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랑 > "약붕어 찾아 천리길" : 낚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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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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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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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l 초이랑 > "약붕어 찾아 천리길" : 낚시사랑

약(藥)붕어 찾아 천리(千里)길


월척 붕어는 낚시꾼의 꿈이다.
월척 붕어 얘기가 나오면 나에게는 가슴저리고 슬퍼지는 추억이 되살아난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아내가 몇 년째 몹쓸병으로 고생을 하였었다. 수술을 몇 번씩 하고 별의별 약을 다 써봐도 소용이 없었다. 발달한 현대의학도 암이라는 병에는 속수무책이었던 모양이다.

어느날 먼 친척 노파가 병문안을 와서 큰 붕어의 쓸개를 생으로 먹여보라고 일러주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심정인지라 월척 붕어를 잡을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해 달라고 도내각지에 있는 낚시친구들에게 기별을 보냈다. 며칠만에 강릉의 원종환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낚시보따리를 챙겨 강릉으로 갔다. 우리는 강릉에서 다시 서쪽으로 태백준령을 넘어 정선군 임계땅으로 옮겼다. 마을 어귀에 있던 큰 다리는 장마에 떠내려가 강기슭에 차를 세워놓고 작은 배를 빌려 강을 건넜다.

월척 붕어가 나온다는 연못은 거기서도 십리쯤 산쪽으로 더 가야만 했다. 찌는 듯한 삼복더위에 무거운 낚시짐을 메고 비탈길을 기다시피 올라가서 본 연못은 상상외로 작았다. 그나마 연못의 절반 이상이 연꽃으로 뒤덮인 연꽃밭이었다. 웬만한 논바닥 만큼 밖에 안되는 이 연못에 월척붕어는커녕 손가락만한 붕어새끼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여하튼 낚시를 시작했다. 새벽2시가 지나도록 입질이 없다. 지쳐버린 일행들은 천막 속에서 코를 골고 있었다. 어스름 달빛에 희미하게 보이는 연못에는 온통 연분홍 연꽃이 활짝 피어 파란 이파리와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였다.

간간이 들려오는 밤새의 울음소리는 정말이지 처량하였다.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있을 때였다.
이제까지 말뚝처럼 꼼짝을 안하던 찌가 스물스물 물위로 치솟는다. 잽싸게 잡아챘다.
낚시줄에서는 "핑" 하고 피아노 소리가 났다. 물속에서 고기가 요동을 친다. 힘이 엄청세다. 내 가슴이 방망이질을 한다.
뜰채로 건져낸 고기는 금빛처럼 누런 붕어였다. 이건 월척(30cm)이 아니라 자반 (45cm)짜리였다.

곧이어 또 한 마리를 잡아냈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손수 정성껏 손질을 하여 아내에게 먹였다.
그러나 아내는 극락같은 연못에서 잡아온 약붕어의 약효도 없이 얼마후에 저승으로 가버렸다.

20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도 내 나이 답지않게 코끝이 시큰해지며 목이 메이는 이유가 뭘까? 인간만사는 세월이 약이라는데.........

( 낚시꾼 시인 . 배 동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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