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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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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장마가 들면 낚시풍년 이란 말이 있다.
파로호의 최상류인 양구에는 불어나는 새금물을 따라 올라온 잉어떼가 논바닥으로 들어와 농부들이 족대와 삼태기로 건져내거나 심지어는 쇠스랑과 낫으로 찍어 잡기도 한다.
그야말로 대학살(?)이 감행되는 셈이다.
어느해 나는 양구 군량리 후미진 범바위밑으로 낚시를 떠났다.
함께가기로 약속한 친구가 변덕을 부리는 바람에 오기로 혼자 간 것이다.
터를 잡고 텐트를 치는데 비가 쏟아졌다.
두말할것 없이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천막속에서 커피를 끓여 먹고 있는데 갑자기 뱃속이 뒤틀리며 심한 통증을 느꼈다.
양구읍에서 점심으로먹은 막국수와 돼지고기 편육이 탈이 난 모양이다. 좀 지저분한 얘기지만 5분이 멀다하고 설사를 했다. 낚시보따리를 뒤져 비상약을 꺼내먹고 축축하게 젖은 천막에서 밤을 지샜다.
먼동이 텄다. 비도 멈췄다. 통증과 설사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멀쩡했다.
나는 휑한 몰골과 정신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더럽혀진 속옷은 벗어버린채 맨몸으로 위의 바지 바람에... 동네 아낙네가 배를 저으며 지나간다. 평소농담을 주고 받던 50대 걸쭉한 아주머니였다.
"아이구 낚시질도 팔자지 혼자서 무슨 재미로 청승을 떨고 있우" "아니 이 아주멈이 늦바람이 났나 이른 새벽에 어딜가는거야"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읍내 장터에 간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속옷을 하나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손짓을 해가면서 이렇게 생긴 삼각팬티라고 아려주니까 "알았어유, 우리 며느리도 그런걸 입는다구유..." 하며 깔깔거리고 떠났다.
오후 서너시쯤 되어 그녀가 돌아왔다.
"이런빤쓰(속옷) 말한거 아니유" 하면서 신문지에 싼 삼각팬티를 내보였다.
까만색에 배꼽 밑부분에 노란 금박으로 큼직한 목단꽃이 찍혀있었다. 이건 남자팬티가 아니라 싸구려 여자팬티를 사온 것이다.
나는 기가 막혔으나 그냥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돈을 주려고 했더니 "젠장 아무리 촌구석에 사는 여편네기로서니 친구한테 빤쓰하나 선물 못하나" 하고 화를 내듯 가버렸다.
나는 우의를 벗고 그 기막힌 여자 속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의 눈이 도끼눈으로 변했다.
"어느X와 속옷을 바꿔 입었는냐" 고 악을 악을 썼다. 제 아무리 해명을 해도 통하질 않았다.
결국은 흐지부지 넘어가고 말았지만 집사람은 여자 속옷 때문에 생긴 오해를 말끔히 풀지 못한 채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났다.
정말이지 이건 진짜였으니까 저승에서라도 이글을 본다면 오해를 풀어 줬으면 아주 좋겠다.
(낚시꾼시인 수필가 강원도예총회장 배동욱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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