개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순간 바람이 불면서 서서히 안개가 걷혀 물 아래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건 또 무슨 조화?
밤새 물이 빠져도 너무 많이 빠져 3칸대의 찌가 허공에 달려있는 것이 아닌가?
바늘은 저 아래 밤새 내려앉은 물 속에 널부러져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 않아 모르겠고...
간 밤에 낚은 살림망 속의 붕어 역시 맨 바닥에 드러난 채 이미 숨을 거둔지 오래였다.
"세상에 이럴 수가? 물을 얼마나 많이 뺐으면... 잠 자면서 밤새 물 없는 허공에 낚시 한 꼴이로군!"
옛날, 원효대사가 도 닦으러 중국에 들어가던 길 잠 자던 공동묘지터에서
해골에 고인 물을 바가지의 물로 착각하고 달게 마신 후
그 이튿날 모든 것을 깨우치고 득도하였다더니...
나 역시 밤 새 급속도로 물 빠지던 충주호에서 도를 깨우친 꼴이 되었다.
무슨 도냐고?
도는 무슨 도? 이래저래(?) 만년초보가 되는 도를 깨우쳤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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