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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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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탐닉하게 되는 작가가 있다
이외수.... 이 문열... 무라까미 하루끼...
은희경... 김 이태... 윤대녕...
이런식으로 그들의 문체와 그들의 화두에 매료되어
몇날 며칠을 한 작가의 의식세계에 빠져 지낸다
그것은 이 세상 밖의 것에 대한 관심이 되기도 하고...
낯선 곳에 대한 터무니 없는 동경이 되기도 하고...
부도덕한 사랑의 여러 방식들이 되기도 하며
분열하는 자아의 퍼즐놀이가 되기도 한다...
한동안 나는 또 어느 작가에게 빠져 있었고
언제나처럼 그 작가의 이름만으로 그 책을 구입했지만....
흔하디 흔한 불륜의 사랑 놀음....
그런 불륜의 방식을 특별히 혐오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으면서...
그때 당시 나는 단지 사랑이란 놈에 신물이 나있었던 걸까....
여자의 그 애절한 사랑의 노래....
남자의 그 무거운 사랑의 고뇌....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언어들....
하지만... 자꾸만 가슴은 싸늘하게 식어만 가고...
그래 어디까지 가나보자...
증말 책값이 아깝다... 하는 차가운 오만으로 끝까지 읽어냈다
그런데...
그 책의 어느 부분에도 그 여자의 남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작가가 남자여서 였을까.
왜 남자가 그렇게 안타까운(?) 사랑에 빠져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
부인과의 관계가 이러하니... 라는 식의 일종의 변명은 있었지만
여자가 왜 그런 사랑(불륜!!)에 빠져야했는지에 대한 변명은 없다
어쩌면 그 남자(작가?)는 나에 대한 그 여자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다,
라고 우쭐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딱 한 부분....
그것도 그 여자네 거실에 놓여 있는 벤자민 화분을 설명하기 위해
그 남편이 잠깐 등장한다.
( 어쩌면 작가는 거꾸로 그 남편을 설명하기 위해
벤자민을 등장 시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그에게 꼬일 대로 꼬여 있었던 나는
그런 식으로 해석하기가 싫었을 것이다 )
신혼 무렵 거실이 너무 횡한 것 같아 함께 화원을 찾았고
그 화원 입구에 놓인 벤자민을 보자 마자
그 남편이 했다는 그 한마디....
" 네가 벤자민 플랭클린이냐..? 가자..!! 우리 집으로..!! "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매친 것... 저런 남편을 두고 바람을 왜 펴...!!!
나무에게 너...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나무에게 저토록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줄수 있는 사람... 남자...
그 책을 덮자마자...
그 둘이 어떻게 만나 어떻게 처음 잠을 자게 됐는지
얼마나 아픈 사랑들을 했는지....
심지어는 그 주인공들의 이름마저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그 뒤로 그 작가의 책은 다시는 사지 않게 되었지만....
아직도 가슴과 머릿속에 맴도는... 그 한마디...
" 네가 벤자민 프랭클린이냐...? 가자..!! 우리 집으로..!! "
벤자민 프랭클린.... 가자... 우리 집으로....
벤자민....
프랭클린...
가자....
우리집으로.....
어떤 작가에게 탐닉하게 된다는 건...
그 당시 나의 무의식에 갇힌 언어들이
그 작가의 의식을 통해 형상화 되는 것일 것이다...
비 개인 오후... 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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