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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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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갈 때마다
설레는 꽃잎이 된다
부끄러워 고개 들지 못하고
낮게 드리운 마음
체송화처럼 붉어지는 얼굴
흔들리는 꽃잎이 된다
너에게로 가는 길엔
아련한 현기증이
안개처럼 피어 오른다
오영란(커피향)님의 너에게로 가는길 전문
그녀는 난초였다
하늘거리는 시심,
여린 잎새 사이로 파아란 꽃대를 올리고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트리던
난초
그녀는 민들레였다
상념의 새가 되어 하늘을 나르며
끝없는 소망을 피워내던,,,
가끔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땐 걱정스러웠다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서
그녀는 한마리의 작은 새 였기에...
꺼지지 않는 숨결을 파닥거리면서도
열망의 날개를 저어 아득하게 멀어지던
작은 새
난초같은 여자,민들레 같은 여자
한줄기 바람에도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던 여리디 여린 心性의
여류시인 오영란 님을 찾아서 큰골 낚시공원을 다녀 왔다
황혼이 자욱하게 내리던 저녁 시간이었다
저녁 밥이 익어가는 동안 큰골지기님께서 손수 만드신 조각품을 감상한다
된장국을 끓여 주시려고 맨손으로 냉이를 캐셨다며
흙이 잔뜩 베인 손톱을 내밀어 보이시는 님,
님께서 만들어 주신 저녁상을 대하니
이고,지고,노구를 이끌고 찾아온 피로가 싹 달아난다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식후에 나온 딸기는 어쩌면 그리도 달콤하던지
님의 詩 세계를 들여다 본다
푸르른 상념 속의 수체화
징정 가시려오?
상념의 먼 바다를 가로 질러 가시려거든
깃털 하나쯤은 남기시구려
그대 멀어져 간 바위 틈 새
들꽃으로 피어날
한 소절의 기다림을 위해
호수를 둘러 보았다
고인의 생전 취미 활동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준비해 놓은 기념판에 눈에 띄었다
10여년 전에 큰골지기께서 낚시터를 구매하실 때
낚시대와 함께 표지판이물가에 꼽혀 있었던 것을
훼손을 방지하고자
산 위로 올려 놓으셨다고 한다
걸음을 멈추고 고인의 생전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수염을 턱 아래까지 늘이시고 바람의 미소를 얼굴 가득하게 피어 내었으리라
그리고는 고요한 수면에 삶의 무개를 덜어 냈으리라
침잠된 세월을 묻어가는
태공의 숙연함이 연상되어
잠시 고개를 숙였다
태공을 연상하니
불현듯 그리워지는 이름자
.
.
.
스승
지천명을 눈앞에 두었건만
스승이라는 그리움의 모체가
늦가을 바람처럼 가슴을 파고 드는건 어인 까닭일까?
낚시에 스승이 되고,
삶의 스승이 되고
인생의 지침이 되어줄 선생
그리고...
아름다운 수상 좌대였다
좌대 안에 누워 수면을 바라보니
물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방 구들은 스팀이 들어와서 따끈따끈 하였고
인터넷 선을 비롯하여 필요한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었다
바붕님과 한대씩 낚시대를 펼쳤다
떡밥을 달아 던지기가 무섭게 찌가 올라온다
본 저수지는 수력이 40년이 넘은 저수지로써
바닥향어와 바닥잉어를 비롯한 토종붕어가 자생한다고 한다
비깔로 미루어 토종붕어 인 듯...
수면을 응시하며 두시간을 보냈더니
산자락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다
어둠 위로 부상하는 캐미 불빛에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어상천님의 미터급 장찌가 위용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밤이 으슥하여 한태공 님께 전화를 드렸다
밤 열시가 넘었건만 서슴없이 달려와 주신 님
큰골지기 님께서 야식으로 시켜준 보쌈에 다시 한잔씩 걸쭉한 건배가 이어졌다
그리고는 꿈나라에...zzz
아침에 일어났더니 한태공님은 보이지 않았다
바붕님께서 홀로 좌대를 지키고 계셨다
새벽 닭이 울면 동이 트고
낮 닭이 울면 이별을 한다고 하였지
아침밥을 먹고 호수 주변을 돌아 본 것 뿐인데
벌써 낮 닭이 울어 댄다
삶에 지치고 곤고할 때 주저없이 달려 가던 큰골
소탈한 모습의 큰골지기 님과 커피향님
여유없는 살림을 운영하시면서도 넉넉하기를 망서리지 않으시던 두분과
정들었던 하루밤을 보내고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석별의 아쉬움을 차 한잔에 담으며
벗들이여!
바라기는 부디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평안하시기를
. . .
뒤척이면 떨어질 것 같은 침대 위에서
사상(思想)의 턱을 고인 채
또 하루의 밤을 지샌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무료하게 묻어 가는 어둠의 공백
이른 새벽을 오르는 여명이
헝크러진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여린 빛살을 불어 내었지
사월의 아침은 저리도 싱그럽건만
반길 것 없는 수면 위를 떠도는
가랑잎 한장
가는 숨을 몰아 세우며
까치발로 돋우어 보는
산다는 이유
삶이 詩처럼 곱게 단장되는 것은 아니리라
비록 매일을 밝게 미소지을 수는 없을지라도
언제나 꿈과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부디 행복하기를
글이 좋고, 낚시가 좋고
꿈꾸어가는 삶(詩)의 세계가 좋아서 만난 우리들
불확실한 내일에 주름을 세기기 보다는
아직도 가지지 못한 미지의 꿈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기를 소원한다
늘 물결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건겅과
평화와
축복을 기원하며
사진: 바붕/ 젊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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