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하나를 그리고는
뭐 그리 둘러 볼 것이 많은 걸까 ?
뭐 그리 궁굼한 것이 많은지...
애꿎은 책상만 두들기며
눈을 부라리지만
쉬지 않고 꼼지락 거리는 아이
매를 들었다.
연하게 달아오른
아이의 발바닦
꿈뻑이는 아이의 동공에
투명하게 이슬이 고이지만
서슬퍼런 아비의 회초리는
멈출 줄울 모른다
또 하나의 한계,
무엇이 바른 교육일까?
처음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아비가 쓰던 아이의 일기,
7년의 세월을 잠들어 있던
아이의 엘범을 들춰보았습니다
늦동이라서 그런 걸까요?
때론 호통을 치고 매를 들면서
아비가 지향하는
아이의 항해(童道)를 유도하였으나
아이는 결국 제 뜻대로
방향을 바꾸어 버렸지요
개구장이란 표현으로는
아이의 돌출된 행동을 감당하기가 부족할 정도로
아이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컴 앞에 앉았을 때는
귀찮을 정도로 물어 오는 아이의 질문 공세에
짜증도 나고 지겹기도 하지만
아이의 밝고 해맑은 모습은 귀엽기만 합니다
핏줄이기 때문이겠지요?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오랫만에 사랑하는 아내와
막내를 대리고 야외에 나갔습니다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20분을 들어가는
교동이라는 섬마을 이었는데
특별하게 구경할 곳은 없었지만
후덕한 마을 인심과 신선한 공기,
좋은 분들이 곁에 있어서
편안하게 쉬었다 올 수 있었습니다
가평에 있는 조각 공원을 계획하였다가
갑자기 목적지를 바꾸었기 때문에
아무런 준비 없이 달려 갔었는데
현지에서 오케리 선배님과
뚬벙 후배를 만났습니다
여행의 기쁨이 배가 되었음은 물론,
함께하신 분들이 준비한 푸짐한 먹거리로
매 끼를 포식할 수 있었습니다
너구리 아우님과 어머님을 필두로 오캐리 선배님과 뚬벙 후배님이 준비해 오신
보쌈에,삼겹살에, 온갖 야채며 막걸리에
굴전, 삼치회,생멸치찌게,거기에 낙지볶음을 더하였더니
하루밤 사이에 허리살이 왕창 늘어났네요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함께하였던 일행들의 따뜻한 배려로
제 아내가,늘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낚시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는 것이지요
돌아 오는 차 속에서도 몇번을 되풀이 하더군요
한결 같이 고마운 분 들,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따뜻한 여행이었다고...
아이에게도 좋은 여행이 되었을 겁니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하였던
다락방에서의 추억을 상기하며
미지의 내일을 설계하게 될 것입니다
파도를 가르는 갈매기의 날개짓처럼
더 높이
더 푸르게
오캐리 선배님께서 생물 삼치를 준비해 오셨습니다
일미터에 육박하는 대물 삼치였는데 회를 썰고 계시네요
양이 너무 많아서 여섯 사람이 먹고도 남았습니다
삼치회는 처음 먹었는데 육질이 너무 부드러웠습니다
혓바닥에 착 감기는 맛이었지요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월곳과 안양을 잇는
도로 공사가 진행중인 물왕리를 지나다
도로변에 옹기 종기 몰려있는
한무리의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대부분이 연로하신 분들이었는데
그분들은 도로 공사로 인하여 발생하는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붉은 벽돌이 깔린 인도 한 구석,
수많은 차량이 오갈 때마다 숱한 먼지가 날렸을 텐데
그네들은 아랑곳 없이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새까만 얼굴에 창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머리와 목에는 커다란 두건을 두른 채
달구어진 도로위에서 하루를 품 팔고 있는 사람들,
일그러진 군상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점심 식사에 여념이 없는
그들의 맞은 편에 차를 세우고
자판기 커피를 빼어 들고는
한참 그네들을 주시하였습니다
여전히 오고 가는
차량을 의식하지 않고
식사에 몰두중인 사람들,
마주 보는 눈길을 느꼈던 걸까요?
까무잡잡한 아주머니 한분이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시더니
하얀 이를 드러내시며 씨익 웃는 것이었어요
한줄기 바람처럼 싱그러운 미소였습니다
그 어떤 조롱이나 오물조차도 넉넉하게 담아 낼 것 같은
성자의 미소,보이는 실상을 초월한 들꽃의 미소였지요
그분들에게 던졌던
순간적인 동정이
부끄러웠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허상에
성급한 정의를 단정하던
제 옹졸함이 부끄러웠던 것이지요
서둘러 발걸음을 제촉하였지만
아직도 기억 속에 쟁쟁하게 남아 있는 박꽃의 미소,
우매한 사고를 허물며 정의의 기준을 다시 세웠지요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초라한 마을 회관의 다락방에서 하루밤을 보냈지만
함께 느끼는 숨결만으로도 너무 충분한,
가족,그리고 사랑!
아이는 또 사고를 쳤습니다
낚시대를 들고 계속해서 스윙 연습을 하더니만
발이 미끄러지며 호수에 빠진 것이지요
세기의 태공으로 다듬어 지려면 그 정도의 고난은 감수해야겠지요
저도 낚시대를 폈습니다
오늘은 비교적 약소하게 아홉대를 깔았습니다
이곳, 섬마을의 붕어들은 구루텐을 먹는다고 합니다
구루텐을 이겨서 손톱만하게 달아 던져 둡니다
하하하, 자세히 보니 위에 것은 제 낚시대가 아니로군요
그건 너구리 아우의 낚시대구요,요것이 제 낚시대입니다.
어떻습니까? 멋진 편성이지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길레 삼치회에 막걸리를
두어잔 쭈욱 들이키느라 미쳐 낚시대를 깔지 못했습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굴젖
정이 익어 갑니다
가끔은 무채색 하늘이
도시의 아가리로 숨어 들어서
갈등과 소요를 일으킬 때도 있었지만
묵묵하게
내일을 기다릴 줄 알던
사람들
여과 없이 타오르는 태양도
때로는 빛을 잃는다고 합니다
갈 길을 몰라 서성이던 가슴이
아쉬움 한 점 없이 돌아서기 보다는
오래도록 바래지 않는 내일을
잔잔하게 마주 볼 수 있었으면...
어수룩한 촌로를 향해
막걸리를 가득하게 따라서
상추쌈을 덥썩 내밀던 아름다운 향기가
아나로그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우리들의 내일을
포근하게 감싸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오월입니다
멀지 않아 숲은 초록빛 날개를 펄럭이며
대지를 덮어 올 것입니다
잎새는
연초록 가슴을 부풀리며 푸르름을 늘이고
열매는 저마다의 결실을 꿈꾸며
가을을 찾아 머언 여행을 떠날테고
새들은 꿈을 꿀 것입니다
이적지 가져 보지 못한 꿈
그리고,세월에 묻어야 했던
갈매기의 꿈을...
물결을 사랑하시는 모든 님들의 내일이
풍성한 가을을 향해 치닫는
싱그런 오월이기를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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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의속삭임
