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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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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계절만큼이나 생각도 깊어 잠못 이루는 밤...
지긋이 눈을 감고 지난 날들의 행적을 성찰해 본다
우선 나는 욕심이 너무 많은 인간이였다
그 대부분이 약간의 자존심과 허영을 충족시킬 수는
있을지 모르나, 거의가 나를 구속하는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읽지도 못하면서 진열한 원서들과 바랜 철학책들은
고급스럽고 유치한 허영심을 그대로 반증하는 셈이다
갑자기 자신이 잘못 만들어진 거울 속의 인물처럼 상하
좌우로 제멋대로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나는 찌들대로 찌들고 피곤해진 육신을 욕조 깊숙히
눕히면서 문득 정신도 정리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곤 가만히 실소를 지어본다
막상 영혼을 정리한다면 그 전환점은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자 골이 덜 찬 물동이처럼 출렁이면서
이내 눈앞이 흐려 온다
아마 나는 조금은 슬픈가 보다
돌이켜보면 난 늘 앞만보고 달렸다
길섶에 핀 들꽃,서럽도록 아름다운 저녁놀,별,구름,이슬.꽃...
그런 것들을 넉넉히 즐기고 사랑하기 보다는 가야 할 곳이
너무 멀기에 나태해져서는 안된다는 이상한 초조함에
늘 허둥대며 달렸다
눈을 감고 내 영혼의 모습을 떠 올려 본다
건조하고 상처투성이인 겉만 번드레한 위선자...
끝없이 자기 모순에 허우적거리며 내출혈로 얼마 안남은 젊음을 탕진하는
미운 영혼의 소유자..
나는 자신을 객관화 시키면서 갑자기 견딜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진다..
도대체 그간에 보여주었던 내영혼의 분신들은 어데까지가
알곡이고 껍데기인지....
그것들도 불원간 정리해야 하리라..
산다는 것이 매일매일의 흔적이면서 소멸돼가는 양면성인데
어디까지 남기고 버려야 하는지...
눈에 보이는 물건,현상 관계나 인연의 끈들을 나름대로
절제와 이성으로 매듭 짓고 풀면서 예리하게 규정할 수 없음에
절망을 느끼듯이 과연 영혼은 어디까지 태우고 버려야
하는 것이며 어디까지가 가치로운 것인가에 대하여
아무런 확신도 할 수 없다
나는 찬물을 세차게 틀고,대가리를 헹구었다, 그리곤 샤워기를
가꾸로 틀어서 물줄기로 얼굴을 난타해 본다
오늘 서랍을 정리하면서 일기장 첫페이지에 썼던 글귀를
나는 뜯어냈다
한순간도 남김없이 완벽하게 살것....
늘 깨어있을 것...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자신을 속이지 말것.
남에게주는 행복을 누릴것
끝으로 나 엘리어트는 언제 어디서나 생을 사랑할 것
이 비장한 결심을 떼어내어 소각하면서, 가슴속으로
서늘한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감을 느꼈다
그런것은 어쩌면 영원히,희망 사항으로 머므르는
영원의 선언서 같아 그저 공허할 뿐이다
습기 머금은 거울을 정갈한 타월로 닦아낸다
거기에 마음은 헝클어질 대로 헝크러진, 그러나 조금은
더슬퍼 보이는 한 노숙자가 서있다...
아~ 내 영혼은 어디서 부터 정리를 시작해야 할까
저 연보라빛 찬연한 가스불처럼 그렇게 타오르는 생이
아니더라도
홍몽속에서 부유하는 이 번뇌를 사를 수만 있다면....
아니 서랍을 정리하듯 영혼도 감동하게 고만큼 정리를 할 수
있다면...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어쩌면 영혼을 정리하고 싶다는 이 상념조차
갖지 않을 때 비로서 내 영혼은 정리가 되지 않을까....
흑흑흑....
2003년 어느날.... 중랑천 끝자락에서..덥수루기 낚시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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