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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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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저쪽
새벽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한 낮을 지나 굵어지더니
캄캄한 밤
졸졸졸 흐르던 개울물은
용 못된 이무기 심술부리듯
누렇게 꿈틀거리며 쏟아져 내렸다
다랑이 논 몇 마지기
먹다 남은 개떡만한 밭 뙤기에
개울가 언덕배기 오두막집
희망이 자라고 있었는데
어디가 밭이고 어디가 논인지 분간할 수 없이
찢어진 콩 이파리 토사와 함께
벼이삭 미끄럼 타고 흐르다 흔적을 감추었다
노도(怒濤) 와 같이 흐르는 개울물에 축대 무너져내려
오두막집 건넌방은 두부모처럼 잘려나가고
딸만 셋이라 구박하던 두 딸
젖먹이 아이만 어미 품에 새근거릴 뿐
흔적이 없다
캄캄한 하늘보다 더 깊은
억척이 무너져 내리고
빗줄기보다 슬픈 눈물
쏟아져 내리고
뇌성 소리보다 처절한
살아남은 어미의 통곡 소리도 지우던
그 해 여름 빗줄기
맑은 바람 불어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신작로
검불처럼 산발한 여자 맨발로
꽃이 고와 웃는 듯
바람이 서러워 우는 듯
히죽히죽 걷고 있었다
쭉정이뿐인
가난이 익어가던 그 해 가을
詩: 木魚 김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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