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거지 > 18년의 세월에 붙이는 편지 : 낚시사랑

이곳은, 경상도의 조그마한 산골마을
세상의 소요와는 너무도 먼 별세계라오.

숲은 서서히 대지를 깨우며 율동을 시작하였고
새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모두어
숲의 율동을 조율하였다오.

당신은 알고 있소?
향기 나는 것이
피었다 지는 꽃으로만 알았더니
세맥을 요동하는 氣도 있었음을...

솔 향인가 하면 꽃 향이요
꽃 향인가 하면 바람의 향으로
그 청량한 기운은 이적지 느껴보지 못하였으니
참으로 거룩한 신향 이었다오.

오랜 헤어짐은 아닐지라도
당신과의 이별이 못내 서러워
새벽을 한걸음에 달려왔더니
이제사 시장기를 느끼게 되는구려.

당신이 건네주던 커다란 짐 꾸러미,
손끝에 따뜻한 도시락을 펼쳐 놓고
18년의 세월을 들여다 보고 있소.

하얀 밥알을 진갈색으로 물들이며
뽀이얀 속살을 드러낸 팥알은
균형된 건강을 기원하는 당신의 염원인 듯하여
못내 가슴이 뜨겁구려

두툼한 도시락을 앞에 두고
차마 뜨지 못하고 망서림은
박복한 운명에 눈물지을 가여움에
목이 메인 까닭이라오.

아무리 꿰 맞추고 계산을 달리해도
보상할 방법 없는 지난 18년,
올려다 본 내일은 아득하기만 하였으니
참으로 못난 남자이외다.

평생을 살아도 거적뿐인 삶
남아 있는 잔생조차 기약이 없다하니
수심 깊은 세월,
부디 용서하오.

허물많은 세상,
흔들리고 방황할지라도
당신이 곁에 있음에

[2005-08-22 19:31:05]
[..***.]



살아 생전 얻은 것 만큼 돌려줄 수 없는 업, 어느 유행가 가락처럼 알몸으로 왔다가 옷 한 벌을 건졌으니 .... 우러러 고개 쳐들면 닿을 길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